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대 선 파우치…“마스크 무효→유효 말 바꾼 근거 못 대”

황효정
2022년 11월 30일 오후 4:34 업데이트: 2022년 11월 30일 오후 4:34

미국 ‘코로나19 대응 사령탑’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파우치 소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 국립보건원 본부 청사에서 진행된 심문에서 “마스크 착용이 옳은 선택이었다는 걸 입증한 연구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퇴임을 한 달 앞둔 파우치 소장은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다른 고위 관리들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메타(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 거대 기술기업(빅테크)과 짜고 SNS 이용자들을 불법 검열한 혐의로 제소됐기 때문이다.

소송을 한 원고는 공화당 소속 미주리주 법무장관 에릭 슈미트, 루이지애나 법무장관 제프 랜드리 등이다. 이 밖에 두 명의 의사와 전직 하버드대 의대 교수 마틴 쿨드로프 박사도 원고로 참여 중이다.

원고 측 변호인단은 이날 파우치 소장의 발언을 전하면서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충분한 의학적 근거 없이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수립·집행하면서, 이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료인이나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를 SNS에서 부당하게 삭제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슈미트 법무장관 역시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파우치 소장이 마스크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적이라고 입증하는 연구를 단 한 건도 인용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슈미트 법무장관은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는 파우치 박사가 팬데믹 기간, 미국인 검열에 얼마나 개입했는지 알 자격이 있다”며 “나는 거대 정부가 빅테크와 공모한 사건에 대해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팬데믹 초반,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파우치 소장은 마스크 착용 자제를 권장했다가 두 달 만에 입장을 바꿔 논란이 됐다.

파우치 소장은 2020년 2월 “증상이 없으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의약품점에서 구입하는 평범한 마스크는 바이러스를 차단할 정도로 촘촘하지 않아 그대로 바이러스가 통과된다”고 말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코로나19 감염 예방과 관련해 ‘하지 말아야 할 일’ 세 가지 중 하나로 “마스크를 쓰지 말라”를 명시했다. 첫 번째는 ‘중국에 여행 가지 말라’였다.

그러나 같은 해 4월 파우치 소장은 돌연 입장을 바꿔 “증상에 관계없이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했다.

CDC 역시 같은 달 마스크 관련 지침을 발표해 착용을 의무화했다. 로버트 레드필드 당시 CDC 국장 등은 그 근거로 “무증상 감염 예방”을 들었다. 이날 파우치 소장도 미 PBS에 출연해 무증상 감염의 위험성을 설명하며 마스크 착용을 강조했다.

하지만 파우치 소장이나 CDC 모두 어떠한 연구자료도 근거로 제시하지 않았다.

이후 파우치 소장은 이듬해 4월 MSNBC에 출연, “의료진에 공급할 마스크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라고 한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면서 착용 의무화로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더 많은 데이터, 더 많은 정보를 얻으면서 도출된 결과”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어떤 데이터와 정보에 의한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번 심문은 지난 10월 루이지애나주 서부 지방연방법원의 명령에 따른 것이다.

2020년 6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상원 위원회에서 증언하기 전에 마스크를 내리고 있는 미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앤서니 파우치 박사. | Kevin Dietsch/Pool/Getty Images

소송 피고인 파우치 박사를 포함해 젠 사키 백악관 전 대변인, 젠 이스털리 사이버보안및인프라보안국(CISA) 국장 등은 증언을 거부했으나, 법원은 선서 증언을 하라고 판결했다.

대신 원고는 증인의 처지를 고려해, 법원이 아닌 근무처에서 증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에 따라, 파우치 박사는 근무지인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있는 국립보건원 청사 건물에서 선서 증언을 하게 됐다. 선서 증언은 증인이 법정에서 진실만을 말할 것을 선서한 후 증언하는 것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법정이 아닌 곳에서 진술하거나 서면으로 진술하는 것도 가능하다.

파우치 소장은 지난달 23일 국립보건원에서 7시간에 걸쳐 선서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고 측 변호인단 중 한 명인 제닌 유네스 변호사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파우치 소장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고 증언할 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고 전했다.

유네스 변호사는 “현장에 파견 나온 법원 서기(속기사)가 코를 훌쩍거리자 파우치 소장은 ‘감기에 걸렸냐’고 물었고 서기는 ‘알러지가 있다’고 대답했다”며 “그러나 파우치 소장은 서기에게 마스크를 써달라고 말하며 불편함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그녀는 “파우치 소장은 ‘지금 내가 세상에서 가장 원하지 않는 건 코로나에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결국 서기는 파우치 소장의 요청에 의해 7시간의 증언 기간 내내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슈미트 법무장관은 “바로 이것이 미국을 봉쇄하고 수많은 미국민의 삶과 생계를 망친 사람의 사고방식”이라며 ‘내로남불’ 행태를 비판했다.

파우치 소장은 심문 이후 진행한 CBS, NBC 등과의 인터뷰에서 증언 내용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에포크타임스의 논평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파우치 소장의 증언을 녹취한 법원 기록물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 이 기사는 자카리 스티버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