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예금인출 중단 이어 이번엔 체크카드 결제 차단

강우찬
2022년 07월 22일 오후 5:04 업데이트: 2022년 07월 22일 오후 5:05

지방 소규모 은행의 예금 인출 중단 사태로 논란이 됐던 중국에서 ‘범죄 예방’을 이유로 여러 지역 은행들이 예금 인출을 중단해 예금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증권일보(證券日報)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베이징, 산둥, 하이난 등 지역에서 체크카드를 이용한 현금 인출과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온라인 거래가 제한됐다. 카드로는 계좌에 입금만 가능한 상태다.

은행 측은 수상한 거래가 빈번하게 발생한 계좌를 대상으로 범죄 예방을 위해 “카드 사용 제한 조치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계좌에 거액이 입금되고 곧 빠르게 이체된 경우 △새벽에 고액이 여러 번 빠져나간 경우 △동일한 금액이 온라인 결제로 여러 차례 지급된 경우 등은 카드 사용이 중단된다.

은행 측은 각각 자금세탁, 도박, 온라인 도박 등이 의심된다며 카드를 타인에게 불법 임대·매매해 범죄에 이용되는 징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계좌 잔액이 적고 이체 거래가 없는 휴면계좌에 대한 정리도 강화됐다.

베이징의 한 은행 관계자는 “3년 이상 무거래 계좌, 잔액이 10위안 미만인 계좌, 신용카드 대금 결제나 개인 대출금 상환 등이 약정되지 않은 직불카드·체크카드·당좌계좌 등은 휴면계좌인지 조사에 들어간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동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산둥의 한 은행 창구 직원은 “본사에서 지점별 휴면계좌 비율을 20% 이하로 유지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지침에 따라 지점에서는 처리 작업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작년과 재작년에도 은행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는 것을 막겠다며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계좌 동결을 지켜보는 예금주들의 입장은 그때와 달라졌다.

최근 중국 여러 지역에서 건설 중인 아파트가 도중에 중단되고, 주택 구매 자금을 대출받은 사람들이 경제난으로 대출금 상환을 중단하는 등 은행권 대출부실이 급속히 심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얼마 전 허난성과 안후이 마을은행의 총 7조원대 예금이 4월 중순부터 인출 중단됐다는 사실도 예금주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에서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 “은행들이 예금 인출을 막는 방식으로 현금 부족 사태를 넘어가려 한다”는 의혹을 담은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내 예금이 불법 계좌 거래에 연루됐는지를 은행에서 결정하다니, 은행은 법 집행기관이 아니다 . 예금주의 예금을 마음대로 동결하면 소송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체크카드는 마음대로 쓰라고 은행이 발급해준 것”이라며 “빈번한 거래로 의심이 돼 카드 사용을 중단시켰다는 설명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은행들은 지점을 방문해 카드 동결 해제 신청을 한 예금주를 대상으로 조사 후 문제가 없음이 확인되면 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각 은행 지점에는 이른 아침부터 카드 동결 해제를 신청하려는 고객들이 몰리며 북새통을 이뤘다. 웨이보에 올라온 한 영상에는 100여 명의 고객들이 은행 로비에서 장사진을 친 모습이 보였다.

한 예금주는 “수입이 들어오면 모두 은행에 저금을 하는데, 돈을 쓸 때는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게 아니라 모두 카드나 전자결재로 해결한다. 현금이 없기 때문에 카드가 동결되면 당장 생활에 문제가 생긴다”고 하소연했다.

이번에 예금주 계좌를 동결한 은행들은 중국초상은행, 공산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 핑안(平安)은행 등이다.

한 네티즌은 은행들의 예금 동결사태가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예금주들의 불안 심리를 부추겨 돈을 다른 곳에 투자하게 하려는 정부의 술책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네티즌은 “지금 부동산 시장은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무너지고 있다”며 “정부가 국민에게 불안감을 심어줘 밑 빠진 독이 된 부동산에 돈을 쏟아붓도록 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