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암호화 기술 무력화’ 양자컴퓨터 개발 박차”

남창희
2022년 09월 1일 오전 8:46 업데이트: 2022년 09월 1일 오전 11:06

미 허드슨 연구소 경고…“새로운 미래 위협”
월등히 빠른 처리속도에 보안시스템 무용지물

중국이 현존하는 모든 데이터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는 양자 컴퓨터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술적으로 중국은 아직 초급 단계이지만, 미국 내에서는 치열한 미래 경쟁에 대비해 압도적인 기술적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아서 허먼 선임연구원은 최근 중국 기술기업 바이두가 개발했다고 발표한 양자컴퓨터에 대해 “구글이나 IBM이 개발한 양자컴퓨터에 비하면 기초적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 계열사 NTD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두가 선전하고 있는 양자컴퓨터는 10큐비트 수준”이라며 구글은 60큐비트, IBM은 70큐비트 이상이라고 말했다.

양자비트(quantum bit)의 줄임말인 큐비트(qubit)는 양자컴퓨터의 핵심인 ‘양자 프로세서’가 사용하는 양자정보의 기본 단위다. 비트수가 높을수록 컴퓨터 성능이 더 우수하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일반적인 반도체는 꺼진 상태와 켜진 상태를 각각 0과 1로 간주하는 이진법 비트를 사용한다.

반면, 큐비트는 양자의 중첩(superposition)을 이용해 꺼진 상태(0)와 켜진 상태(1)가 동시에 존재하는 ‘제3의 상태’를 통해 이론상 특정한 연산에서 기존 프로세서보다 월등히 빠른 처리속도를 얻을 수 있다.

양자컴퓨터의 상용화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유의 빠른 처리속도로 현재 적용된 모든 데이터 보안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국은 데이터 보안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다만, 양자컴퓨터 기술은 아직 실험실 영역에 머물러 있으며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허드슨 연구소의 허먼 선임연구원은 양자컴퓨터 기술의 상용화가 어렵다는 한계점으로 인해 이 기술의 잠재력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국의 기술 경쟁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허드슨연구소에서 ‘퀀텀 얼라이언스 이니셔티브’를 이끌고 있는 허먼 연구원은 “이론적, 공학적 수준에서 한두 가지 중요한 돌파구만 마련되면 전문가들의 예측을 뛰어넘는 속도로 양자컴퓨터 기술이 상용화될 것이라는 징후가 곳곳에서 넘쳐난다”고 밝혔다.

그는 “양자컴퓨터로 기존의 모든 상용화된 암호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며 “양자컴퓨터만 있으면 모든 종류의 암호 시스템을 돌파해 원하는 모든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먼 연구원은 “지금 당장 우리가 걱정할 일은 없다. 아직은 미국이 대규모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반드시 승리한다고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토끼처럼 앞서고 있지만 중국은 거북이처럼 따라오고 있다”고 중국의 기술 추격을 경고했다.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는 지난 25일 베이징에서 열린 양자 컴퓨터 개발자 콤퍼런스인 ‘퀀텀 크리에이터 2022(QCE 2022)’에서 자체 개발한 양자 컴퓨터 ‘치엔시(乾始)’를 선보였다.

치엔시의 성능은 10큐비트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앞서 바이두는 36큐비트 양자 프로세서를 개발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미국 IBM은 2025년까지 4천 큐비트 수준의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격차를 고려하면 중국의 양자컴퓨터 개발에 대한 경고는 현존하는 위협이라기보다는 미래의 위험성에 미리 대비하자는 측면이 강하다.

허먼 연구원 역시 실제로 암호 시스템 무력화에 필요한 수준인 1만 큐비트급 양자컴퓨터가 2030년대까지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람들은 위협이 예상보다 훨씬 가까워졌을 때에만 그 위험성을 깨닫기 시작한다”며 양자컴퓨터 개발이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점에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허먼 연구원은 또한 양자컴퓨터의 등장이 사이버 전쟁의 양상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며 “양자컴퓨터가 실전 투입된 사이버 전쟁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지금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양자컴퓨터 기술경쟁에 대비해 제2의 ‘맨해튼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이었던 맨해튼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이후 핵무기 주도권을 쥐고 국제질서를 안정시킨 것처럼 양자컴퓨터 분야에서도 비슷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허먼 연구원은 “중국이 양자 암호해독장치를 개발하기 전에 우리가 그것을 먼저 개발해 핵무기에서의 ‘상호확증파괴’를 사이버 전쟁에도 도입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상호확증파괴는 핵전략의 개념이다. 핵무기를 보유한 두 나라가 선제공격을 가하더라도 반격을 받아 서로 공멸할 수 있다는 위험으로 인해 결국 핵전쟁을 피하게 된다는 이론적 개념이다.

허먼 연구원은 “양자컴퓨터 연구를 통한 양자 암호해독장치 개발은 수소폭탄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