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대일로, 상반기 투자액 12% 감소…침체 양상

강우찬
2022년 09월 7일 오전 8:24 업데이트: 2022년 09월 7일 오전 10:40

핵심 프로젝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삐걱
중국, 미국과 멀어진 사우디에 적극적 구애

중국 정부가 내세우는 광역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가 침체하고 있다. 최근에 세계 경제가 둔화하고 참가국의 채무가 급증한 데 따른 국제사회의 비판 등으로 인해서다.

인도 일간지 프린트(The Print)는 올해 상반기(1~6월)에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해외에 투자하거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한 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11.7% 감소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러시아, 스리랑카, 이집트 등에 대한 상반기 투자금액은 없거나 거의 ‘0’(제로)에 가까웠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총 55억 달러(약 7조3400억원)의 ‘차이나 머니’를 투자받으며 최대 투자처로 떠올랐다.

중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일대일로 사업을 통한 대외투자액은 지난해 상반기 842억 달러(약 116조1500억원)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747억4000만 달러(약 103조1040억원)까지 떨어졌다.

러시아에 대한 일대일로 사업 투자는 2000~2017년까지 총 1250억 달러(약 172조4300억원)에 달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투자액이 0원이었다.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상대로 잇달아 경제 제재를 발동하자, 중국은 이러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회피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러 양국은 협력관계를 심화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투자 감소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 상무부 역시 러시아에 대한 투자 지속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일대일로 핵심 프로젝트 좌절 양상

파키스탄에 대한 투자도 주춤하고 있다. 파키스탄 남부 과다르항과 중국 신장 위구르를 잇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사업(CPEC)’은 일대일로 구상의 핵심 프로젝트다.

하지만 사업 진행이 더딘 데다 파키스탄 내부에서 대중 채무액 급증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면서, 중국 측 투자액은 2013년 프로젝트 출범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20년 1~9월 CPEC 투자액은 1억5490만 달러(약 2136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7690만 달러(약 1060억원)로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는 전년 동기 대비 56% 떨어졌다.

인도 싱크탱크 옵서버연구재단 연구진에 따르면 중국과 파키스탄이 2013~2015년 CPEC 프로젝트를 발표할 당시 사업에 대한 양국의 기대감이 컸지만, 과다르항 개발을 둘러싸고 현지 주민들의 항의가 빈번하고 중국 기업과 현지 정부 사이 부패 스캔들이 발생하면서 CPEC 사업이 좌초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

연구진은 또한 파키스탄에서 중국을 상대로 채무 탕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중국이 파키스탄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드는 요인이다. 다만, 중국은 투자를 완전히 철수하는 대신 투자액을 줄이면서 연기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우디, 새로운 일대일로 돌파구로 부상

유럽과 아시아에서 일대일로가 멈칫하는 사이 중동에서는 뒤늦게 합류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의욕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오랜 에너지 동맹국이었던 사우디는 최근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2016년 중국은 사우디와의 외교 관계를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인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양국은 또한 2019년 합동군사훈련을 벌이며 경제적 관계뿐만 아니라 군사적 협력도 강화했다.

사우디는 지난해 중국의 최대 원유 공급처가 됐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대사우디 투자액은 55억 달러(약 7조5800억원)로 같은 기간 일대일로 사업 참가국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 중 46억 달러(약 6조3400억원)는 원유 및 천연가스 개발에 투입된다.

홍콩 매체 아시아타임스는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가 유가 급등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삐걱거리자 중국은 이 틈을 타 중동에서의 위상을 높이려 일대일로를 통해 사우디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