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탄도미사일, 대만섬 통과해 일본 EEZ 내 떨어져

일본 외교 당국 강력 항의

최창근
2022년 08월 5일 오후 4:03 업데이트: 2022년 08월 5일 오후 4:03

중국이 대(對)대만 봉쇄 훈련에 돌입한 가운데 ‘유탄’이 일본으로 튀었다.

8월 4일, 대만해협에서 군사 훈련 중이던 중국 인민해방군이 발사한 탄도 미사일 일부가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 떨어졌다. 이에 일본 정부는 중국에 강력 항의했다. EEZ는 자국 연안으로부터 200해리까지 자원에 대해 독점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수역이다.

8월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 등 일본 매체들은 중국 인민해방군은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하여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대만 동부 해상을 향해 발사한 수발의 탄도미사일 중 일부가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 안쪽으로 낙하했다.

일본 방위성은 총 9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확인했으며, 그중 5발이 오키나와현 하테루마섬 남서쪽에 자리한 일본 EEZ 수역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다만 항공기나 선박 피해는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방위성 관계자는 5발 가운데 4발은 대만 본섬 상공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방위성 발표에 따르면 9발은 4일 오후 2시 56분에서 오후 4시 8분 사이에 발사됐으며 비행거리는 350∼700㎞였다. 방위성이 제시한 각 미사일의 이동 경로에 따르면 9발 중 푸젠성(발사 지점 3곳 중 가운데 빨간 원)에서 총 5발(1번, 6∼9번), 저장성(발사 지점 3곳 중 오른쪽 빨간 원)에서 2발(4∼5번), 중국 내륙(발사 지점 3곳 중 왼쪽 빨간 원)에서 2발(2∼3번)이 각각 발사됐다.

9발 중 푸젠성과 저장성에서 발사한 5발(5∼9번)이 오키나와현 하테루마지마 서남쪽 일본의 EEZ 내에 낙하했다. 이는 중국이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설정한 6개 훈련 구역에 포함된 해역이다. 푸젠성에서 발사한 1번 미사일은 오키나와현 요나구니지마 북북서 방향 일본의 EEZ 밖에 떨어졌다. 중국 내륙에서 발사한 2∼3번은 대만 남부 해역에, 저장성에서 발사한 4번은 대만 북부 해역에 각각 낙하했다.

일본 방위성은 일본 EEZ 내에 낙하한 5발 중 푸젠성에서 발사된 4발(6∼9번)이 대만 상공을 통과해 일본 EEZ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 4발이 타이베이 주변 상공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에 대해서 ‘위협성’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지속하고 있으나, 탄도미사일이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 안쪽에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대만 북부, 남부, 동부 주변 해역에 총 둥펑(東風·DF) 계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 대신은 “일본의 안전 보장과 국민의 안전에 관련되는 중대한 문제로, 강하게 비난한다.”고 밝혔다. 더하여 중국의 군사훈련에 대해선 “매우 위압적이다.”라고 비판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호위함과 초계기 등을 동원해 경계 감시에 돌입했다.

일본 외교 당국도 항의에 나섰다.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쿵쉬안여우(孔鉉佑) 주일본 중국대사에게 “군사훈련을 즉각 중단하라.”고 전화로 항의했다.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차관은 이날 충쉬안여우 주일 중국 대사에 군사훈련을 즉각 중단하라며 전화로 항의했다. 캄보디아에서 개최 중인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 중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대신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공동으로 중국의 미사일 시험을 강력 비난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하여 중일 외교장관 회담도 취소됐다.

기시다 노부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군사훈련 중 발사한 탄도미사일 일부가 일본이 설정한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진 것을 거론하며 “중국의 행동이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 “일본과 미국이 공유하는 비전인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실현하는 데 있어 펠로시 의장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고 일본 내각부(內閣府·총리실) 관계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