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파이, 홍콩인 사이에 섞여서 영국 이민비자 신청”

2021년 08월 10일 오후 3:59 업데이트: 2021년 08월 10일 오후 4:22

영국 정부 “철저한 심사로 색출…진짜 필요한 사람 위해서라도”

영국 정부가 영국 이민 신청을 하는 홍콩인들을 상대로 철저한 심사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스파이가 홍콩인 신분으로 이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9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더 타임스는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가지고 비자 신청하는 홍콩인들 사이에 중국 스파이들이 숨어 있으며, 영국 정부도 이를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내무부는 그러나 이러한 이유로 BNO 비자를 소지한 홍콩인들의 이민 신청을 제한하지는 않겠다며 대신 모든 심사 단계에 적절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불온한 의도를 가진 이들을 걸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내무부 대변인은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BNO 비자 프로그램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이를 남용하려는 이들을 걸러내고 있다”며 “BNO 비자 프로그램은 홍콩인들에 대한 영국의 역사적·도덕적 약속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인들 사이에 숨어든 중국 공산당 스파이들은 최근 홍콩인 신분을 이용, 영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해 영국으로 잠입을 꾀하고 있다. 영국이 홍콩인들의 안전을 위해 이민의 문턱을 낮추자 이틈을 타고 있는 것이다.

영국 정부 소식통은 “정부는 비자 신청자에 대해 엄격한 배경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거기엔 이유가 있다”며 “BNO 비자 심사 과정은 다른 경우보다 훨씬 치밀하다”고 말했다.

홍콩의 마지막 총독이었던 크리스 패튼은 “우리는 스파이를 부리는 전체주의 국가를 상대하고 있다”며 “중국이 개방적인 서방 사회에 기밀을 빼돌리기 위한 첩자를 심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견해”라고 말했다.

영국은 지난해 중국 공산당이 홍콩판 국가안전법(홍콩안전법) 제정을 강행하자, 올해 1월말부터 BNO 여권을 가진 홍콩인들의 이민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홍콩인들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인도주의적 조치다.

BNO 여권 소지자는 5년간 거주·취업이 가능한 비자를 받을 수 있으며, 5년 뒤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지난 5월까지 비자 신청이 3만4천건이며, 이중 2만건이 성인, 1만5천건이 미성년자였다.

패튼 전 영국령 홍콩 총독은 “중국 정부는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하기로 한 홍콩반환협정을 의도적으로 위반했다. 중국은 현재 홍콩인들의 생활방식과 법치를 파괴하고 있는데, 영국 정부가 홍콩인들을 수용하기로 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영국에 도착한 한 홍콩 지방의원은 “강제로 사임했고 구속돼 기소당한다는 두려움을 겪었다”며 “중국이 영국 내 중국인 단체를 통해 영국 의회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의원은 “중국 공산당은 수단을 가리지 않고 외국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데 익숙하다”고 말했다.

홍콩인들의 영국 정착을 도와주는 인사는 “영국 정부는 시민 탄압에 참여한 경찰을 받아들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경찰, 군 스파이들이 영국에 잠입했다 쫓겨난 사례도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지난 2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언론인 비자로 입국한 중국 공안국 정보관리 3명이 영국 군사정보국(MI5)에 의해 적발돼 추방됐다고 보도했다.

/하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