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교육 단속에 초대형학원 “농산물 플랫폼 구축”

2021년 11월 9일 오후 3:14 업데이트: 2021년 11월 9일 오후 3:14

중국 당국의 사교육 단속에 초대형 입시학원이 농산물 판매로 살길을 모색하고 나섰다.

9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중국 신둥팡자오위커지그룹(新東方敎育科技集團)의 창업자인 위민훙(兪敏洪·59) 대표는 지난 7일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抖音)을 통한 생방송에서 약 1천500개에 달하는 지점을 폐쇄하고 책걸상 8만 세트를 농촌 공립학교에 기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위 대표는 그러면서 사업 전환계획의 일환으로 ‘거대 농업 플랫폼’을 세워 농산물을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입시학원 사업 철수로 인해 교습을 그만두고 이머커스 생방송 진행자로 변신을 꾀하는 직원 수백명의 도움으로 해당 플랫폼을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 대표는 그러면서 모든 학원비는 환불될 것이며, 직원들의 임금도 모두 지불될 것이라고 안내했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달 입시학원인 K-9 교육사업을 11월 말까지 단계적으로 접고 직원 약 4만명을 감원하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 회계연도 기준 K-9은 이 회사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신둥팡자오위커지그룹은 어학, 시험 준비반, 유학컨설팅 등 대학생 이상 성인을 위한 서비스는 계속 유지할 계획이다.

명보는 “중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달 27일 농산물 판매 관련 자회사를 설립했으며 신선육, 계란, 수산물, 저독성 농약 등을 판매한다”고 전했다.

이 회사의 이같은 구조조정은 지난 7월 중국이 사교육을 강력 규제하는 조치를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의무교육(초·중학교) 과정에서 수학과 영어 등 학교 수업과 관련한 과목을 통해 사교육 기관들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기업공개(IPO) 등 자금조달도 막았다.

방학과 주말, 공휴일에는 학교 교과와 관련된 모든 사교육이 금지됐고, 취학 전 아동 대상의 온라인 수업이나 교과 관련 교육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줄이는 한편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 바닥까지 떨어진 낮은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이다.

중국의 사교육 시장은 1천200억 달러(약 138조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과열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위 대표는 그러한 중국 사교육 시장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베이징대 출신인 그는 허름한 한 칸 교실에서 학원을 시작해 2006년 회사를 뉴욕증시에 상장시켰다.

그는 나날이 커지는 사교육 시장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기업가로 평가받았으나, 당국의 ‘사교육 없애기’ 규제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그의 회사 주가는 현재 연고점 대비 90% 폭락한 상태다.

위 대표가 발표한 계획은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칭찬과 함께 큰 화제를 모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여러 학원 기업가들이 고객 돈을 들고 도주하고 부채를 남긴 상황에서 위 대표가 금전적 의무를 다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중국 사교육 시장에서 드문 사례”라며 “많은 누리꾼들은 갑작스러운 상황 악화에도 사업을 지키는 그를 칭찬했다”고 전했다.

이어 “비록 회사는 큰 타격을 입었지만, 포브스 실시간 평가에 따르면 위 대표의 개인 재산은 여전히 11억 달러(약 1조2천925억원)에 달한다”고 부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