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감염 140명 육박…비상사태 돌입한 베이징, 제2의 우한사태 우려

리윈(李韻)
2020년 06월 17일 오후 2:53 업데이트: 2023년 08월 26일 오후 9:13

우한 폐렴(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집단 발생으로 중국 수도 베이징에 비상이 걸렸다. 재확산 위험이 커지면서 베이징이 제2의 우한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됐다.

중국 당국은 지난 11일 약 57일 만에 베이징에 다시 신규 확진자가 나온 이후 엿새 동안 누적 확진자 140명이 발생했다고 17일 발표했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11일 신규 확진자 1명을 시작으로 12일에는 확진자 6명이 발생했다. 13일과 14일에는 36명씩 쏟아졌다. 15일 27명, 16일 31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면서 총 137명으로 늘었다.

그 외 관찰대상인 무증상 감염자는 12명이다. 중국은 핵산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와도 기침이나 발열 등 증상이 없는 무증상 감염자를 확진자로 집계하지 않는다.

제2차 확산 진원지로는 펑타이구에 있는 신파디(新發地) 농수산물시장이 지목됐다.

베이징 당국에 따르면, 지난 11~12일에 발생한 재확산 초기 신규 확진자 7명 중 6명은 최근 2주간 베이징을 떠나지 않았고 다른 지역 주민과 접촉도 없었으나, 모두 신파디 시장을 방문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베이징 당국이 지난 12일 시내 전 농산물 도매시장과 대형마트 종사자 및 생선·육류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약 2천건 이상의 선별적 검사에서는 신파디 시장 종사자 517명 중 45명이 핵산 검사 양성 반응이 나왔다.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우한폐렴(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집단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경찰들이 새로운 진원지인 베이징 신파디(新發地) 시장입구를 지키고 있는 | GREG BAKER/AFP via Getty Images

이 발표가 맞는다면 신파디 시장에서 재확산된 중공 바이러스 감염률(확진율)은 8.7%다.

그러나 13일 글로벌 중화권 매체 ‘희망지성’과 인터뷰에서 현지인들은 당국의 공식발표에 대한 불신과 실제 확진율은 훨씬 높으리라는 우려를 드러냈다.

베이징 시민 판(潘)모씨는 “왕푸징, 웨탄, 시단, 펑타이구, 시청구, 둥청구, 차오양구에서 모두 감염자가 나왔다. 베이징의 여러 농산물 도매시장이 모두 폐쇄됐다”며 “(거주단지 출입 시 하던) 체온측정도 오늘 아침부터 재개됐다”고 말했다.

전 군무관 리(李)모씨는 “베이징에서 발표한 것보다 실제로는 10배 이상일 것”이라며 “신파디 시장 상인은 해산물 판매구역에서만 4천명이 넘는다. 확진자를 밀접 접촉한 상인들도 많다. 전수 검사할 경우 확진자는 훨씬 많을 것이다”라고 짐작했다.

17일 현재 베이징 보건당국은 신파디 시장 종사자 8천명을 검사하고, 신파디 시장을 방문한 베이징시민 20만명을 대상으로 핵산검사를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시 전체로 비상체제 확대…랴오닝성은 베이징발 여행객 격리

신파디 시장이 위치한 펑타이구는 12일 전시(戰時)에 준하는 비상체제에 돌입했고, 15일에는 비상체제가 베이징시 전체로 확대됐다.

베이징 당국은 16일 중공 바이러스 대응 수준을 3급에서 2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방역 조치를 강화함에 따라 앞으로 베이징 출입 관리를 강화하고, 다른 지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 모두에게 핵산 검사를 하기로 했다.

베이징을 떠나는 사람은 출발일 기준 7일 이내 핵산 검사 음성 판정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고위험 지역인 거주단지 등은 봉쇄됐으며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 실내 장소와 공원의 입장객 수도 정원의 30%로 제한된다.

등교를 재개했던 고3과 중3 수험생을 포함해 전 학년의 등교를 중단했다. 15일로 예정했던 초등학교 저학년 개학도 잠정 중단했다.

베이징과 가까운 랴오닝성에서도 비상조치를 발령했다.

베이징의 무장경찰들이 지난 13일 폐쇄된 베이징 신파디 시장 입구에서 마스크를 쓴 채 음식물을 운반하고 있다. 이날 베이징 남부의 11개 거주단지 신파디의 우한폐렴(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집단발병과 관련돼 폐쇄됐다. | GREG BAKER/AFP via Getty Images

15일 로이터통신은 전날 랴오닝성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2명이 모두 베이징에서 12일에 보고한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라고 보도했다.

랴오닝은 13일 오후 8시부터 베이징 펑타이구, 시청구 웨탄거리, 팡산구 창양진에서 랴오닝성으로 들어온 사람들에 대해 14일간 격리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이날 랴오닝성 다롄과 단둥, 산시성 뤼량, 헤이룽장성 다칭 등 도시 보건당국에서도 베이징행 여행 경고를 내렸다.

한편, 중국 공산당과 정부, 언론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원이 시장에서 취급되던 노르웨이산 연어라는 것이다.

장위시(張玉璽) 신파디 시장대표는 시장 내 수입 연어를 절단할 때 쓰는 도마에서 중공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고, 베이징 시장 천지닝(陳吉寧)도 이를 반복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측근인 차이치(蔡奇) 베이징 당서기는 지난 13일 베이징시가 비상시기 돌입했다고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당대회 참석 당시 모습. | Lintao Zhang/Getty Images

하지만 같은 연어를 공급받은 다른 도매시장에서는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바이러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숙주가 포유류이기 때문에 연어를 포함한 어류는 바이러스의 숙주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