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방화 살인 사건’ 당시 흉기 찔리며 주민 구하다 결국 ‘실직’한 직원

이서현
2019년 11월 26일 오전 11:11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45

올 초 경남 진주에서 벌어진 끔찍한 방화 살인 사건 당시 몸을 던져 주민을 구한 관리사무소 직원이 있었다.

헌신적인 모습으로 많은 감동을 안겼던 그 직원이 사고 후유증으로 실직 후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5일 MBC 뉴스는 지난 4월 진주에서 있었던 안인득 방화 사건 당시 아파트를 관리하던 직원 정연섭(29) 씨의 사연을 조명했다.

당시 아파트에 불을 지른 안인득은 불길을 피해 도망가는 사람들을 비상계단에서 기다렸다 차례로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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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전체가 공포에 휩싸였을 때 정씨는 계단으로 올라가 안인득을 막아섰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흉기를 손에 들고 있는 게 보이니까 그때는 많이 무서웠다”라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이어 “비상계단에서 누가 다쳤다고 비명을 지르면 거기에 정신이 들어 다쳐도 쫓아갔다”고 덧붙였다.

그는 얼굴을 찔려 피를 흘리면서도 끝까지 주민들의 대피를 도왔고 마지막으로 응급차에 올랐다.

광대뼈 골절에 잇몸과 턱이 내려앉고 얼굴 신경 절반이 마비된 그는 20주 진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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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할 수 없게 되자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휴업급여도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얼굴만 다쳤지 일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그에게 하루치 급여 ‘6만 6천원’만 지급했다고.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연이 알려지자 휴업급여는 다 받았지만 이후 더 큰 문제가 남아있었다.

다시 아파트 출근을 한 그는 사고 당시 충격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었고 어쩔 수 없이 석달간 무급휴가를 신청했다.

관리업체는 곧 정씨를 대신할 직원을 채용했고 그는 사직서를 낼 수밖에 없었다.

노모와 할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정씨는 3개의 전기와 전자 계통 자격증을 보유하고서도 취업을 위해 다른 자격증 취득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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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의 사연을 아는 이들은 정의롭고 성실한 그를 누군가 특별채용 해달라며 호소했다.

의로운 시민이라며 표창장을 준 LH측은 특혜 소지가 있어 특별채용은 힘들다는 입장.

그와 함께 일한 아파트 소장은 다음과 같은 말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근무자의 역할을, 최선을 다했음에도 실직되는 일이 발생하면 누가 내 몸을 던져가며 이런 의로운 일을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