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료진, 신종코로나 감염자에 세계 최초 폐 이식…장기 출처 논란

한동훈
2020년 03월 2일 오후 9:33 업데이트: 2020년 03월 6일 오전 10:18

수술팀 이끈 천징위, 2014년에만 폐 이식 95건…3~4일에 1번꼴
폐 이식, 수술 조건 까다로워…장기이식 중에서도 가장 드문 수술
천징위, 강제 장기적출 범죄 추적하는 국제단체 명단에 오른 ‘혐의자’

중국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를 대상으로 폐 이식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장쑤성 우시(無錫)인민병원 폐 이식 전문가인 천징위(陳靜瑜) 부원장이 지난달 29일 5시간의 수술 끝에 신종 코로나 감염 환자의 폐 이식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 환자는 59세로 지난 1월26일 확진판정 후 약물치료를 거쳐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양폐 기능이 심하게 손상된 상태였다. 그러나 마침 뇌사자가 폐를 ‘기증’했고 이 폐를 고속철로 7시간 만에 이송해 곧바로 이식수술을 했다.

환자는 수술 뒤 깨어났고 생체신호가 안정된 상태며 이식된 폐의 기능도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신종코로나 감염에 대비해 무거운 전신 보호복을 입고 음압병동에 들어가 수술했다.

중국 언론은 이번 수술 성공에 대해 “세계 최초, 신종코로나 감염자 이식수술”이라며 크게 보도하고 있다. 고속철을 이용해 장기를 빠르게 운송한 점도 강조했다.

천징위(陳靜瑜) 우시인민병원 부원장이 올린 폐 이식 수술실 | 웨이보

눈여겨볼 대목은 수술을 이끈 천징위 우시인민병원 부원장의 이력이다.

천징위 부원장은 우시인민병원 흉부외과 주임으로, 국제 심폐이식학회 회원이자 중화장기이식학회 위원이며 중국 폐 이식의 1인자다.

2017년 인민일보 자매지 건강시보(健康時報)가 낸 천징위 부원장 조망 기사에 따르면 그와 수술팀은 2002년 첫 폐 이식을 시작으로 16년간 무려 600여건의 폐 이식 수술을 집도했다.

천징위 부원장은 인터뷰에서 “오늘 하루 4곳에서 사람들이 이식 가능한, 기증받은 폐가 있다고 내게 말해왔다”며 넉넉한 이식 수술 여건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의 장기기증 숫자가 선진국에 비해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015년 한 기사에서 “전년에 중국 전역에서 이뤄진 폐 이식 수술은 147건으로 이 가운데 천징위 부원장 수술팀이 104건을 집도했는데 사망 후 기증받은 폐가 전체의 10%에 못 미치는 9건이었다”며 장기기증 활성화를 촉구했다.

이 기사에서 천징위 부원장은 “아무도 폐를 기증하려 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다만 기증하더라도 조건이 비교적 까다롭다”며 “뇌사 후 인공호흡장치 등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폐 감염이 일어나는 일도 많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뇌사 환자는 폐 손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뇌사자가 기증한 폐 이식 건수가 다른 장기의 이식건수보다 훨씬 적다.

천징위 부원장 말대로 그가 2014년 진행한 폐 이식 수술 104건 가운데 9건만 사후 기증이라면, 그럼 나머지는 95건은 어떻게 기증받은 것일까? 죽기 전, 살아있는 상태에서 이식하는 생체 이식이라는 결론밖에 없다.

인민일보 2015년 2월 9일 기사 ‘移植专家“坚决同意”停用死囚器官’ 부분 | 인민망 캡처

미국·일본 등 국제사회에서 인정되는 생체 폐 이식은 1명이 한쪽씩 총 2명의 기증자가 필요하다. 기증자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생체 폐 이식은 의학적 안정성 문제 등으로 2018년에야 합법화됐다.

한국에서 폐 이식을 활발하게 하는 병원인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의 경우 약 22년에 걸쳐 2019년 6월까지 폐 이식 300례를 달성했다. 폐 이식이 다른 장기에 비해 조건이 아주 까다로운 점이 한 요인이다(관련기사).

사후 기증이 아닌 살아있는 사람의 생체 폐 이식은 더 드물다. 1993년 미국에서 처음 시행된 후 2010년까지, 생체 폐 이식은 전 세계에서 400여건 정도가 보고됐다. 단순 계산하면 전 세계에서 1년에 14~15건 정도 진행된 셈이다.

그런데 천징위 부원장 말대로라면 중국에서는 2014년 한 해에만 무려 95건의 생체 폐 이식이 진행됐다는 이야기다. 양쪽 폐 이식일 경우 190명의 살아있는 사람으로부터 폐를 기증받았다는 것이다. 모두 한쪽 폐 이식만 했더라도 100여명으로부터 폐 조직을 얻어야 한다.

중국 인구가 많다고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장기기증률은 세계 최저수준이다. 전 중국 국가위생부 부부장(차관)인 황제푸(黃潔夫) 중국장기이식기증위원회 주석은 “중국은 장기기증률이 100만명당 0.6명으로 세계에서 장기기증률이 가장 낮은 나라”라고 말했다. 확률로 치면 100만분의 1도 안 된다.

그렇다면 천징위 부원장팀에 수술에 사용한,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적출한 폐는 어디서 공급받을 수 있었을까.

물음에 대한 실마리는 천징위 부원장의 개인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담겨 있었다.

천징위 부위원장은 2015년 7월16일 웨이보에서 “우시 폐 이식 팀은 올해 상반기에 폐 이식 수술 41건을 했다. 또 다른 지역에서 양쪽 폐 5건, 한쪽 폐 4건을 수술했다”고 기록했다.

이후 7월18일부터 간헐적으로 그날그날 수술한 폐 이식 건수를 적어나갔다. 7월18일부터 10월1일까지 약 두 달 반 동안 기록된 폐 이식 횟수 총 21건이었다.

8월 13일에는 “새벽에 다른 도시에서 폐를 얻었다. 올해는 사형수 장기를 쓸 수 없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지금은 폐 이식을 3일에 1건이나 할 수 있다. 작년보다 더 바빠질 줄 누가 알았겠나”라고 했다.

10월 1일에는 “전국 이식의들이 바빠졌다. 명절이나 연휴가 되면 폐 이식이 엄청나게 바쁘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적었다. 실제 수술건수는 21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천징위 우시인민병원 부원장. 토론토 제너럴 호스피털 이식기법 연수 당시 | 웨이보

천징위 부원장이 폐 이식 1인자로 올라설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한 실마리는 또 있다.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비정부기구(NGO)인 ‘파룬궁에 대한 박해를 추적하는 국제기구(WOIPFG)’는 2014년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내 파룬궁 수련자에 대한 생체 장기적출이 강제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서는 강제적인 장기적출에 연루된 중국 내 병원 800곳과 의료진 명단을 공개했는데, 우시인민병원에서는 천징위 부원장을 비롯한 의사들이 포함됐다.

중국의 감옥이나 수용소에 갇힌 파룬궁 수련자는 수십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들에 대한 폭행과 고문, 가혹행위는 잘 알려진 바다. 중국 공산정권이 이들을 장기이식을 위한 일종의 ‘장기은행’으로 관리하며 이식수술을 대규모 산업으로 키워왔다는 폭로도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이어졌다.

국제사회에서 가능하지 않은, 비정상적으로 많은 폐 이식 수술 횟수는 믿기 힘든 만행이 중국에서 또다시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