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샤오눙] 중국이 美中무역협상에서 강경노선으로 전환한 이유 ②

청샤오눙(程曉農)
2019년 09월 9일 오후 12:50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9

미·중 무역 협상을 우호적으로 마무리하려던 중국이 최근 강경 대응으로 태도를 바꿨다.

자국 경제에 장기적인 고통을 초래하더라도 미국에 ‘단기적 고통’을 줌으로써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을 뒤집으려는 의도다. 그러나 이러한 양패구상식 전술은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 1년간 중국은 “미·중 무역적자를 완화하고 지적재산권 침해 중단하라”는 트럼프의 요구에 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여유만만이었던 건 “서양 정치는 돈에 의해 움직인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중국은 자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을 동맹군으로 여겨왔다. 중국 시장에 그들에 이익을 안겨주는 한, 이들이 앞장서서 트럼프 행정부에 압력을 넣어 대중 정책을 포기하게 해주리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하면서, 미국 기업들은 중국의 예상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의 관세를 피하고자 주문을 취소하거나 타국으로의 공장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둘씩 트럼프 편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것이 중국은 미·중 무역 협상에서 강경 기조로 바뀌게 된 이유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 제품에 관세를 물려 트럼프에게 더 강한 충격을 주려 한다.

<관련기사> [청샤오눙] 중국이 美中 무역 협상에서 강경노선으로 전환한 이유 ①

그렇다면, 중국 지도부는 자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예상을 하지 못했을까. 바로 중국은 시장이 크고, 완전한 공급망(supply chains)을 갖춘 세계 유일한 국가이며, 외국기업이 높은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3장의 카드 때문이었다.

그러나 3장의 카드 역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우선 외국기업 입장에서 중국 시장은 포화상태에 도달해 더 높은 이윤을 얻기 어렵다.

완벽한 공급망은 현재에 안주하고 있는 외국기업과 중국계 관리자들에게는 확실히 유리한 점이지만, 중국에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신규 진출 기업 입장에서는 오히려 시장개척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외국기업의 영업이익이 높은 건 맞지만 10~20%나 되는 관세를 부담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관세 부과로 수많은 미국 기업들은 값싼 ‘메이드인 차이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있다.

중국 지도부의 오판이 여기까지였다면 트럼프의 대중 정책에 적절히 대응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지도부는 세계 경제에 대해서도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바로 경제 세계화가 중국 없이는 성립할 수 없으리라는 잘못된 확신이었다.

중국 지도부의 오판 1 – 중국은 영원히 ‘세계의 공장’이다

중국 지도부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된 것은 경제 세계화에 따른 필연적 결과였으며,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제조업 구도가 항구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중국이 경제 세계화의 주도권을 쥐고서 한 단계씩 성장해나갈 수 있으리라 낙관했다.

사실, 경제 세계화는 자본과 기술이 끊임없이 유동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자본과 기술은 지금까지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옮겨가지 않은 전례가 없다.

지난 20세기 이후 세계화 과정에서 대규모 제조업 이전은 4차례 발생했다. ▲20세기 초 영국의 일부 과잉생산 시설이 미국으로 이전했고 ▲1950년대 미국의 강철, 방직 등의 전통 산업이 일본과 독일로 이전했으며 ▲1960~70년대 선진국들이 아시아의 ‘네 마리 용’과 일부 라틴아메리카로 경공업, 방직 등의 산업을 이전했다. ▲1980년대에는 선진국과 신흥공업국들이 노동집약형 산업과 낮은 기술의 소모산업을 개도국으로 이전했다.

2000년부터 시작된 산업 이전의 최대 수혜 지역은 중국이었고, 이 과정에서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됐다.

그러나 그 후 중국 시장의 고임금, 고세율, 에너지 가격 상승, 환율, 노동생산성 악화 등의 영향으로 서서히 탈중국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사이 동남아 지역의 제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세계 제조업에 제5차 대이동을 촉발한 것이다.

약 10년 전부터 ‘세계의 공장’이 동남아로 옮겨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우선 미국 시장을 겨냥한 일부 노동집약형 또는 단순기술형 제품 공급망이 중국을 이탈하면서 패션, 제화, 완구 등 산업에서 ‘공급망 재배치’(supply chains reallocation)가 시작된 것이다.

그때부터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내림세로 접어들었다. 미·중 경제전쟁은 이러한 추세를 더 가속할 것이다.

중국 지도부의 오판 2 – 트럼프만 물리치면 외국기업들이 돌아올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세계의 공장’ 시스템이 완성됐으므로 어떠한 외부의 변화라도 중국 공산당의 이익에 손실을 끼치는 위협으로 간주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의 대중 무역정책이 변화하자, 중국 공산당은 트럼프를 세계의 공장을 무너뜨리려는 적으로 여겼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쓰러뜨리기로 했다. 적을 이기기 위해 어떤 피해라도 감수하는 것은 공산당의 생리였다.

이런 생각 뒤에는 트럼프의 대중 정책을 좌절시키기만 하면 세계의 공장 지위를 다시 회복하고 계속 번영을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중국에 투자한 외국기업의 입장에서는 계속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편하다. 하지만 미·중 양국의 경제 대립은 기업 경영에 가장 큰 불확실성의 위험요소로 작용했다.

수많은 외국기업은 영업적자 때문이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리스크를 줄이고자 거래처를 바꾸거나 또는 공장을 이전했다. 이런 와중에서 중국 공산당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자 외국기업들의 우려는 더욱더 깊어졌다.

니혼게이자이 7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현재 경제 세계화의 공급망은 중국과 비중국으로 양분돼 있으며,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 외부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인도와 베트남 등 중국 주변국에 대한 투자액은 지금 10~30% 증가했고 투자지역의 분포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대만의 IT기업 역시 앞다퉈 동남아와 미국으로 생산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한 연구기관 통계에 따르면 대만의 900여 상장기업 중에서 이미 191개가 동남아와 인도에 투자했다. 인도는 대만기업을 환영하고 있다. 베트남은 외국인 투자가 많은 나라다.

물론 중국은 여전히 세계의 공장이다. 하지만 선진국 시장의 구매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우선 최종상품 구매가 줄어들고 그다음 부품 구매처가 바뀌고 있다. 많은 기업이 동남아 쪽으로 거래처를 돌리고 있다. 세계 경제에서 ‘비중국’ 공급망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중국지도부의 착각 3 – 공급자가 왕이다

베이징 당국의 경제 세계화에 대한 세 번째 착각은 사회주의 경제 제도를 운용하기 때문에 재화의 공급에 관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계획경제의 사고방식으로 경제세계화를 인식한 것이다.

즉 세계 공장이 세계 경제의 명줄을 좌우할 수 있다고 여기고 수중에 쥔 공급망에 의지해 구매 상대방의 목을 눌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여겼다.

경제세계화의 기본 배경은 판매자 측이 멋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매자의 말이 통하는 시장이다. 주문은 모든 것을 결정하며 상품 판매자는 반드시 주문서에 따라야 한다. 구매자는 단일한 판매자와만 거래하는, 판매자가 왕인 구조가 아니다.

중국의 세계공장 공급망은 본래 외국기업이 이전해 온 것이지 중국이 독창적으로 기술과 설비의 생산체계를 독점한 것이 아니다. 외국기업의 도움을 받아 이런 공급망이 점차 완벽해졌다. 그렇다고 외국기업이 공급망을 구축할 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단지 다른 나라에 투자해 새로 공급망을 만들거나 기술자나 노동자 훈련하는 비용이 아까워할 따름이다.

지금 미·중 간의 경제대립 구조가 일단 형성되기만 하면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이나 장기간 중국에서 구매해왔던 다국적 기업들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한편으로는 주문처를 바꾸고 또 다른 나라에 새로운 공급망을 세우기 시작할 것이다.

여기에는 당연히 어느 정도 과정이 필요하고 특히 공급망이 비교적 긴 업종의 경우 하류의 설비나 공장을 다른 나라로 옮겨갈 수 있다.

물론 부품은 여전히 중국에서 수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 중국 부품에 대한 의존(특정 제품에서 중국 부품의 의존도가 높으면 미국 수출 시 고액의 관세를 물어야 한다)을 줄이기 위해 서방 기업들은 간단한 부품부터 시작해서 부품을 완전히 대체할 때까지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나 지역에 공급망을 건설할 것이다.

중국공산당이 선진국의 구매를 유지하지 못하게 될 경우 치를 가장 큰 대가는 ‘한번 떠난 고객은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이 일단 옮겨가면 다른 곳에 자리를 잡은 후 자연스레 기존 거래처를 다시 찾지 않게 되며 세계공장의 주문도 점점 감소할 것이다. 앞으로는 주로 유럽이나 아프리카 등으로 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지난 20여 년간 중국의 매년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시장의 흑자로 외환보유고를 보충해온 국면이 더는 반복될 수 없을 것이다.

미·중 경제전쟁의 승패는 이미 드러나

현재 미국 기업계는 미·중 경제 관계의 악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신중하게 쌍방간의 관계를 처리해주길 원하고 있다. 또는 트럼프가 앞으로 일부 상품에 대한 관세를 취소하거나 일부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낮춰줄 것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계가 직면한 큰 리스크는 이미 기정사실이 되었다. 그 어떤 경영자도 자기 회사의 미래를 걸고 ‘중국을 고수’하는 모험을 하진 않을 것이다.

기업가로서는 비가 오기 전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 트럼프의 대중 관세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어떤 양보를 하든 상관없이 미국기업은 플랜 B에 대한 준비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는 중국공산당에 대해 말하자면 바로 ‘장기 고통’이 연장되는 것이다.

중국 속담에 ‘사람이 앞날을 대비하지 않으면 반드시 우환이 생긴다’라는 말이 있다. 중국 경제의 하락은 더 가속화될 것이며 갈수록 더 뚜렷해질 것이다.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각종 응급조치가 계속 등장할 것이다. 예를 들면 자본을 철수하려는 외국기업의 자금을 외환으로 바꾸는 것을 불허하거나 혹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외국기업이 공장을 팔고 철수하는 것을 방해하는 등이다.

이런 식의 작법은 외환보유액의 고갈에 대비한 고려이긴 하지만 동시에 국제금융에 있어서 중국공산당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미·중 간의 경제전쟁이 어디까지 가건 중국의 대외개방 약속은 모두 서방국가들의 기대를 계속해서 저버려왔다. 이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의 위기감을 고조시켜 투자 철회를 초래할 것이다. 이러한 투자 철회를 막으려는 중국공산당의 조치들은 다시 외국 기업의 걱정을 더 강화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미중 관계에서 중국공산당의 강경한 자세는 하나의 도박이지만 중국 경제의 앞날에 대해 말하자면 상처만 남게 된다.

미국에 대해 말하자면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이 제한적이고 금융 시장에 혼란이 생길 수는 있지만, 전체 경제는 여전히 상당한 정도로 잘 유지될 것이며 별다른 ‘장기 고통’이 없을 것이다. 이를 통해 보건대 미·중 경제전쟁은 비록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사실 승패는 이미 처음부터 분명히 드러난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