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대일로, 글로벌 환경·생물다양성 위협 우려”

강우찬
2022년 06월 14일 오후 12:28 업데이트: 2022년 06월 14일 오후 12:28

일대일로 물류망 통해 전례없는 외래종 확산 위험
참여국 대부분 저개발 국가…생물다양성 풍부

중국이 전 세계에서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帯一路) 프로젝트가 참여국의 환경 파괴는 물론 생물다양성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인도·태평양 디펜스 포럼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전까지 연구자들은 도로·철도·교량·발전소·댐 등 중국 공산당의 일대일로에 따른 인프라 건설로 인한 직접적인 환경 파괴에 주목해왔다.

그러나 현재는 일대일로가 일으키는 글로벌 생물다양성에 대한 위협으로 그 관심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일대일로가 독특하고 다양한 종이 서식하는 개발도상국의 환경에 급격한 변화를 주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 명문대학인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이 침입생물학 팀 블랙번 교수는 2018년 영국-중국 공동연구팀을 이끌고 외래침입종에 취약한 14개 지점을 대상으로 양서류 98종, 파충류 177종, 조류 391종, 포유류 150종 등 800종의 칩입 시 영향을 분석했다.

팀 교수는 또한 인도·태평양을 중심으로 68개국에서 외래침입종에 취약한 지점들을 연구한 결과를 세계적 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2019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취약지점 대부분은 일대일로 사업으로 건설했거나 건설 중인 6개의 ‘경제회랑(economic corridor)’을 따라 위치했다.

국가별로는 방글라데시, 브루나이,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싱가포르, 스리랑카, 베트남은 물론 피지, 사모아 등의 태평양 섬나라 등이다.

6개 경제회랑은 ▲중국-몽골-러시아 ▲신(新) 유라시아 대륙 교량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중국-인도차이나반도 ▲중국-파키스탄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BCIM) 등이다.

경제회랑은 주요 경제권을 철도·도로 등으로 연결한 일종의 물류망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이다. 문제는 이러한 물류망으로 사람과 물자가 오가면서 외래 동식물의 유입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블랙번 교수는 인도·태평양 디펜스 포럼과의 인터뷰에서 “일대일로 참여국 중에는 생물다양성이 높고 독특한 종들이 많이 서식하는 곳이 많다”며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역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외래침입종을 퍼뜨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역 간 상품 및 사람의 이동이 증가할수록 종이 이동할 가능성도 커진다”며 “종자가 컨테이너선을 타고 이동하거나 사람의 신발에 박혀서 이동하거나 반려동물에 의해 옮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블랙번 교수는 또 “외래종이 경쟁이나 이종교배 또는 토착종을 제거하는 방식의 결합을 통해 토착종을 멸종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이로 인해 생물다양성이 감소하고, 현지 야생 동물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뉴질랜드 같은 나라들은 침입종을 막기 위해 비교적 엄격한 생물 보안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특히 인도·태평양, 아프리카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생물보안 조치가 허술하다.

블랙번 교수는 “물론 외래침입종은 생물다양성은 물론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예를 들어 중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확산하며 지난 2년 동안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이미 전 세계에서 환경 파괴를 일으키고 있다. 작년 8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유럽 남아시아 연구 재단(EFSAS)’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인해 남아시아 국가들에서 대기 오염과 삼림 파괴가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개발도상국·저개발 국가에서는 일대일로 참여로 자국의 경제발전과 생활의 질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참여국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연구·통제하지 않고 산업화를 확대함으로써 일대일로가 대기 오염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 남아시아 연구 재단은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으로 알려진 지역에서 광범위한 도로망 건설로 삼림이 크게 파괴되고 트럭 교통량 증가로 대기 오염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정책 분석가 부크 부카노빅은 작년 7월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세르비아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환경 영향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낡은 산업 시설에 중국의 석탄 구동 기술을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코스톨라크의 석탄발전소, 스메데레보의 제철소, 보르의 구리 광산에 투자할 계획이다. 주민들이 제철소와 광산으로 인한 심각한 대기 오염 때문에 시위를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의 주요 목표는 잉여 석탄 관련 기술을 판매하고 석탄 관련 노동력을 해외에 재배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중국이 주장하는 ‘기후변화를 위한 노력’과는 어긋난다.

온라인 매체 아세안 포스트는 2019년 12월 한 연구팀이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태국, 베트남을 관통하는 메콩강의 어자원 감소와 일대일로 수력 발전 프로젝트 사이에 상관관계를 밝혀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