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좁쌀’ 샤오미, 미 제재 기업 명단에 오른 이유는?

류지윤
2021년 02월 12일 오전 10:33 업데이트: 2021년 02월 12일 오전 11:09

미 국방부가 지난달 14일 발표한 제재 대상 기업명단에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샤오미(小米·좁쌀)를 포함해 중국기업 9곳이 등록됐다.

샤오미는 중공군과의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샤오미 회장 뇌군(雷軍·레이쥔)의 비즈니스 관계망 및 인맥에서 중국 공산당(중공) 군과의 밀접한 관련성이 드러났다.

미 국방부의 ‘중공군 관련 기업’(Communist Chinese Military Companies) 명단에 오른 중국 기업은 미국 개인·기관의 투자가 금지된다. 이날 샤오미가 이 명단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샤오미 그룹 주가가 급락해 홍콩 거래소 주식은 13.6% 하락했다.

샤오미 그룹은 다음날인 15일 공시를 통해 회사는 중공군이 소유하거나 통제하거나 중공군과 연관된 기업이 아니며 미국의 ‘국가수권법’(NDAA)에서 지정한 중공군 기업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2010년 베이징에서 설립된 샤오미 그룹은 스마트 하드웨어와 전자제품 개발과 스마트 홈 생태 조성에 종사하는 대형 모바일 인터넷 기업이다.

샤오미는 애플, 삼성, 화웨이에 이어 네 번째로 휴대전화 칩 자체 연구 능력을 지닌 휴대전화 회사로, 세계 최대 소비재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구축해 2억 5200만 대가 넘는 스마트 기기를 연결했다.

샤오미는 자사 칩 개발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글로벌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주요 시장은 인도, 동남아, 유럽 등이다.

샤오미와 군부의 관계

샤오미 그룹과 중공군의 관계는 회사 업무나 지분 구조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샤오미의 인맥이 군부와 끊어질 수 없다는 게 가장 중요한 요소다.

샤오미 테크놀로지의 창업자인 뇌군은 킹소프트(Kingsoft∙金山軟件)의 임원이자 주주이기도 하다. 그는 1992년 1월 정식으로 입사해 25세(1994년)의 나이로 킹소프트의 사장이 됐고 2007년 홍콩 상장을 이끌었다.

킹소프트의 전신은 장개경(張鎧卿·장카이칭)이 창업한 ‘홍콩 금산컴퓨터’이다.

장개경은 아프리카 국가 모리셔스에서 태어난 중국인으로 1935년 중국으로 귀국해 대학을 마치고 중공군 봉사단 소속으로 푸젠성(福建省)에 거주했다.

이후 1970년대 서방 각국이 ‘파리 코뮈니케’에 따라 중국에 대한 기술 수출을 제한하자, 장개경은 사적인 인맥을 이용해 칩 수입 사업을 벌였고, 중공 중앙군사위 산하 국방과학공업위는 장개경을 통해 미국산 칩을 들여와 잠수함, 위성 등 군사분야에 사용했다.

국방과학공업위는 중공군 국방과학기술 업무를 총괄하는 지도 기관이자 국무원의 지시를 받아 국방연구, 군용품 생산, 군수품 무역 업무를 총괄하는 종합 부서다.

국방과학공업위는 외국산 칩 수입을 촉진하기 위해 장개경에게 회사를 세우도록 지원했고 이 회사가 1978년 설립된 홍콩 금산컴퓨터다.

회사는 장개경의 아들 장선용(張旋龍·장쉔룽)이 인수해 칩 분야 사업을 계속했는데, 그는 강택민(江澤民·장쩌민)의 해외 순방단에 참여하기도 했다.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은 장선용은 1992년 홍콩에 기반을 둔 금산컴퓨터를 북경으로 이전했고, 이듬해 회사 임원이었던 구백군(求伯君·취보쥔)에게 자금을 지원해 주해(珠海)금산컴퓨터를 설립하도록 했다.

구백군은 회사를 재정비해 1994년 킹소프트를 설립했고, 2011년 텐센트 홀딩스에 지분을 넘기면서 은퇴했다. 빈자리가 된 회장직은 당시 부사장이었던 뇌군이 이어받았다.

킹소프트는 공식적인 설립일자가 1994년으로 기록됐지만, 회사는 그 이전부터 금산컴퓨터의 자회사 격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구백군은 1991년 한 컴퓨터 전시회에서 만난 22세 청년 뇌군에게 킹소프트 입사를 직접 제안했고, 뇌군은 1992년 킹소프트 개발부 매니저로 입사해 2년 후 사장, 1998년 최고경영자(CEO), 2011년 회장으로 승진하며 승승장구했다.

그 사이 뇌군은 샤오미 테크를 창업했다. 회장 승진 한 해 전인 2010년의 일이다. 현재 뇌군은 샤오미 창업자 겸 CEO로 재직하고 있다.

이 같은 뇌군 샤오미 CEO 이력을 살펴보면, 중공군의 지원으로 성장한 금산컴퓨터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이 드러난다.

한편, 샤오미는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 지정에 반발해 지난달 30일 미 워싱턴 지방법원에 미 국방부 등을 상대로 제재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