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복 시작 됐나? 한국 포털 접속 장애 이어 연예인 출연 돌연 취소

최창근
2023년 05월 24일 오전 11:16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27

중국이 다시 한번 대 한국 보복 조치로 ‘한한령(限韓令)’을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포털 사이트 접속 제한에 이어 한국 연예인 출연 예정 프로그램이 돌연 취소됐다. 네이버 접속 불능 및 지연 현상이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직후에 발생하면서 일각에서는 껄끄러워진 한중 관계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5월 22일부터 한국 대표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중국에서 접속 오류를 일으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차단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사드 보복 조치 이후인 2019년 1월 또 다른 한국 포털 사이트 ‘다음카카오’가 차단된 이후 4년 4개월 만에 한국 사이트가 모두 차단된 상태다. 중국에서는 이미 ‘구글’ ‘야후’ 등 해외 주요 포털이 이른바 ‘만리방화벽’에 차단됐다.

최근 베이징, 상하이, 지린성, 랴오닝성, 쓰촨성, 장쑤성 등 중국 전역에서 네이버 접속이 되지 않거나 로딩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느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네이버를 이용하려면 인터넷 우회 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VPN)을 설치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현지 교민들은 전했다. 중국에서는 2018년 10월부터 네이버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카페, 블로그 등 일부 기능 접속이 차단됐으나 일반 검색 기능, 메일 등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한국 정부도 사태 진상 파악에 나섰다. 5월 23일, 외교부는 “중국에서 한국 포털사이트 다음카카오에 이어 네이버도 현지 접속이 차단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유관 기관과 함께 확인 중이다.”라고 밝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외교부도 관련 보도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당 문제는 전날 서울에서 개최된 한중 외교부 국장급 협의에서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네이버 접속 불능 사태에 대해서 즉답을 회피하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월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에서 네이버 접속이 안 되고 있다.”는 한국 연합뉴스 지적에 대해서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 중국 해당 부처에 알아볼 것을 추천한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중국 외교부는 민감한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상황을 알지 못한다.”거나 “외교 문제가 아니다.”라며 답변을 회피하는 경우가 잦다.

한국 한류 스타의 방송 출연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취소됐다. 가수 겸 배우 정용화가 중국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중국을 찾았으나 돌연 출연이 취소된 것이다.

5월 10일, 중국 ‘신경보’ 등은 “정용화는 중국 유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아이치이(iQIYI)의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 ‘분투하라 신입생 1반’에 출연할 것이다.”라고 보도했다.이후 5월 17일 정용화가 베이징에 도착한 이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항 도착 사진 등을 올리면서 출연은 기정사실화됐다.

하지만 최근 중국 온라인에 베이징시 라디오TV국이 정용화 출연 관련 네티즌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 유포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베이징시 라디오TV국은 “아이치이에 확인한 결과 정용화가 베이징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한다는 소식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당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정용화를 게스트로 쓰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일부 온라인 매체는 ‘한한령’(한류제한령)이 철회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중국 ‘텅쉰망’ 등은 중국 네티즌들이 정용화의 출연 계획을 방송 주관 당국에 신고한 것이 출연 불발로 연결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16년 한한령과 유사한 양상이다. 중국 당국은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 때 시작된 한한령이 정부 차원의 조치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 사회의 특성상 ‘정부의 지침 내지 방향에 따라 중국 문화예술계가 한국 대중문화의 유통을 제한한다’는 데 대해 이견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