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휴대폰 판매량 순위서 화웨이 5위 밖으로 추락, 1위는 아이폰

한동훈
2020년 10월 10일 오후 4:43 업데이트: 2020년 10월 10일 오후 4:43

인도 시장서도 판매량 하락, 삼성전자 수혜

최근 두 달 동안 중국의 휴대전화 인터넷 판매 순위에서 화웨이가 5위 밖으로 밀려나고 아이폰이 1위를 차지했다.

지난 8월 “우리(중국인)도 애플 스마트폰을 쓰지 않을 수 있다”던 미국의 위챗 금지령에 호기롭게 맞받아쳤던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젠(趙立堅)의 발언을 무색케 한 결과다.

중국 대형 포탈 시나닷컴과 소후에 따르면,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이 자체 운영(自營)하는 휴대전화 판매 순위 8~9월 차트 상위 5위권에 중국 화웨이 제품이 하나도 없었다. 1위는 미국 애플의 아이폰11이었다.

재미 경제학자 톈베이밍(田北銘)은 지난 6일 자신의 트위터에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받은 이후 첫 성적표인 8월 휴대전화 판매량이 5위 밖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1위인 아이폰11의 판매량은 6위인 화웨이 P40의 5배에 가까웠다. ‘화웨이 지지, 애플 보이콧’을 외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고 꼬집었다.

중국은 미국의 위챗 금지에 맞서 아이폰을 불매하겠다고 위협했다.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지난 8월 28일 새벽 1시께 트위터에 “미국이 위챗을 금지한다면, 우리도 애플 스마트폰을 쓰지 않을 수 있다”고 전날 기자회견 발언 영상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물에는 ‘Twitter For iPhone’이라는 문구가 표시됐다. 해당 게시물을 아이폰에서 작성해 올렸다는 뜻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아이폰을 불매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정작 위협 메시지를 아이폰으로 작성했다는 역설적 상황은 중화권에서 적잖은 웃음거리로 떠올랐다.

중국 아이폰 불매를 위협한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 트위터, 맨 아래에 ‘아이폰으로 작성(Twitter for iPhone)’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 트위터 캡처

누리꾼은 “자오리젠 대변인도 쓰네, 아이폰” “입으로는 아이폰을 거부하지만, 몸은 솔직하게 아이폰으로 트위터를 하는군”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중국에서는 올해 들어 6월부터 틱톡 중국어판인 ‘더우인’,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를 통해 ‘아이폰 불매, 화웨이 지지’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직원들에게 아이폰 사용을 금지하며 위반 시 해직을 경고하고, 화웨이 휴대전화 구매시 보조금 지원을 약속한 중국 기업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겉보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누리꾼은 “애플만 미국 제품이냐? 국산 휴대전화에 다 미국 부품이 들어가고 일상생활이 다 해외 기술과 제품으로 이뤄지는데 애플만 불매? 다른 건 불매 안 하나?”라고 허위성을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애플은 외국기업이지만, 전 세계 생산량을 중국의 폭스콘 공장에서 만든다. 일자리 수십만 개를 날릴 셈인가?”라고 반박했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애국소비’라며 화웨이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그만큼 화웨이 제품의 불량을 질타하는 게시물도 늘어나고 있다.

액정 변색, 카메라 덮개 균열, 사진에 녹색 줄 발생, 발열, 배터리 내구성, 유격 등 화웨이 스마트폰에 대한 불만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 내수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화웨이 주력 스마트폰 제품군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인 인도에서 화웨이는 지난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동남아시아에서도 같은 결과를 보였다.

유럽 시장에서의 2분기 점유율은 전년 22%에서 16%로 떨어졌다.

호주에선 화웨이 휴대전화의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5% 급감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 외에 상위 모델 단종 위험에도 처해있다.

미국은 지난달 15일부터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금지했다.

화웨이는 이에 대비해 반도체 부품 재고를 최대한 축적했지만, 내년 스마트폰 예상 출하량을 올해 초 밝혔던 수치보다 74%가 줄은 5000만 대로 지난 9월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