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추스·팡빈·리쩌화…중국 시민기자 3인방 “살아있다” 주장 제기

한동훈
2020년 04월 3일 오후 10:36 업데이트: 2020년 04월 4일 오후 12:00

언론통제가 삼엄한 중국에서 용감하게 중공 바이러스(우한폐렴) 상황을 보도했다가 실종된 시민기자 3인방에 대한 소식이 전해졌다.

천추스(陳秋實), 팡빈(方斌), 리저화(李澤華) 등 시민기자들은 현재 당국에 체포돼 있으며, 실형 혹은 가택연금을 선고받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중국에서 반공활동을 하다 탄압받고 호주로 망명해 활동하는 유튜버 장왕정(蒋罔正)의 최근 방송에서 제기됐다.

장왕정은 중국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천추스와 팡빈은 각각 징역 1년형과 5년형을 선고받았다. 리쩌화는 6개월 가택연금에 처해졌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3월 13일 후베이성 정부, 우한시 공산당위원회, 후베이성 공안청, 베이징에서 파견된 당국자 등은 회의를 열고 시민기자 3인에 대한 처리방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천추스는 ‘공공질서 문란죄’로 징역 1년, 집행유예 불가가 선고됐다. 실형을 살도록 한 것이다.

팡빈은 ‘사회치안 문란죄’로 징역 5년, 3년 이상의 정치참여 박탈 처분이 내려졌다.

전직 CCTV기자 리쩌화는 6개월 주거감시 명령이 내려졌다. 주거감시란 자택이나 지정장소에서 지내도록 하는 일종의 가택연금으로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분이다.

감시는 공안요원이 아닌 리쩌화의 어머니가 맡기로 했다. 부모가 자식을 감시하도록 한 것이다.

우한 현지 취재 중인 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천추스 | 화면 캡처

그동안 중국 온라인에서는 실종된 시민기자 3인방의 행방에 대해 궁금해 하는 네티즌의 글이 종종 목격됐다.

위챗의 한 단톡방에는 ‘팡빈이 실종된 지 오래됐는데 다들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아쉬움을 담은 메시지가 올라오기도 했다.

적잖은 네티즌은 “시민기자들을 잊지 않고 있다. 다만 정보가 차단됐고 봉쇄로 집을 나갈 수 없을 뿐”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호주 유튜버 장왕정을 통해 3인의 근황이 알려진 것이다.

소식을 접한 이들은 시민기자들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반갑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형과 가택연금 등 고초를 겪게 돼 안타깝지만 용감하게 목소리를 낸 이들이 생존해 있다는 사실은 작은 희망이 되고 있다.

시민기자 3인방은 중공 바이러스 확산 속에서도 당국의 정보통제로 눈과 귀가 가리워진 사람들을 위해 진실한 정보를 전하려다 실종됐다.

지난 1월 우한에 봉쇄령이 내려지기 직전 우한에 도착한 천추스는 카메라 앞에서 “절대로 헛소문을 퍼뜨리지 않고 사실만을 그대로 보도하겠다”고 맹세했다.

이후 보도활동을 펼치던 천추스는 2월 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어머니에게 “우한 팡창병원(임시병원)을 촬영하러 가겠다”고 말한 뒤 연락이 끊겼다.

우한의 자원봉사자 팡빈은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병원을 찾아가 중공 바이러스 실태를 직접 카메라에 담았다.

팡빈은 우한제5병원으로 들어가 5분 만에 시신 8구가 실려 나가는 충격적인 영상(아래)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렸다가 2월 10일 우한의 집에서 체포됐다. 당시 중공은 사망자 수를 은폐하고 있었다.

CCTV 기자출신 리쩌화는 이번 사태의 진원지로 추정되는 우한바이러스 연구소를 추적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쩌화는 2월 26일 유튜브 생방송 도중 마스크를 쓴 채 들이닥친 괴한들에게 끌려가 그대로 연락이 두절됐다.

그는 실종 직전 “우한바이러스연구소를 탐방했다가 국가안보 요원들로부터 추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생방송 도중 리쩌화의 집으로 침입하는 괴한들. |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