체코, 중국 백신외교 손짓에도 ‘거리두기’ 지속

강우찬
2021년 05월 13일 오전 11:05 업데이트: 2021년 05월 13일 오후 12:49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감염자가 다시 늘면서 백신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중국의 백신외교와 그 정치적 목적성에 대한 이슈도 불거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체코에서, 지난 4월말 의회 상원은 대만의 세계보건총회(WHA) 참여를 지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은 분노했다. 체코 주재 중국 대사관은 즉각 반대 성명을 발표했으며, 체코가 중국의 내정에 간섭한다고 비난했다.

제74차 WHA는 5월 24일부터 6월 1일까지 화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체코가 대만의 참여를 지지하기는 했지만, 당장 이번 회기부터 참석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체코의 움직임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백신외교가 기대했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코로나19 감염이 늘면서 백신 부족을 겪고 있는 체코는 최근 중국 ‘백신외교’의 시험을 치렀다.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의 대변인은 지난 3월 대통령실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제만 대통령이 안드레이 바비시 총리의 요청에 따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시노팜 백신 제공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베이징 주재 체코대사관의 보고에 따르면, 중국 측은 이 같은 요청에 즉각 응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바비시 총리의 대변인이 해당 성명에서 언급한 상황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고, 뒤이어 바비시 총리 역시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아 의문을 자아냈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는 현재까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제만 대통령은 체코의 대표적 친중 인사다. 그의 발표는 체코 의회 대표단의 대만 방문과 이에 대한 체코 주재 중국 대사관의 반발 등 체코-중국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일부 언론에서는 제만 대통령이 중국과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바비시 총리의 이름을 빌려 중국의 백신외교에 손 내민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제만 대통령은 기회가 될 때마다 친중 행보를 펼쳐왔다. 작년 9월,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제만 대통령은 중국-체코 양국 우호적인 관계를 추진하고 중국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에서 중국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높이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체코 여론은 제만 대통령의 친중 행보와 거리를 두고 있다. 체코슬로바키아가 사회주의 공화국 시절 겪었던 공산당 폭정의 기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코의 중국과 거리두기 행보

제만 대통령의 친중 성향과는 별개로, 체코 의회와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의 침투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는 최근 체코-중국 관계가 악화된 주요한 원인이다.

작년 5월, 체코 상원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기구 내 최고 의결기구인 WHA에 대만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한 바 있다.

같은해 8월, 밀로스 비스트르실 체코 상원의장은 중국의 반대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프라하 시장과 기업인 등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 방문을 강행했다.

이어 9월에는 체코 국가안보국이 중국 화웨이(華為)의 장비를 승인하지 않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고, 10월에는 체코 정부가 5G망 구축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한다고 밝혔다.

같은 달 체코 보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코로나19가 중국 실험실에서 유출됐다는 주장을 지지한다고 밝혀 중국 외교부의 극심한 반발을 샀다.

체코 외교부도 11월 홍콩 사태와 관련해 “중국이 홍콩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올해에도 체코 정부의 중국과 거리두기는 계속됐다. 지난 1월, 체코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원자력 전력 시설 건설 입찰에 중국과 러시아 양국 기업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언론 매체는 이러한 사건들을 가지고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체코를 여러 차례 비난했으며, 중국-체코 양국 관계를 빌미로 위협을 가했다.

이러한 갈등은 올해 3월 제만 대통령이 “중국이 체코의 백신 제공 요청에 즉각 응하기로 했다”고 밝힐 때까지 지속됐다.

하지만, 외신이나 체코 언론에서는 그후 한 달 이상 지난 지금까지 중국에서 백신을 보냈다거나, 체코에 백신이 도착했다는 보도를 찾아 볼 수 없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체코 보건당국은 334만3811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관리하고 있으며, 이론적으로 전체 체코 인구의 15.7%를 접종할 수 있다.

하지만, 체코 정부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화이자 백신 400만회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00만회분, 존슨앤드존슨 백신 200만회분, 모더나 백신 190만회분, 큐어백 백신 100만회분을 구매했으며, 프랑스 사노피 파스퇴르와는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백신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다만, 지난 8일 코로나19 백신 관련 홈페이지를 업데이트하면서 중국 시노백 백신에 관한 정보를 추가했을 뿐 역시 구매에 관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에포크타임스는 체코 보건당국에 관련 논평을 요청했으나 기사 작성 전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