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포스트 톈안먼 세대’에게 가해지는 교묘한 정치 세뇌

프랭크 팡
2015년 10월 8일 오후 3:32 업데이트: 2019년 10월 26일 오후 9:09

1989년 6월 4일, 베이징의 중심가에서 수천 명으로 이루어진 시위대가 기관총 사격에 쓰러지거나 탱크에 깔려 무너졌던 날, 그 희생자는 이들의 육신만이 아니었다.

중공군이 톈안먼 광장에서 무자비하게 민중의 소리를 평정한 날로부터 26년 뒤, 국민들의 희망뿐만 아니라 이들이 자국의 지도자들을 바라보는 방식 또한 바뀌었다.

뉴욕타임스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해외 거주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중국이 비민주적이고 자유롭지 않으며 인권 침해가 발생하는 국가라는 서양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다. 또 다른 뉴욕타임스의 설문에 의하면 해외 거주 중국인중 약 5.7퍼센트만이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라고 여겼다. 참고로 중국 정부는 자국의 정치체계를 ‘협상 민주주의’로 칭한다.

또한 거의 절반에 달하는 이들이 중국 내 인권 문제가 ‘나쁘다’ 혹은 ‘매우 나쁘다’라고 답했음에도,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민주주의가 ‘사회적 불안정함’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절반 이상이 정책 집행에 만족하거나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가짜 신사, 정직한 악당

전통 공자 철학이 사회를 이끌던 시기의 고대 중국인들은 선행을 쌓고 군자가 되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군자의 반대말은 소인으로 말 그대로 작거나 옹졸한 이를 나타내며 자신의 개인적 이득만을 쫓고 행동을 할 때 선행을 무시하는 악당을 뜻한다.

상당히 가시적이며 매우 상징적인 톈안먼 대학살이 중국 공산당을 위선적인 정권 또는 ‘가짜 신사’로서의 면모를 폭로했다면, 정부가 지원하는 정실(패거리)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구 소련식 중앙 계획을 따라한 덩샤오핑의 경제 개혁은 당의 마르크스주의적 유토피아 이념에 종말을 고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내에서 공산당이 유일한 정치권력으로 남았으며, 막시즘의 오래된 이론들과 레닌주의적 권력구조는 오랜 시간동안 시장 경제의 현실에 의해 무효화돼 왔다. 공산주의적 이상이 거부당하면서 더불어 1989년부터 중국 교육에서는 도덕 및 윤리적 공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현재 독일에 거주중인 중국 반체제 인사이자 기자인 장핑(Chang Ping)은 NTDTV와의 인터뷰에서 톈안먼 사태 이후 이어진 중국교육의 주요 변화가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마르크스와 마오쩌둥의 가르침이 더 이상 공산당에 합법성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바탕에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젊은 세대를 낳았다고 전했다. 그가 ‘정직한 악당’ 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것이다.

또한 장핑은 톈안먼 사태로 인해 공산당 정권이 선전해온 의롭고 민주주의적이며 자유롭고 번창하고 영예로운 모습이 위선적이라는 것이 밝혀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초기 단계’라는 이름의 유효 선전은 당의 새로운 전락적 변화로서 중국이 완전하게 의롭지도 민주주의적이지도 자유롭지도 않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핑은 동시에 톈안먼 사태 이후에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더 이상 공산당을 절대 실수하지 않는 존재라고 배우지 않으며 주기적으로 ‘태양 아래 모든 까마귀는 검고, 모든 국가는 자신들만의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그 누구도 정의나 의로움을 상징하는 척 해서는 안 된다’라는 격언을 듣게 되었다.

장핑은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부가 계획한 이 세계관이 여전히 유치원을 처음 들어가는 아동들에게 심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18일에는 9년 만에 처음으로, 또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가 집권한 후 첫번째로 통일전선부 회의가 이뤄졌다. 이 회의에서는 시진핑이 해외에서 공부 중인 학생들, 새 언론 매체의 대표들, 중국 내 부유한 엘리트층의 자녀들, 총 세 그룹을 대상으로 교육적 노력에 대해 어떻게 강조해야 할 것인지 논의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 중에서도 (당이 필요로 하는) 재능의 중심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해외 유학생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 정부는 인터넷을 통해 교화 교육을 더욱 퍼뜨리고 있다.

정치 분석가인 탕징유안은 올바른 인터넷 사용을 선전하는 새로운 캠페인들이 결론적으로는 어린이들을 당이 허가하는 온라인 의견을 양산하기 위한 도구로 변화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옳고 그른 것의 차이를 모르며 보편적 가치에 대한 개념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이 아이들은 당의 옹호자들이 될 것이며 현 정권에게 있어서는 무료로 일하는 인터넷 선전원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직한 악당’의 방식

베이징에서 체포되었다가 도망친 뒤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중국 반체제 인사로 시각장애를 앓고 있는 천광천은 워싱턴포스트에 중국이 현재 1989년보다 더 심각한 무자유 상태에 처해있음을 묘사한 기고문을 게재했다.

이 기고문에서는 “중국의 경제와 빠른 개발에 대한 환상적인 이야기들은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들은 더욱 진실된 현상을 흐리고 있다. 바로 연고, 부패, 사기를 통해 부를 이룬 대부분의 엘리트 계층이 이익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라고 전했다.

장핑은 중국 당국은 옳고 그름을 논함이 없이 “이긴 사람이 상을 받고 진 사람이 비난을 받는다는 개념을 믿는 무리들을 키워내고 있다”고 말했다.

천광천은 현재의 중국 내에서 선전되고 있는 진실되고 거만하기까지 한 악당에 대한 장핑의 평가에 대해 동의하는 듯 보이며, 특히 1980년대에는 그리 흔치 않았던 오늘날의 노골적인 부패 행태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한다.

천광천은 “‘은밀하게 행동하던 도둑이 으스대며 돌아다니는 강도가 되었다’라는 말은 톈안먼 광장 대학살 이후 중국 사회에 뿌리내린 문구가 됐다. 이는 부정부패가 가속화되고 도덕성이 퇴보했음을 의미한다. 폭력을 허가함으로써 공산당이 특권을 누리고 있는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걱정하지 말고 부패를 즐기자! 우리에게는 총과 공권력이 있다. 우리에게 맞서는 이는 누구든지 진압될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