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가뭄’ 심각…일부 제품 가격 전년대비 5배 급등

장민순
2021년 06월 26일 오전 8:49 업데이트: 2022년 05월 31일 오후 3:23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중국의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현지 매체 ‘21세기경제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 심장부 광둥성의 한 전자기업 최고경영자(CEO) 류밍화(刘明华)는 “작년은 오히려 낫다. 올해는 아예 물건을 구할 수 없는 지경이다. 20년 경력을 가진 동료 사업가도 처음 겪는 일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류씨는 “지금 어떤 반도체는 웃돈을 주고도 구매하지 못한다. 작년 말 가격에 비해 5배 오른 제품도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들은 모두 같은 처지다. 반도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 흔들리고 있다.

직원 40여 명이 일하는 류씨의 회사는 창업 후 최고의 주문량이 밀려들고 있지만, 생산량은 오히려 평소의 3분의 1로 줄었다. 반도체 부품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상승 등의 요소가 겹쳐 경영난이 가중됐다.

류씨는 “올해는 문 안 닫고 살아남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반도체 수요가 가장 왕성한 분야는 통신장비, PC·태블릿, 가전, 자동차다.

중국의 전자산업 분야 유명 칼럼니스트 겸 분석가인 홍스빈(洪仕斌)은 “반도체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 위안화 평가절상으로 이미 이윤이 적은 제조업 분야에 설상가상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주문을 기피하는 업체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인상했거나 인상을 검토 중이다. 대형 반도체 방산업체인 푸한웨이 역시 최근 “수주량의 100% 공급을 보장할 수 없다. 공급망 가격 상승으로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표적 무인 감시카메라 제조사 하이캉웨이스도 “원가 인상 압박으로 일부 제품군 가격을 인상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지방정부는 물론 개인과 기업의 도난방지용 감시카메라 수요가 높은 편이다.

세계 1위 PC 제조사 레노버의 양웬칭 CEO는 “공급 부족 문제로 인한 부품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어느 정도는 기업이 감내해야 하겠지만, 일정 부분 이상은 가격 조정을 통해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며 어쩔 수 없이 소비자에게 떠넘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업계에서는 반도체 부족이 2022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