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중국해 지나는 ‘잠수함’ 정보 왜 요구하나

김윤호
2021년 09월 8일 오전 10:10 업데이트: 2021년 09월 8일 오전 10:33

뉴스분석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온 공산주의 중국이 대잠 능력 강화를 위해 주변국에 대한 경제적 압력을 강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의 무기화’를 또 한번 가동한 셈이다.

호주 뉴스닷컴(News.com.au)이 최근 보도한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남중국해스프래틀리 제도에 위치한 인공섬 수비 암초와 미스치프 암초에 중거리 수송기 산시 Y-8Q, 대잠초계기 KQ-200, 레이더 지휘기 KJ-500 등 항공기와 구축함, 호위함을 배치해 전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대잠 능력을 강화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중국이 이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해상교통안전법’ 개정안과 맞물린다.

지난달 29일 중국 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통과된 이 법은 자국 관할해역에 들어온 △잠수함 △핵 추진 선박 △위험물(방사성 물질, 유류, 화학물질, 액화석유가스 등) 적재 선박 △그외 중국 법률·행정법규에서 지정한 선박에 대해 선박 정보, 위치, 화물 내용 등을 반드시 보고하도록 요구한다.

즉, 자국 관할해역을 지나는 주요 선박에 대해 선박정보 제출 의무화를 명시한 것이다. 잠수함, 핵 추진 선박 등 군함과 유조선 등 위험물 운반 선박을 규제 대상에 함께 포함시킨 점이 핵심이다.

‘해상교통안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문제는 ‘자국 관할해역’의 규정이 중국 입맛대로라는 점이다. 사실상, 남중국해에 유조선을 통과시키려면 잠수함 정보까지 제공하라는 것이다.

다만, 중국 정부는 이 법을 어떻게 집행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미국과 호주는 중국의 ‘해상교통안전법’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호주 뉴스닷컴은 “잠수함의 위치를 중국에 알려주거나, 어떤 선박이 핵 추진 선박이라는 걸 알려줄 국가는 없을 것”이라며 “중국이 이같은 정보를 요구할 권한이 있다고 인정하거나 중국 정부가 정한 영해를 인정할 국가도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만약 남중국해를 통과하는 선박을 운용하는 국가가 중국의 요구에 따라 선박정보를 제출할 경우,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이는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수호를 표방하며, 중국에 맞서고 있는 미국과 서방국가의 노력에 등을 돌리는 것으로도 읽힐 수 있다. 국제법상으로도 중국은 남중국해에 영유권이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

연합뉴스

‘잠수함’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개입국들의 핵심 전력

올해 초 프랑스가 밝힌 바에 의하면, 프랑스 핵 추진 공격 잠수함(SNA Emeraude)은 이미 남중국해 항로를 통과했다.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은 “이번 비범한 순찰은 남중국해 상에서 항해를 막 마쳤다. 이는 프랑스 해군과 전략적 파트너인 호주, 미국, 일본이 협력해 장시간, 장거리 배치를 했다는 점을 의미한다”라고 밝혔다.

이후, 미국은 최첨단 잠수함 3척을 태평양에 파견했다. 또한, 최근 몇 주간 영국의 핵 추진 공격잠수함(HMS Artful)이 남중국해를 드나들며 퀸 엘리자베스함 항공모함의 항행을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호주 뉴스닷컴은 “호주,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한국 등 국가의 해군은 중국 정부의 불만을 사지 않기 위해 분쟁이 있는 섬 인근 12해리(22km) 내에서 자유항행하지 않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행위를 진행해 왔다”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달간, 대잠수함전은 미국과 중국의 남중국해 활동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 됐으며, 양국의 감시 항공기, 탐사선은 정기적으로 해당 수역을 수색해 탐지했다.

남중국해, 중국 바다 아닌 것으로 국제법상 결론

중국은 국제사회에 남중국해 자유 개방을 약속했으며, 영원히 군사화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남중국해는 국제법상 중국 관할해역이 아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 분쟁 해결기관인 ‘상설중재재판소’(PCA)는 2016년 필리핀과 중국의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중국은 역사적 권리가 없다”고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이 판결문에 대해 “휴짓조각”이라고 반발하고, 남중국해 수비 암초와 미스치프 암초(필리핀명 팡가니반 암초)를 인공섬으로 만들고 군사기지화 작업을 지속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