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술도장 화재 유가족 “정부, 배상금 합의만 재촉…사인규명 뒷전”

편집부
2021년 06월 30일 오후 12:19 업데이트: 2021년 06월 30일 오후 2:03

18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중국 허난(河南)성 무술도장 화재 사건 유가족이 지방정부로부터 배상금 합의를 종용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주민들은 사건 당일까지만 해도 언론 보도가 쏟아졌지만 후속 보도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코앞에 두고 일어난 참사에 부담을 느낀 지방정부가 진상 규명 대신 빨리 합의를 마무리 짓고 사건을 덮으려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숨진 아동의 부모인 자오(趙·가명)모씨는 27일 에포크타임스에 “(지방정부가) 유족들이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장례를 서로 다른 곳에서 치르도록 했다”며 “유가족은 병원이나 숙소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주변에 정부 관계자로 보이는 사복 차림 사람들이 항상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오씨는 “유가족마다 정부 관계자가 1명씩 배정돼 배상금 합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며 “한 부모는 ‘오늘 합의를 마치면 80만위안(약 1억4천만원)에 30만위안(약 5200만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자오씨에 따르면, 유가족은 배상금 합의보다는 18명의 아이들이 화재로 숨진 이번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허난성 상추(商丘)시 저청(柘城)현의 한 무술도장에서는 지난 25일 새벽 3시께 화재가 발생해 전날 무술수련을 마치고 잠자던 24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초동조사에서 낡은 전기선 합선으로 불이 났으며, 출입문이 자물쇠로 채워져 있어 인명 피해가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현지 소식을 종합하면 사고 당일 무술도장 책임자인 천린(陳林) 사범은 이날 몇몇 수련생만 데리고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시합에 참가했고, 그의 부인이 이날 출입문을 밖에서 잠근 뒤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들이 몰래 외출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자오씨는 “만약 문이 밖에서 잠기지 않았다면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은 탈출할 수 있었지만, 문이 잠겨 타 죽었다. 하나뿐인 내 아이도 타 죽었다. 문을 밖에서 잠그는 건 살인이 아닌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사고로 아이가 숨진 팡(方·가명)모씨는 에포크타임스에 “불은 1층 소파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2층에 있던 아이들은 문이 잠겨 탈출하지 못했다. 계단에 10여 구의 시체가 쌓여 있었다. 큰 애들 몇 명만 2층 창문으로 탈출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망 아동의 부모 친(芹 ·가명)모씨는 “1층에 가스통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주방이 따로 있던데 왜 아이들이 생활하는 곳에 가스통을 뒀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26일 현장에 도착해 죽은 아이의 시신이라도 찾으려 했지만, 정부 측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병원에서 현(縣)정부 청사까지 행진하며 거리 시위를 벌이는 등 강력하게 항의한 끝에 겨우 아이들의 시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오씨는 “26일 밤 11시쯤 장례식에서 아이 시신을 봤다”며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불에 타 다들 DNA 검사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친씨는 “오늘 아이 시신을 확인했다. 불에 타서 두개골이 드러났고 얼굴은 코와 눈이 모두 사라져 이빨만 남아 있었다. 가족당 3명까지만 아이를 확인할 수 있었고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시신은 목 윗부분만 확인할 수 있게 했다”고 전했다.

헌난성 정부는 25일 즉각 현지 책임자를 해임하고 보건전문팀을 보내 부상자를 돌보게 하는 한편 성(省)정부 차원의 조사단을 파견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했지만, 유가족들은 말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정부에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과 유가족과의 배상금 합의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