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 전면 봉쇄 훈련 돌입… 한국 항공편 운항 차질도

최창근
2022년 08월 4일 오전 11:33 업데이트: 2022년 08월 4일 오전 11:53

미국 의전 서열 3위, 낸시 펠로시 연방 하원 의장이 8월 3일 대만을 떠난 후 중국이 무력 보복에 나섰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8월 4일 12시부터 8월 7일까지 ‘대만 봉쇄’ 군사 훈련에 돌입했다. 훈련에는 인민해방군 육·해·공군이 총 동원된다.

인민해방군은 8월 4일 정오부터 대만섬 인근 해상에 설정한 6개 구역에서 실사격 훈련을 시작했다. 이는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도착한 8월 2일 밤부터 인민해방군 동부전구(戰區)가 실시한 군사훈련을 확대 시행하는 것이다. 훈련은 8월 7일 12시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중국 신화통신은 대만을 둘러싸는 형태로 설정한 6개 구역의 위도와 경도를 소개하면서 인민해방군이 4일 정오부터 7일 정오까지 해당 해역과 공역에서 중요 군사훈련과 실탄사격을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밝힌 구역 일부에는 대만 영해도 포함돼 있다. 대만 제2 항구도시 남부 가오슝(高雄)과 근접한 남서쪽 훈련 구역은 대만섬과 거리가 16㎞가량 떨어졌을 정도로 가깝다. 신화통신은 “안전을 위해 이 기간 관련 선박과 항공기는 상술한 해역과 공역에 진입하지 말라.”고 통지하기도 했다.

육·해·공군을 총동원해 대만섬을 포위하는 대규모 무력 시위는 중국이 대만 무력 통일 시도 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군사 옵션’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국방부는 대변인 담화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은 일련의 표적성 군사행동으로 반격해 국가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쑨리팡(孫立方) 대만 국방부 대변인은 “중국이 대만 주위에서의 훈련을 예고함으로써 대만 주요 항구와 도시들을 위협하려 한다.” “지정된 해역은 대만의 영해까지 미치거나 매우 가까운 곳으로, 주권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이다.”라고 강력 반발했다. 쑨리팡 대변인은 또 “중국의 비이성적 행동은 국제 수로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고 국제 질서에 도전하는 것이며 전쟁·분쟁 악화를 원치 않지만 대만군은 언제든 전투 준비가 돼 있다. 대만 영토를 수호할 것이며 침략적 작전을 멈추기 위해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 속에서 펠로시 의장은 대만을 떠나면서 “중국은 대만의 국제회의 참여를 차단할 순 있지만, 세계 지도자나 사람들의 대만 방문을 막을 수 없다.”는 성명을 내는 등 중국의 예상된 반발을 일축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훈련이 대만 지역의 주요 항구와 주요 항로를 위협해 대만을 전면 봉쇄하려는 포석이라고 진단했다. 솨이화민(師化民) 대만 예비역 중장(中將·2성 장군)은 “이런 봉쇄 패턴은 향후 무력 통일을 위한 행동 옵션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봉쇄 패턴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천연가스·석유 등 전략물자 공급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는 경고로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8월 4∼7일 비행 ‘위험구역’으로 선언한 곳은 대만이 관제권을 행사 중인 ‘타이베이 비행정보구역(FIR)’에 속한다. 대만은 비행정보구역을 지정하는 유엔(UN)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회원국이 아니지만 타이베이 비행정보구역은 대만의 주도와 책임하에 운영되어 왔다.

중국의 비행 위험구역 선포로 인하여 홍콩·타이·베트남 등을 오가는 항공기들은 대체 경로를 찾아야 한다. 실제 한국 국적 항공사가 운항하는 8월 4~7일 자 항공 100여 편의 운항 차질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8월 3일 “중국이 대만 주변의 공역을 ‘위험구역’으로 선언하고 우회 비행하라는 항공고시보(NOTAM·Notice To Airman) 공지를 했다.”며 “중국 쪽 공지에 따라 4∼7일 한국 국적기들은 중국이 설정한 위험구역을 우회해 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평소 2시간~2시간 30분 소요되는 한국-대만 비행 시간은 1시간 이상 더 소요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