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대일로 참여국에 디지털 위안화 도입 요구할 것”

2021년 06월 1일 오전 10:01 업데이트: 2021년 06월 1일 오전 10:01

위안화 국제화가 사실상 좌절된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와 일대일로를 통해 반전을 노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보수매체 워싱턴 이그재미너(Washington Examiner)는 전현직 관리들의 발언을 통해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추진이 달러화의 위상에 가져올 영향을 진단했다.

매체는 중국이 디지털 화폐 시장을 선점해 달러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일대일로를 통해 디지털 위안화를 각국 국민들의 지갑으로 침투시켜 감시와 통제력을 확대하려 한다고 전했다.

또한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추진이 미중관계 긴장 국면에서 진행된 점에 주목하며, 중국 이외 국가가 디지털 위안화를 수용하는 것은 중국 정권에 유리한 경제적 도구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디지털 위안화가 각국 법률의 제약을 받는 은행과 금융기관들의 감시망을 피해, 이를 도입한 국가들이 더욱 직접적으로 중국의 제약을 받도록 만들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중국, 디지털 위안화로 당신의 소비 감시할 것”

전 미 상무부 차관보 나작 니카타는 매체와 인터뷰에서 디지털 위안화가 사용자 개인정보를 저장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익명이 아닌 실명은 (중국)중앙은행과 중앙정부가 당신과 당신의 소비를 감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니카타 차관보는 과거 상무부 국제무역 관리국 산업분석팀을 이끈 경력이 있다.

그녀는 “중국은 지금 달러의 대체품 창조를 시도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기본적으로 중국은 진앙에 위치한 자석과도 같다. 모든 것들을 미국에서 다른 중심으로 끌어당긴다”고 말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디지털 위안화가 달러의 위상을 흔들려는 중국의 가장 최신 전략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를 부인한다. 중국 인민은행 전 행장 저우샤오촨은 “만약 당신이 원한다면 위안화를 무역과 투자에 사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현재의 화폐를 대체하려는 야심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고 선호되는 화폐는 달러화다.

노무라증권의 수석 경제학자 키유치 타카히데는 지난 4월 “만약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데 성공한다면, 달러와 위안화의 경쟁 구도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구축은 선진국들 중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 정부가 실시간으로 개인의 소비 상황을 추적하는 동시에, 달러가 주도하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제약을 받지 않아 달러제재의 영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디지털 위안화와 일대일로, 테러리즘

전문가들은 디지털 위안화가 일대일로와 융합해 파급력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해외 인프라 투자사업인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일종의 약탈적 해외 인프라 시설 투자’로 여기고 있다.

미국의 유명 싱크탱크인 대서양협의회 소속 줄리아 프리들랜더는 “만약 장기 대출일 경우에 중국은 해외 차입자들이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한 상환을 기대할 것”이라며 “중국은 영역 개척을 시도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이미 채무 함정 외교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위안화의 또다른 위협으로는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화당 의원 비서는 워싱턴 이그재미너에 “만약 위안화가 일대일로의 결제 화폐가 된다면, 미국의 제재 명령을 위반한 은행에 대한 제재 조치가 치명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비서는 디지털 위안화 자체가 달러에 가할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위안화가 기본적으로 중국의 은행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한계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추진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성급히 대응할 문제는 아니라는 데 적잖은 전문가들이 뜻을 모으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한 인사는 “달러의 주도적 위치에 여전히 높은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며 “중국이 내놓은 디지털 화폐에 대한 대응이 급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우리가 디지털 화폐 발행의 첫 번째 주자가 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일을 잘 처리해야 한다”며 서두르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달러의 디지털화는 세계 경제에 거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모든 문제를 자세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하지만, 니카타 전 차관보는 디지털 달러화와는 별도로 디지털 화폐에 관한 국제표준 마련은 시급한 사안으로 봤다.

그녀는 디지털 화폐 분야에서 중국이 마음대로 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며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