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미국 비난 “불공정한 중동 정책 탓”

2021년 05월 20일 오후 10:48 업데이트: 2021년 05월 21일 오전 2:03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빌미로 중국이 반미 공세를 재개했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18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가 16일 개최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긴급 공개회의에서 안보리 구성원 대다수가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자오 대변인은 “미국 측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분쟁을 막기 위해 적극 나서지 않고 불난 집에 부채질할 준비 중”이라고 주장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곧바로 이를 인용해 ‘자오 대변인, 이것이 미국이 표방하는 미국식 인권과 가치관 외교냐고 따져’라는 기사를 냈다.

자오 대변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의 책임을 미국에 떠넘기려 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장에 있던 블룸버그통신 기자에게 곧바로 반박당했다.

블룸버그 통신 기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관해서라면 바이든 대통령 역시 휴전 지지 의사를 밝혔다”며 자오 대변인의 고조되던 비난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어 “중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중재할 용의가 있다던데, 중재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자오 대변인은 곧바로 미국이 휴전을 지지하고 있다며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미국은 휴전을 지지한다고만 하기에는 부족하다. 국제사회 구성원 대다수와 함께하는 게 급선무…”라며 한발 물러서면서도 사족을 달았다.

자오 대변인은 앞뒤가 다른 발언으로 스스로 말문이 막혔다. 게다가 5월 한 달간 UN 안보리 순회 의장을 맡은 중국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중재할 능력이 있다는 확신도 주지 못했다.

자오 대변인은 전날 “우리만의 방식으로 중재 작업을 해왔고, 양측과 소통해 왔다”고 주장했다. 자오 대변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시진핑 국가주석, 왕이(王毅) 외교부 부장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반면, 미국 특사는 중동에 도착해 중재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직접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정상과 통화하며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했다.

서양 각국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가 먼저 로켓 공격으로 두 나라 사이에 군사 충돌을 일으켰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중국은 미국의 자리를 넘보지만, 국제적인 분쟁 상황에서 중재자로서 실질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

5月17日凌晨,以色列战机空袭加沙地区的目标。(Mahmud Hams/AFP via Getty Images)
5월 17일 새벽 이스라엘 전투기가 가자지구를 공습했다. | AFP via Getty Images/연합

중국이 한쪽을 편들며 싸움을 말리는 방식도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7일 왕이 외교부장의 UN 안보리 발언을 통해 “(중국은) 팔레스타인 국민의 진심 어린 친구”라며 “양측에 군사·적대 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공습·지상공격·로켓탄 발사 등 상황을 악화하는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이스라엘은 특히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왕이 외교부장은 하마스가 먼저 로켓 공격을 가했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고 “이스라엘은 특히 자제하라”며 일방적으로 팔레스타인을 편들었다.

이런 태도를 이스라엘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한 중국이 팔레스타인과 어떤 소통을 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것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즉, 중국은 중재자로서의 면모를 전혀 입증하지 못했다. 블룸버그 통신의 지적에 자오 대변인이 말문이 막힌 이유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중국이 이란을 통해 하마스를 뒤에서 지지할 가능성이 크고, 로켓을 직접 제공하거나 ‘동맹’ 이란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했을 수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더 나아가 하마스의 선제공격을 중국이 배후에서 조종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마침 지난 8일 미 해군 5함대는 이달 6일부터 7일까지 아라비아해 국제수역에 있던 무국적 범선에서 불법 중국·러시아식 무기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압수한 무기에는 첨단 러시아제 대전차 미사일 수십 기와 중국 56식 돌격소총 수천 정, PKM 기관총 수백 정, 저격소총 등 총기 수천 점이 포함됐다.

러시아와 중국 무기가 중동으로 흘러 들어가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이번 하마스의 로켓 공격 역시 우발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하마스는 지금까지 최소 3000발의 로켓포를 발사했는데,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공격에 가까웠다.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미국 비난하는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7일 UN 안보리 화상회의에서 “올해는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이라며 “UN 재정비와 재출발, 인류 운명공동체 구축을 함께 추진하자”는 발언으로 ‘인류 운명공동체론’ 이슈화를 시도했다.

시진핑 주석이 주창하고 있는 인류 운명공동체는 인류는 세계 경제의 위기나 지구적 재난에 대해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 공동체의 리더는 중국이 돼야 한다는 게 이론의 핵심이다.

왕이 외교부장의 발언은 세계 주요 7개국(G7) 장관들의 지난 5일 공동성명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G7 외교·개발장관들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중국에 인권과 기본적 자유권 존중을 촉구했다.

또한 신장과 티베트 문제를 언급하고 홍콩 자치권 보장을 요구했으며,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포럼 및 세계보건회의(WHA) 참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에서는 러시아와 북한에 대한 언급도 있었지만, 미국의 대중 연합전선에 다른 G7 국가들이 동참하는 모습이 가장 뚜렷하게 부각됐다.

중국문제 전문가 중위안은 “미국과 EU가 중국을 상대로 손을 잡는 가운데 중국은 어떻게든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지난 17일 신화통신 논평을 예로 들었다.

이 논평에서 신화통신은 “미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서 편파적으로 행동해 손가락질받고 있다”며 분쟁의 근본적 원인을 “미국의 불공정한 중동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때문에 중동에서의 테러가 당연하다는 논조였다.

중위안은 “중국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미국을 비난하며 어떻게든 수세를 공세로 전환하려 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이 구축한 대중 포위망에는 좀처럼 틈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