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 점령 않겠다”던 약속 폐기하고 군사훈련 지속

인도-태평양 디펜스포럼
2022년 08월 31일 오전 6:41 업데이트: 2022년 08월 31일 오전 9:14

중국 공산당(CCP·중공)이 군사 훈련으로 대만해협의 안정을 해쳐 광범위한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새로 발표한 백서에서 “대만을 점령하지 않겠다”던 과거 약속을 폐기했다.

중공이 홍콩, 티베트, 신장 등의 지역에서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수백만 명에게 가하는 잔인한 탄압과 민주적 권리 억압, 임의 구금, 강제 문화통합, 국가적 감시를 고려하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

8월 중순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중공의 대만 백서에 관해 “대만에 군대를 보내지 않겠다는 조항을 삭제한 것을 포함해, 달라진 어조와 문구에서 더 공격적인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며 “20여 년 전 발표한 백서와 비교해 베이징 지도부의 자신감과 의지가 달라졌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중공은 대만이 자국 영토이며 무력으로 통일하겠다고 위협을 강화하고 있지만 대만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영토였던 적이 없다.

국민당은 20세기 전반에 공산주의자들과 내전을 치른 후 대만으로 도망쳤다. 중공은 1949년 일당제 국가로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했고, 국민당은 대만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남았다.

미 외교잡지 ‘디플로맷’은 8월 중공이 백서에서 “평화로운” 해법을 선호한다고 밝혔지만 “통일만이 대만을 외국의 침략과 점령으로부터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영토 야욕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의 중국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행정원 대륙위원회는 중공의 이번 백서가 “희망적인 생각을 표현한 거짓으로 가득 차 있으며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륙위원회는 지난 10일 성명에서 “무모하고 현명하지 못한 정치적 조작은 중공의 호전적인 사고방식과 무력을 사용해 양안 및 지역 평화를 방해하는 악랄한 계획을 더욱 강력히 증명하고 있다”며 “대만의 미래는 2300만 대만 국민만이 결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대만 국민은 독재 정권이 설정한 결과를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백서는 중공 인민해방군이 대만해협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훈련을 실시해 대만 주변으로 탄도 미사일을 다수 발사하고, 이 중 일부가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 떨어진 가운데 발표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인민해방군 항공기와 드론, 선박은 폭 160km의 대만해협 중간선을 반복적으로 넘나들고 있으며 대만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공군 기지를 대규모로 업그레이드했다.

중공은 미국 의원 대표단의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으로 사이버 공격과 정보 조작 캠페인 등 대만을 상대로 한 하이브리드 전쟁을 수행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인도 태평양, 유럽, 기타 지역의 국제기구들은 인민해방군의 실탄 사격 훈련이 치명적인 오판 위험을 높이고 지역 안정을 훼손하며 국제 해상운송로에 혼란을 일으킨다고 비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공은 1993년 백서와 2000년 백서에서 대만과 통일을 이룰 경우 대만에 군대나 행정 인력을 주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대만이 특별 행정구역으로 남아 자치권을 보장받게 되리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중공의 선언이 얼마나 공허한지는 영국 식민지 홍콩의 현실이 보여준다. 1997년 중공에 반환되면서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자치권 보장됐던 홍콩은 적어도 2047년까지 고도의 자치권과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의 지위를 유지해야 했다.

하지만 중공이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고 민주화 운동을 분쇄하기 위한 국가보안법을 도입하면서 홍콩에 대한 보장은 2020년 중반에 사라졌다. 중공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당국이 관리하게 된 홍콩에서 주민과 기업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중공은 지난 2년 동안 대만에 대한 압박을 높여왔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인민해방군 항공기는 대만의 방어를 약화하고 압도하려는 시도로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을 반복적으로 침범했다.

관측통들은 대만을 중국의 지배 아래 두는 것이 시진핑 중공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민족주의 비전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말 세 번째의 5년 임기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 주석은 중공의 “흔들리지 않는 역사적 과제” 중 하나로 대만 통일을 꼽은 바 있다.

대만은 무기 체계의 국내 개발을 통해 잠재적인 침공에 대한 방어를 강화하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8월 중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역의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파트너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올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권위주의 국가들이 세계 질서에 미치는 위협을 보여줬다”며 중공의 무력 도발에 맞서 결사항전 의지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