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봉쇄식 관리의 실상…수갑 채워져 거리에 묶인 주민들

윤건우
2020년 09월 2일 오전 10:58 업데이트: 2020년 09월 2일 오후 3:20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한 폐렴)의 폭발적 재확산으로 주요 도시에서 봉쇄식 관리가 시행되는 중국 신장 지역에서 강압적 방역에 따른 주민들의 고통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효과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약물을 강제로 복용시키는 것 외에도 이동의 자유를 일반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수준으로 제약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주민들 사이에서 ‘난폭한 문단속’으로 불리는 폐쇄조치다.

중국 인터넷에 게재된 현지 사진을 보면, 두꺼운 테이프나 철근, 철사로 문이 봉쇄되거나 현관문 바닥에 구멍을 뚫어 철근을 꽂아 막은 곳도 있었다. 현관문 손잡이를 철사로 벽면에 고정된 너트에 단단히 연결한 후 문에는 봉쇄 스티커를 붙인 곳도 있었다.

신장지역 주민들이 촬영해 올린 ‘봉쇄 관리’ 현장. 아파트 현관문이 봉쇄돼 나올 수 없게 된 모습이다. | 웨이보 화면 캡처

한 주민은 도시 봉쇄 기간에 병원 입원 중인 지인의 아버지가 위독해 지인이 병원을 찾아가려 했으나, 이동 허가를 내주는 지역 주민위원회 담당자로부터 “당신이 누구든지 간에 집 밖으로 나올 수 없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답변만 돌아왔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의 1인 미디어 채널 ‘싱싱시싱싱(猩猩吸猩猩)’은 “신장 지역 구독자들로부터 많은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며 “집단감염 발생지에서 1000km 이상 떨어진 지역은 감염자가 한 명도 없었지만 주민들이 한 달 넘게 외출하지 못했고, 농부들도 밭에 나가 일을 할 수 없어 과일들이 전부 썩었다”는 사연을 전했다.

현지 대학생들도 봉쇄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우루무치의 한 대학생은 “학교에 갇혀 지낸 지 120여 일이 되었다며 폐쇄형 수업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왜 시험이 끝나고 나서까지 우리를 붙잡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결국 전염병이 다시 유행해 올해 12월에나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신장지역 주민들은 사사로이 외출했다가 경찰에 붙잡혀 처벌 받는 모습을 찍은 영상을 온라인에 올려 당국의 강압적인 방역을 비판했다.

우루무치에서는 수갑을 찬 채 도로변에 묶인 사람의 모습(위 영상)이, 허톈에서는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한데 모여 얼굴에 봉쇄 스티커를 붙인 채 서 있는 모습이 동영상에 담겼다(아래 영상). 체포되면 격리지역으로 보내져 21일간 갇혔다가 풀려난 후 파출소에서 다시 벌을 받을 때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 심리적 충격…당국은 인터넷 비판 여론 진화

우루무치에서는 우한 봉쇄 장면이 재연됐다. 현지 주민들이 올린 동영상에는 장기간 지속된 가택 연금으로 일부 주민들이 정서적으로 무너지면서 집안에서 큰 소리로 울부짖는 모습이 담겨 있다(아래 영상).

우루무치 주민들이 도시 봉쇄 이후의 상황을 인터넷에 올리자, 신장 당국은 ‘전입 지침’을 발포해 주민들의 “고함”은 위법행위라며 입주자의 개입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지 주민들은 지난 23일 지역 사회가 집집이 문을 두드리며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실제 동영상을 배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또다른 누리꾼은 위챗 모멘트(朋友圈·지인들만 접속 가능한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 시스템에 의해 전부 삭제된다고 폭로했다. ‘약 마시는 것도, 지역 사회가 하는 말도 옳다’고 올려도 5분도 안 돼 지워진다는 것이다.

외부의 관심이 쏠리자 지난 24일 신화통신 등의 중공 언론들은 우루무치 방역 지휘부의 발표를 인용해 23일부터 우루무치 3개 구・현의 모든 단지와 6개 구 중 일부 감염사례가 없는 단지는 방역 통제 정책을 조정하고, 감염사례가 없는 단지의 주민들에 한해 단지 내 활동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 누리꾼은 이에 대해 ‘단지 내 활동’이라는 게 감시하에 빙빙 도는 것이었냐며 비아냥 섞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