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 측정하려는 경비원에 40억짜리 오피스텔 입주민이 퍼부은 ‘폭언’이 고스란히 녹음됐다

황효정
2020년 06월 25일 오후 2:41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2:43

40억원 넘는 고품격 오피스텔에서 거주하시는 입주민께서 경비원을 대하시는 방법은 과연 고품격이실까.

지난 24일 SBS ‘비디오머그’는 40억대를 호가하는 서울 송파구의 한 고급 오피스텔에서 경비원이 입주민으로부터 폭언을 들은 당시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매체가 공개한 통화 내용은 이러했다.

유튜브 ‘비디오머그 – VIDEOMUG’
유튜브 ‘비디오머그 – VIDEOMUG’

“지금 뭘 믿고 지금 계속 사람을 가르치려고 들고…”

“제가 가르치려고 하는 게 아니고 말씀을 드리는 거잖아요. 뭐 때문에 지금…”

“어디서 성질이에요 지금?? 미친 거 아니야 이 사람?”

“성질내는 게 아니고요. 저희가 체온 측정을 하지 않습니까”

“측정이고 나발이고 내가 싫다는데 왜~?”

“저희는 측정을 해야 됩니다. 그것만 말씀을 드릴게요”

“내가 그 법 바꿀 거예요 그러면”

“바꾸시는지는 뭐 어떻게 하든 저희는 상관이 없는데요…”

“그러니까 당신들이 나가면 돼요. 당신들이 나가면 된다고!!”

“왜 나가야 합니까 저희가?”

“당신들이랑 박XX랑 나가면 돼.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무식한 짓들 좀 하지 마요.

네이버에서 좀 검색이나 하고 사람 손목에다가 재든가. 귀에다가 갖다 대고 그렇게 무식한 방법으로 하지 말라고. 알겠어요?”

“저희가 귀에다가 대는 거는 원래 관자놀이에 대는 거고요. 손목에다 하는 거는 외부에서 들어오셨을 때 피부 온도가 작게 되니까…”

“아 진짜 이 아저씨 말투 진짜. 뭐 이렇게 말투가 싸가지가 없지 진짜?”

“싸가지가 없는 게 아니라 알려드리는 겁니다”

“내가 왜 ‘당신 같은 사람’들한테 알림을 왜 받아야 돼 내가 왜? 뭐 나 가르쳐??”

“제가 왜 이렇게 말씀 드려야 하는지 저도 이해가 안 갑니다 그러면…”

“아 그럼 일을 하지 마요! 안 하면 되겠네! 왜 거기서 일을 하고 있어? 이렇게 욕 들으면서??”

“다른 입주민들 안전을 위해서 체온 측정을 해야 됩니다”

“다른 입주민들 안전 같은 개소리 하고 앉아있네!!”

“개소리가 아닙니다. 말조심하세요”

“아저씨! 말조심하세요? 당신 이따가 나 봐. 당신이 뭔데 왜 저번부터 나를 가르치려 드냐고!!!”

“가르친 적 없습니다. 저희는 체온 측정을 해야 된다고 말씀을 드리는 거죠”

“뭐 용역회사가 어쩌고 내가 너 들려줘??? 등신 같은 게…”

유튜브 ‘비디오머그 – VIDEOMUG’
유튜브 ‘비디오머그 – VIDEOMUG’

보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해당 오피스텔은 6성급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호화 주거 건물이다.

도어맨이 문을 열어주고 잡아주고, 아침마다 셰프가 식사를 차려주며, 도우미가 알아서 집안 곳곳을 정리정돈해주는 국내 최고급 오피스텔이다.

평당 6,000만원으로 제일 싼 집이 40억원이다.

유튜브 ‘비디오머그 – VIDEOMUG’
유튜브 ‘비디오머그 – VIDEOMUG’

그만큼 방역에도 신경 쓰는 곳일 터. 최근 이곳 경비원들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입주민들의 체열 측정을 진행했다.

입주민 중 한 명이 이에 반발해 경비원 3명에게 폭언을 퍼부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사건 당시 경비원 A씨는 “너희들을 다 잘라버리겠다, 코로나 때문에 저희 의무사항이 있었는데 그거를 저희를 무시하고 저희를 잘라버린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이들 경비원 3명은 폭언 사건 이후 조직개편을 명분으로 갑자기 모두 다른 곳으로 인사발령 조치를 받았다.

유튜브 ‘비디오머그 – VIDEOMUG’
유튜브 ‘비디오머그 – VIDEOMUG’

A씨는 “회사는 보복성 인사 조처는 아니라고 했지만 제가 이동한 전출지에는 제 업무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증언과 함께 A씨가 공개한 사진에는 별다른 업무 없이 덩그러니 책상 앞에 앉아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러면서 “자발적 퇴사를 강요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내가 왜, 그 당시에 입주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열심히 최선을 다했는데…”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유튜브 ‘비디오머그 – VIDEOMUG’
유튜브 ‘비디오머그 – VIDEOMUG’

A씨는 “저희한테 코로나 갑질하고 저희들을 제거하고 짤라버리겠다고 했는데 그분 말씀대로 저희가 된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A씨에 따르면, 갑질을 한 입주민은 사건 이후 한 번도 사과를 하기는커녕 오히려 당당하게 다녀서 남아있는 경비원들이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상태다.

결국 폭언을 들은 경비원 3명 중 한 명은 회사를 그만뒀다. A씨의 경우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만두지도 못하고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니까, 40억원이 넘는 고품격 오피스텔 입주민은 “‘당신 같은’ 사람” 한 마디로 계급을 나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