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매매 30% 급감 전망…“금융위기 때보다 심각”

강우찬
2022년 07월 31일 오전 11:45 업데이트: 2022년 07월 31일 오후 4:35

올해 중국의 부동산 매매량이 30% 감소할 것이라고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스가 전망했다.

중국 전국에서 아파트 공사 중단이 이어지면서 분양자들이 은행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거부하는 사례가 급증했다는 점이 근거다.

이는 부동산 매매량이 20% 감소했던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에서는 집을 완공하기 전에 분양을 시작하는데, 최근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이미 집을 분양하고도 완공을 중단하는 업체가 속출했다. 담보대출을 상환하던 주택 구매자들 역시 상환을 거부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S&P는 주택을 분양받은 구매자들이 이미 일정 금액 이상을 상환했는데, 공사 중단으로 집을 구하지 못하게 되면서 사회 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또한 시장에서 부동산 업체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점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S&P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부동산 매매가 더 감소하고 더 많은 개발업체가 경영난에 빠지는 악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지 조사업체에 따르면 7월 중순까지 공사가 중단됐거나 지연된 아파트 단지는 수백 곳에 이른다. 지난 6월 말부터 중국 곳곳에서는 아파트가 완공되기 전까지 대출 상환을 거부하겠다는 구매자들의 집단행동이 시작됐다.

공사를 중단한 것은 개발업체이지만, 은행에 그 피해를 떠넘겨서라도 피해를 막겠다는 구매자들의 집단행동은 정부가 구제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비상 상황에서 내놓은 자구책이다. 은행을 위협해 정부가 나서기를 바라는 행위다.

허난성 마을은행의 예금상품에 가입했지만, 수개월간 예금이 묶이면서 피해를 본 예금주들은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저우에 수천 명이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인 바 있다.

기세에 놀란 당국은 이들을 강제로 해산시켰지만 이 과정에서 동원한 폭력으로 사회적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그제야 1인당 5만 위안(약 1천만원)까지 보호하겠다는 구제책을 내놨다. 예금 인출 중단 사태 피해 규모는 7조 원대에 이른다.

블룸버그 통신은 구매자들의 대출상환 거부 운동으로 은행권에 5610억 위안(약 108조6천억원)의 부실채권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중국 주택담보대출의 2.5%, 전체 대출의 0.5%에 해당하는 규모다.

부동산은 중국 경제의 약 30%를 차지한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며 거품이 커지자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은행 대출 규제를 강화하며 개발업자에 대한 자금 공급을 제한했다.

이에 자금난에 빠진 업자들은 잇달아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며 부동산 경제가 주저앉게 되자, 정부는 다시 규제를 풀어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위기를 완화하고 경영난에 빠진 부동산 개발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중단된 아파트 건설 사업 재개 자금 1조 위안(약 193조원)을 대출해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