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 공업정보화부 장관 조사…반도체 자립 실패 탓?

강우찬
2022년 08월 2일 오전 8:30 업데이트: 2022년 08월 2일 오전 9:55

중국의 반도체 산업 자립을 담당하는 거물급 인사들이 ‘기율 위반’ 혐의로 잇따라 실각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말에만 자오웨이궈(趙偉国) 전 칭화유니그룹 회장, 샤오야칭(肖亞慶) 공업정보부장과 딩원우(丁文武) 반도체산업 투자기금 총경리 등이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중국 공산당이 지난 수년간 반도체 산업에 수십조 원 이상의 금액을 쏟아부었지만 반도체 산업이 미처 굴기(崛起·우뚝 서다)하기도 전에 부패로 속이 곪으며 좌초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중국 공산당의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기위)는 공업정보화부의 샤오야칭 부장(장관급)을 기율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직 장관급의 기율위반 혐의 조사는 2017년 시진핑 집권 2기가 출범한 이후 첫 사례다.

중기위는 30일 반도체산업 투자기금의 딩원우 총경리를 기율위반 등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금은 2014년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국부펀드로 2014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총 3400억 위안(약 65조원) 규모로 조성돼 중국 내 반도체 제조, 설계, 패키징, 소재, 설비 분야 100여 개 기업에 투자됐다.

앞서 26일 중국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의 선봉장인 칭화유니그룹(紫光集団)의 자오웨이궈 전 회장이 연행돼 조사받고 있다.

자오 회장은 칭화유니 관계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설비를 구매할 때 경쟁입찰을 거치지 않고 수의계약을 진행한 등의 혐의가 보도됐지만, 중국 정부가 이 기업을 국유화하려 자오 회장을 쫓아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칭화유니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 도전장을 냈지만, 지난해 채무불이행 사태에 빠지며 파산 절차에 들어가 5개월 만에 국유기업화됐다.

블룸버그는 29일 힌리히 재단의 알렉스 카프리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중국에 있어서 반도체 분야를 서구 의존에서 벗어나 자립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카프리 연구원은 중국의 반도체 발전 전략을 담당하는 샤오야칭 부장 등이 당의 방침을 완전히 따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중국 정부가 IT산업 지배를 더 확대하려 한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은 5년에 한 번 개최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당 대회)를 올가을에 열 예정이다. 사오 부장 등 중국 반도체 분야 주요 인사들에 대한 기율위반 조사가 당 대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기술자 부족이나 첨단 반도체 제조·설계·소재 등을 서방 기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원천 기술을 다수 보유한 미국이 ‘미국 기업이 반도체 기술 및 설비를 중국에 제공하는 것’을 제한하면서 중국은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한 기술과 설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초 반도체 기업의 성명과 언론 보도, 지방정부 문서 등을 조사해 중국 정부와 지방정부가 주도한 대규모 반도체 생산 계획 가운데 최근 3년간 최소 6건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지난 6월 20조 원 투자 규모의 대형 반도체 프로젝트였던 우한훙신반도체(武漢弘芯·HSMC)의 폐업은 중국 안팎에서 주목받았다.

지방정부 지원으로 2017년 11월 탄생한 HSMC는 14나노미터(㎚)와 7㎚급 미세공정과 웨이퍼 패키징 기술을 기반으로 반도체 위탁 생산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하며 투자금을 끌어모았으나 구식 장비로 눈속임한 사기극으로 판명됐다.

미국의 리서치회사 로듐 그룹의 기술 분석가인 조던 슈나이더는 중국 정부가 ‘희생양’을 찾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산업 투자가 당초 약속했던 결실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슈나이더는 블룸버그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