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차이잉원 총통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 만나면 보복할 것

최창근
2023년 04월 3일 오후 2:55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47

중국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 외교 일정에 반발하여 ‘무력시위’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자전‧인지전 등 비(非)전통 전쟁도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다.

차이잉원 총통은 콰테말라, 벨리즈 등 중미 2개국 순방을 마친 후 미국 서부 LA를 경유하여 케빈 매카시 미국 연방 하원의장을 만날 경우, 지난해 8월 당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시에 준하는 군사훈련이 있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4월 3일, 중국 군사 전문가를 인용하여 “차이잉원 총통이 매카시 하원의장을 만날 경우, 인민해방군은 지난해 8월 펠로시 당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와 유사하게 대응할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대만섬을 둘러싼 대규모 훈련, 전투 순찰이 있을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연방 하원의장과 차이잉원 총통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보복 조치가 따를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3월 29일, 중국의 대만 업무 전담기구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펑롄 대변인은 “차이잉원 총통과 매카시 하원의장의 접촉이 성사되면 반드시 결연한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공개 경고했다.

앞서 차이잉원 총통은 순방 전 경유한 뉴욕에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시보’ ‘자유시보’ 등 대만 매체들은 “3월 30일, 뉴욕에서 차이잉원 총통이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를 비공개로 만났다.”고 보도했다.

대만 언론들은 “차이잉원 총통이 이번 순방에서 미국 연방 하원 거물 2명을 만나게 된다. 최근 온두라스와의 단교로 수세에 몰린 대만 집권 민진당이 외교 부문에서 실점을 만회하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대만 ‘자유시보’는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 마이클 매콜 공화당 의원이 4월 6일, 위원회 소속 의원 8명과 함께 대만을 방문할 예정이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1979년 4월, 대만관계법(臺灣關係法‧TRA) 제정 44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해석했다.

이 속에서 중국은 대대만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만을 관할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공중과 해상에서 고강도 군사 훈련을 실시했다.”면서 4월 2일 훈련 모습을 공개했다.

해상에서는 미사일 호위함 샹탄함, 미사일 구축함 타이위안함, 소브레메니급 구축함 타이저우함으로 편대를 구성해 실사격, 대잠수함 훈련 등 실전 훈련을 실시했다. 공중에서는 러시아산 수호이 30 전투기, 중국제 J-10 전투기를 동원한 야간 훈련을 실시했다.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이번 훈련으로 함정 편대의 합동 작전 능력을 검증했고 야간 공중 훈련을 통해 조종사들의 전투 능력을 크게 향상했다.”고 발표했다.

비전통전인 전자전, 인지전 실시도 예상된다. 홍콩 일간지 ‘명보’는 “차이잉원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면담이 성사되면 인민해방군이 특정 대만 군사 시설을 마비시키기 위해 전자전을 구사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전자전은 전자 장비를 활용해 적의 통신이나 네트워크를 교란해 피해를 주는 군사 활동이다.

실제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무렵 중국발 사이버 공격으로 추정되는 일들이 벌어진 바 있다. 한 대만 편의점의 TV 화면에 ‘전쟁 상인(商人) 펠로시는 대만을 떠나라’는 자막이 송출됐다. 대만 총통부, 외교부, 국방부, 타오위안국제공항 등 주요 시설 전산 시스템이 한때 제대로 작동되지 않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가짜뉴스’ 파문이 대만 외교계를 흔들기도 했다. 3월 31일, ‘연합보’ ‘중국시보’ 등 대만 언론들은 “대만 정부가 아프리카 가나와 외교관계 수립에 나섰다 브로커에게 속아 거액을 사기당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들 매체들은 홍콩발 소식을 인용하여 “외교부가 가나에 대표부 설립을 위해 금전 외교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신문들은 “장(張) 모 대만 외교부 전 동아시아‧태평양사(司) 부사장이 총통부 승인을 거쳐 2천300만 달러(약 297억7천만원)를 외교 브로커 기업인 황(黃)모씨에게 건넸으나 결과적으로 사기당했다.”고 전했다.

해당 보도 후 대만 외교부는 “금전외교 시도 보도는 허위이다. 악의적인 가짜뉴스이다.”라고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반박했다. 차이밍옌(蔡明彥) 국가안전국장도 “이러한 가짜 뉴스는 중국의 전통적인 인지전(認知戰) 수법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