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엔 인권이사국 선출…폼페이오 “탈퇴 결정 옳았다는 것 증명”

이은주
2020년 10월 15일 오전 10:30 업데이트: 2020년 10월 15일 오후 6:01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3일(현지 시각) 중국, 러시아 등 인권 탄압 의혹을 받는 국가들이 유엔 인권이사회(UNCHR) 이사국에 선출된 데 대해 비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유엔 총회는 중국과 러시아, 쿠바 등 인권을 혐오하는 나라들을 또다시 선출했다”면서 “이는 미국이 (유엔 인권이사회) 탈퇴를 결정하고, 다른 기구와 기회를 활용해 보편적인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시키는 것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지난 2018년 6월 인권탄압국의 이사국 진출에 반발해 인권이사회에서 탈퇴했다. 그러나 미국이 인권 문제 당사자로 지목한 이들 국가가 다시 선출되자 이에 강하게 비난하며 탈퇴 결정 의사가 옳았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유엔 총회는 이날 중국과 러시아, 쿠바 등 15개국을 인권이사회의 신임 이사국으로 선출했다. 총 47개국으로 구성된 인권이사회는 아프리카·아시아태평양·동유럽·서유럽·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등 5개로 나눠 이사국 숫자를 배분한다.

이번에 선출한 15개국 중 아태 지역은 4석, 아프리카 4석, 라틴아메리카 3석, 동유럽 2석, 서유럽 2석이었다.

공석을 메우기 위해 진행된 이번 선출과정에서 아태 지역에서만 공석 수(4석)보다 도전한 국가 수(5개국)가 많아 의석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유엔 언론 브리핑에 따르면 아태 지역에서는 파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169표, 네팔 150표, 중국 139표를 얻어 의석 확보에 성공했다. 인권 논란을 받아온 사우디아라비아는 90표에 그쳐 탈락했다. 이사국은 전체 193개 회원국의 비밀 투표를 거쳐 과반 득표할 때 선출된다.

아태 지역 외 영국과 프랑스, 볼리비아, 멕시코, 쿠바, 러시아 등이 뽑혔다. 이사국 임기는 3년이며 내년 1월 1일부터 시작된다.

중국은 139표를 얻어 이사국 진출에 성공했지만, 지난 2016년 180표를 받은 것에 비해 낮은 득표를 얻어 유엔 내 지지도가 감소했음을 시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이 인권 증진을 위해 다른 방법으로 노력해왔다며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교자유 행사를 열고 전 세계의 종교 박해 중단을 촉구했던 점을 상기시켰다.

이는 미국이 유엔을 벗어나 독자적으로 인권 행보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지난달 23일 열린 75차 유엔총회에서 세계 50개국이 인권 선언과 관련한 공동성명에 서명했다는 사실을 거론했다.

세계 인권 선언은 194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됐으며 모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하고 권리를 보호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모든 인권의 초석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면서 “미국의 인권에 대한 약속은 단순히 단어 이상의 것”이라며 중국 신장, 미얀마, 이란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인권 탄압에 대해 자체적으로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100만 명 이상의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을 강제 수용소에 감금하는 등의 인권 탄압을 이유로 중국 고위 관리들을 제재했다.

미국 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가 최근 세계 각국의 정치적 권리와 시민적 자유 수준을 평가한 결과, 중국은 100점 만점에 10점을 받아 ‘비자유국’에 꼽히기도 했다.

미국의 정치인들 역시 이번 선출 결과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당)은 트위터에 “중국과 러시아, 쿠바의 지독한 인권 박해를 고려하면 이들이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선출된 것은 어이가 없다”고 썼다.

이어 “이 체제는 깨어졌고 전 세계적으로 긴급한 인권 관련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이것은 비극이다”고 개탄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유엔 인권이사국은 이름에 걸맞지 않는 희극”이라고 비난했다.

스위스 제네바 소재 인권단체 ‘유엔워치’ 힐렐 노이어 대표 역시 트위터에 “오늘은 인권에 있어서 암흑의 날”이라고 했다.

이어진 별도의 게시물에서 노이어 대표는 프리덤하우스가 발표한 세계자유보고서에서 유엔 이사국 51%가 ‘부분적 자유국’ 혹은 ‘비자유국’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비판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이 매우 터무니없다”고 밝혔다.

자오 대변인은 “미국이 정치적 바이러스를 확산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며 “인권을 구실로 타국의 내정에 간섭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