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동생들을 질투한다?” 세상 억울한 맏이의 마음 대변한 오은영 박사

이서현
2020년 09월 29일 오후 4:23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41

“너는 첫째니까…”

형제자매가 있는 집에서 제일 처음 태어난 아이에게 평생 이름처럼 붙는 말이다.

혹여, 부모가 이런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더라도 맏이는 은연중에 이런 기대를 인지하게 된다.

첫째여서 모범을 보이고, 첫째라서 양보를 하고, 첫째니까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부담감 같은 걸 말이다.

KBS2 ‘왜그래 풍상씨’

그래서인지 유난히 맏이 중에는 왠지 모를 억울함(?)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다.

궂은일을 다 떠맡고도 당연시 되는게 첫째의 운명이다.

그런데도 동생에게 무엇인가를 양보하지 않으면, 질투하는 걸로 치부된다.

유튜브 채널 ‘오은영 tv’

유튜브 채널 ‘오은영TV’를 통해 육아비법을 전수 중인 오은영 박사는 “첫째의 반응을 다 질투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첫째의 반응은 경계선을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한 불편함을 표시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모두 자신만의 안전한 경계선이 있다.

누군가가 물건을 가져가서 화를 내는 건, 물건이 아깝거나 나눠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허락 없이 경계를 넘어왔기 때문이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첫째가 동생에게 장난감을 뺏기지 않으려고 하면 부모는 “아가잖아” “너는 왜 이렇게 욕심이 많니?”라며 양보를 강요한다.

여기에 더해 “부모님이 없을 때는 네가 보호자야” “동생을 잘 돌보라고 했지”라며 돌봄의 의무까지 부여한다.

자신의 경계선(소유)도 인정받지 못하고 비난까지 들으니 첫째는 늘 억울할 수밖에.

유튜브 채널 ‘오은영 tv’

오은영 박사는 부모들이 아이의 안전한 경계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돌보는 걸 너무 일찍 가르친다고 지적했다.

또 아이가 경계를 넘어오는 것에 대해 불편하게 느끼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눔보다는 소유를 먼저 가르치고, “동생이 네 거 만져서 불편하지”라며 경계를 침범당해 예민해진 첫째의 마음을 수용하라고 했다.

그다음에 돌보는 것도 가르쳐야 순서가 맞는다는 것이다.

유튜브 채널 ‘오은영 tv’

오은영 박사는 “이건 오냐오냐하는 것과 다르다. 아이의 정당성과 타당성을 인정해야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첫째의 불편함을 읽어준 오은영 박사의 말에 많은 이들이 위로를 받았다고 전했다.

시청자들은 “동생이 더 어린 건 맞지만 첫째도 부모의 애정과 관심이 필요한 어린아이였다는 걸 알았으면” “첫째로서 너무 와닿는다” “어른이 되었고, 굳어진 상처가 많지만 조금이나마 치유받고 갑니다” “엄마한테 보여드리고 싶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