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코로나19로 미국과 무역합의 이행능력 손상될 가능성”

하석원
2020년 02월 18일 오후 4:10 업데이트: 2020년 02월 18일 오후 4:1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서 중국이 대량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5일(이하 현지시간) 미중 양국이 최종 서명한 ‘1단계 무역합의’로 중국은 향후 2년간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하기로 약속했고, 이달 14일(미국 동부시간)부터 발효됐다.

그러나 중국이 약속을 이행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아시아 정치 및 경제 관련 전문가인 고든 창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는 지금 수축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뜻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염병과 싸우고 있는 중국의 일부 기업들이 공급계약을 지키지 못해 일어나는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가항력(Force Majeure)은 천재지변이나 파업·폭동 등 비상사태 등으로 계약 당사자의 통제를 넘어선 사태로 인해 국제계약 이행을 면책하거나 연기해 주는 조항을 말한다.

중국 3대 국영석유회사 중 하나인 중국 해양석유총공사( CNOOC)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유럽 최대 에너지기업인 로얄 더치 쉘과 토탈에 “LNG 인수물량을 줄이겠다”는 내용의 불가항력을 통보했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두 회사는 불가항력 선언 수용을 거부했으며, CNOOC가 LNG 하역을 거부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든 창은 이러한 CNOOC의 불가항력 선언이 “지금 중국 경제가 정말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중국은 여전히 1단계 무역 협정의 약속을 지킬 수 있다고 보았다. 중국은 중앙 정부가 “제품을 사들여 보관하라”고 기업에 강요하면 되는 명령식 체계가 살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역협정대로라면 중국은 향후 2년간 750억 달러 이상의 제조 상품, 500억 달러 이상의 에너지 제품, 약 380억 달러의 서비스 추가 구매와 2020년, 2021년에 각각 365억 달러, 435억 달러 상당의 미국 농산물을 구매해야 한다.

소니 퍼듀 농무장관은 지난 5일 텍사스주에서 열린 가축대회에서 기자들에게 중국이 이러한 공약을 이행하지 못한다는 소식은 없다며, 1단계 무역합의와 관련해 “중국에 유연성을 두어야 하는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 시장의 규모를 감안할 때 중국 정부는 그러한 목표를 달성할 여지가 많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그 거래를 존중할 것인가?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인 왕이는 지난 14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중국의 구매 약속 이행 능력에 대한 질문에 “1단계 무역합의 조항을 재검토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인 여행객규제 등 코로나19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과감한 조치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것이 협정 이행에 약간의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난했다.

고든 창은 왕이 부장의 발언에 대해 “중국은 수천만 명을 격리했다. 어떻게 다른 나라의 여행 제한을 비난할 수 있는가”라며 무역합의를 존중하지 않으려는 구실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든 창은 “1월 15일 (1단계 무역합의를) 약속했을 때, 그들은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의 심각성에 대해 알았다. (또한) 그들은 1월 7일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열었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감시 시스템을 운영하는 국가에서 사람들이 거리에서 죽어가는 것을 볼 수 없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1단계 무역합의 서명 후 중국의 약속 이행을 감시하기 위해 새로운 ‘양자 평가 및 분쟁 해결’을 위한 사무국을 신설했다. 분쟁이 일어날 경우 양측이 약 90일 안에 이견을 해결해야 한다는 게 주요 합의 내용이다.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농민들

2018년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중국의 보복관세가 여러 농산물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중국의 농산물 수입에 대한 합의는 미국 농부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무역전쟁 전 대중 수출량의 10%를 대두가 차지했기 때문에 미국의 콩 재배 농민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중국은 미국 대신 브라질 콩을 수입했었기에 1단계 무역합의 후 브라질 농가의 희생이 따를 것이다.

브라질 산업 협회의 추정에 따르면, 1단계 무역 협정의 결과로 브라질의 수출은 2% 감소할 전망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이 무역 협정을 지킬 것인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존 가라멘디(민주) 의원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이미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확실히 혼란을 겪고 있다”면서 “이제, 그것이 장기적으로 식량난을 일으킬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라멘디 의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중국에 식량난을 초래한다면 미국 식품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며 “그래서 중장기적으로 미국 농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단정하기는 정말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