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백지혁명에 물러섰다?…“빅데이터로 정밀 탄압할 것”

강우찬
2022년 12월 14일 오후 5:01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7:25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백지혁명’의 확산으로 베이징, 광저우 등 대도시의 방역 규제가 완화되기 시작했다.

당국이 민중의 분노 앞에 한 발 물러섰다는 견해가 있지만, 중국 문제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이 빅데이터와 감시기술을 이용해 시위대를 정밀 공격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더 이상 못 참겠다”며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백지혁명의 여파로 베이징과 선전시 당국은 대중교통 이용 시 요구하던 코로나19 음성 증명서 제시를 철회했다. 광저우시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잇따랐다.

현지 매체 제일재경(第一財経)은 베이징 등 5개 대도시의 외출 제한 완화로 최소 1억 명 이상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문제 전문가 왕샤는 중국 공산당이 방역 정책을 일부 완화하는 회유책을 취하면서 시위대의 일부만으로 대상을 좁혀 백지혁명 참여자를 강력히 단속하는 강경책을 병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왕샤는 “중국 공산당은 백지혁명 탄압의 손길을 늦추지 않고 경찰력을 동원해 계속 시위 참여자를 체포하고 있다”며 “당 지도부의 불안감을 감지한 정부 각 부처에서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최근 열린 공산당 정치법률위원회 회의에서는 각 성·시 수장이 백지혁명에 관한 입장과 대응 방침을 발표했다.

왕샤는 “중국 당국이 백지혁명 수습을 중대 과제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라며 “중대 과제에서 당이 물러서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 우선 방역을 완화하면서 눈에 띄게 항의하는 이들을 본보기로 체포함으로써, 다른 시위대에 경고하는 식의 대응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당국의 감시 능력이 이전보다 훨씬 강력해졌기 때문에 시위 참가자들에 대해 거의 다 파악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재미 중국 문제 전문가 장톈량 역시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는 일시적으로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회유책”이라며 “대중의 분노가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시위 참가자들에게 보복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장톈량은 “중국 공산당이 톈안먼 진압 때처럼 다시 탱크를 거리에 투입하는 일은 생각하기 어렵다”면서 “하지만 시위자를 개별적으로 특정해 탄압하는 정밀 타격을 실시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일 자 ‘미국의 소리(VOA)’ 보도를 인용해 “중국 경찰은 얼굴 인증과 휴대전화 정보, 내통자 보고 등 3가지 수단으로 시위 참여자를 파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사평론가 탕징위안 역시 중국 공산당이 공안과 무장경찰, 특수경찰을 동원해 이른바 사회 안정 유지활동을 명목으로 시위 참가자들을 하나씩 체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탕징위안은 “현재 중국의 시스템으로 빅데이터나 얼굴인식 시스템 등 감시 시스템을 이용하면 기술적으로는 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을 파악하고 특정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당국이 시위 참여자를 체포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내리는 식으로 사회 전반에 억지력을 행사할 것으로 봤다.

미국은 중국의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평화적 시위를 할 권리는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공화 양당 상원의원 42명은 이달 초 친강(秦剛) 주미 중국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할 경우 미중 관계가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화당 댄 설리번, 민주당 제프 매클리 의원이 주도한 이 서한에서 의원들은 “중국에서의 시위 활동을 매우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으며 중국 당국의 반응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해 중국 정부의 무력진압을 견재했다.

서한은 1989년 베이징 톈안먼 광장을 중심으로 벌어진 민주화 운동을 중국 공산당이 유혈진압한 것을 언급하며 “더 많은 자유를 원하는 평화로운 중국 시위대에 대해 다시는 폭력적인 탄압을 가하지 않도록 중국 공산당에 가장 강력한 언어로 경고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말 백악관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 역시 제로 코로나 봉쇄에 항의하는 중국인들의 시위에 관해 “평화적 시위를 하는 것은 허용돼야 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