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송환된 홍콩 시위대 가족들 공동 기자회견 “20일째 연락두절”

류지윤
2020년 09월 14일 오후 6:36 업데이트: 2020년 09월 14일 오후 8:36

홍콩을 탈출해 대만으로 향하다가 중국 당국에 체포된 민주화 시위 참가자들이 20일 이상 소식이 끊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들의 가족들은 지난 12일 홍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홍콩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리위쉔(李宇軒) 등 16세부터 33세까지 홍콩인 12명(미성년자 3명 포함)은 지난달 23일 광둥성 남부 연안 중국 해역에서 중국 해안 경비대에 체포됐다.

대만으로 밀항해 망명을 신청하려던 이들은 즉각 중국으로 이송돼 홍콩과 가까운 선전시 옌텐 구치소에 수감됐다.

이들은 홍콩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가 ‘불법집회 참가’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였으며 일부는 기소 중이었다.

기자회견에서 가족들은 “중국에 붙잡혀 간 사람들과 20일 이상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중국 본토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이미 다른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등의 이유로 면회 자체가 차단됐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당국은 구치소에 갇힌 사람들이 변호사를 선임했다지만 이들은 공산당에서 파견한 변호사”라며 “공산당은 이런 방식으로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를 교묘하게 박탈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가 사건을 맡긴 중국 인권 변호사들이 중국 국가안전보위부로부터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압박을 받았다”면서 “이번 사건에서 홍콩 정부가 실질적으로 도와준 것이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 파견 변호사 거부 △천식 등 지병이 있는 수감자들에게 적절한 의약품 제공 △가족들과 전화 통화 허용 △홍콩으로 즉시 소환 등 네 가지 요구사항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홍콩 입법회 민주진영 의원들 3명이 참석해 관심과 협조의사를 나타냈다.

중국으로 송환된 홍콩 시위 참가자 12명 중 한 명인 리위쉔(李宇軒·가운데) | 자료사진

대만 “원론적 입장”, 미국은 “신병 우려”

대만은 이번 사건에 신중하면서도 원론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만 행정부는 가족들의 기자회견이 끝난 당일 오후 성명을 내고 “항간에 각종 추측이 떠돌고 있는데, 불필요한 추측은 피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대만 정부는 홍콩인들에 대해 인도적인 지원 시스템을 마련했다. 요건이 충족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며 “개별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일일이 설명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체포된 홍콩인들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2주 전 체포된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에 대해 걱정된다”며 “캐리 람 행정장관이 했던 홍콩인들에 대한 권리 보호 약속이 허언이 아니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같은 날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트위터에 “합법적인 정부라면 자국민이 자신의 나라를 떠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없다”며 “12명의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이 체포된 것은 홍콩의 인권이 악화됐다는 또 다른 슬픈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광둥성 당국에 “반드시 정당한 절차로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 당국은 불관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자회견 다음 날인 13일 선전시 공안국은 “체포된 홍콩인들은 불법 월경 혐의로 구금됐다”며 구체적인 소식에 대해서는 전하지 않았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SNS에 “이들 홍콩인 12명은 민주 활동가가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홍콩을 분리하려는 부류”라며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의 트윗에 반박했다.

한편, 가족들의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주카이디 홍콩 입법회 위원(국회의원 격)은 “중국 공산당은 이번 사건을 정치적 이슈로 몰고 가 홍콩 독립 반대를 위한 선전에 이용하려 한다”며 “화춘잉이 체포된 이들을 ‘분리 세력’으로 낙인찍은 게 그 시작 단계”라고 지적했다.

주카이디 위원은 “다음 단계에서는 아마 체포된 사람들이 TV에 등장해 자백하는 모습이 나올 것”이라며 “그러나 아무리 정치적 이슈로 몰고 가더라도 변호사 선임 등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한 피의자 보호 조항을 위반한 사실을 감추지는 못한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인 투진선 위원은 “홍콩 정부에 따르면 체포된 이들의 혐의 사실은 홍콩에서 발생했다. 중국이 법치국가라면 이들을 홍콩으로 보내 법률 절차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