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홍콩 연락판공실 책임자 왜 바꿨나

탕징위안(唐靖遠)
2020년 01월 9일 오후 2:30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9

뉴스분석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가 민주화 항쟁으로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홍콩 문제에 대한 접근법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중국 관영언론은 중국 중앙인민정부의 주 홍콩특별행정구 연락판공실 왕즈민(王志民) 주임이 교체된다고 밝혔다. 후임은 전국인민대표대회 재정경제위원회 뤄후이닝(駱惠寧) 부주임이다.

왕즈민의 교체는 예상됐던 바다. 작년 11월 로이터 통신은 “베이징이 연락판공실 업무에 불만을 느끼고 있으며 책임자 교체를 고려하고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이번 교체인사로 로이터 통신의 보도가 옳았음이 입증됐다.

왕즈민 교체는 예상했지만, 후임 인선에 대해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올해 만 65세인 뤄후이밍은 지난해 말까지 산시(山西)성 당서기로 근무했다. 중국 임기 규범에 따르면 퇴임해야 할 나이였다. 그래서 뤄후이닝은 작년 11월 30일 연령 제한에 걸려 연임하지 못했다. 그 대신 지난달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재정경제위원회 부주임에 임명됐다. 즉, 은퇴 직전인 간부를 ‘양로원’인 인민대표대회로 옮겨준 셈이다.

당 지도부는 양로원에 들어간 은퇴 간부를 갑자기 포화에 휩싸인 홍콩 최전방으로 보냈다. 게다가 뤄후이닝은 경력 대부분이 홍콩과 무관한 인물이다. 홍콩·마카오에서 공직생활 대부분을 보낸 왕즈밍과는 대조적이다.

홍콩 연락판공실은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간 연락을 담당한다. 지시를 내려보내고 보고를 올리는 창구 역할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베이징이 홍콩 연락판공실에 대해 갖고 있던 가장 큰 불만은 홍콩 정세를 오판, 잘못된 보고를 올려 베이징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베이징은 홍콩과 가까운 광둥성 선전에 위기관리센터를 설립했다. 이는 왕즈민이 올리는 정보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여기서 의문이 제기된다. 왕즈민은 과연 능력이 부족해 정세를 오판하고 당 지도부를 잘못된 대응으로 이끌었을까. 로이터 통신은 왕즈밍 교체설을 보도하며 그가 ‘정치적 입장에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이는 계파 갈등을 시사한 표현으로 읽힌다. 왕즈민은 국무원 홍콩·마카오 판공실 장샤오밍(張曉明) 주임의 측근인데, 둘은 시진핑과 경쟁하는 장쩌민파 인물이다. 이를 종합하면 베이징은 왕즈민이 의도적으로 홍콩 정세에 대한 잘못된 보고를 올려 지도부가 틀린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했다는 의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목에서 뤄후이닝이 홍콩 연락판공실 주임에 발탁된 이유가 드러난다. 베이징이 퇴임을 앞둔 데다 홍콩 업무를 모르는 뤄후이닝에게 홍콩 연락판공실 수장을 맡긴 것은 뭔가를 전환하기 위한 결정일 가능성이 크다. 뤄후이닝 역시 승진을 위해 정치적 업적을 쌓기보다는 무난하게 퇴임하기를 바랄 것이다.

과거에도 뤄후이닝과 비슷한 인사이동이 있었다. 장쑤성 제1서기로 은퇴했다가 1983년 신화사 홍콩 전 지사장으로 발령 난 쉬자툰(許家屯)이다. 신화사 홍콩 지사는 바로 중련판의 전신이다.

쉬자툰은 자서전 <쉬자툰이 남긴 비밀(許家屯留下的秘密)>에서 홍콩 발령과 관련해 “의외의 인사 행정이었다. 은퇴한 데다 외교 분야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라며 “지도부가 홍콩 상황에 대해 정보가 부족하다며 석 달 내에 체계적인 보고서를 중앙에 올리라고 요구했다”고 회고했다.

베이징과 뤄후이닝이 처한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베이징은 홍콩에 대한 정확한 보고가 절실하다. 이 때문에 은퇴를 앞둔 간부를 파격 기용해 ‘개인적인 승진 욕심’에서 비롯되는 정보 왜곡을 줄이려고 한 것이다.

홍콩은 중국 안팎의 여러 세력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곳이다. 홍콩을 잘 아는 인물이 유리한 점이 있지만, 그 자신이 이해관계에 얽혀 처신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차라리 외부인이라면 업무를 처리할 때 속박받거나 눈치 보는 일이 훨씬 적다. 이는 관료사회에서는 흔한 일이다. 집권자는 파벌과 이해관계가 복잡한 지역에 종종 외부인사를 채용해 쾌도난마로 문제를 정리하곤 한다.

이번 뤄후이닝의 홍콩 발령도 이런 차원에서 결정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가 지역적인 연고가 없고 외교 업무에 문외한이긴 하지만 두 차례나 지방정부 최고 책임자를 거쳤기 때문이다.

뤄후이닝에 대해서는 산시성에서 복잡한 업무의 뒤처리가 깔끔했다는 평가도 있다. 산시성 관료사회는 도미노식 부패로 완전히 난장판이었는데, 뤄후이닝 부임 후 3년 만에 정리됐다고 한다.

홍콩에서는 시민 항쟁이 반년 넘게 지속하고 있고 새해에도 백만 명 이상이 거리행진에 참여했다. 공산당 지도부 입장에서 홍콩 정부에서부터 홍콩 연락판공실, 중앙정부의 홍콩‧마카오 판공실까지 홍콩과 관련된 전체 관료 계통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시진핑으로서는 홍콩 시위 장기화하는 것은 절대 원하는 그림이 아니다. 뤄후이닝의 수습능력이 절실할 수 있다. 공산당 지도부는 홍콩 시위 발생 초부터 속전속결을 바라는 모습이었다. 8월에는 선전에 병력을 배치했고, 이후 10월 1일을 최후기한으로 통첩하기도 했다. 길게 끌고 싶지 않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11월 구의원 선거가 중대한 전환점이 됐다. 선거 결과가 베이징의 예측을 크게 벗어났다. 이번 선거가 베이징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은 홍콩 문제의 장기화를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게 했다는 점이다.

왕즈민 교체설이 제기된 시점도 관심을 끈다. 로이터 통신이 단독으로 왕즈민 교체설 보도한 날짜는 26일이었는데, 홍콩 선거(24일) 이틀 뒤였다. 선거 결과가 베이징의 결단에 직접적인 계기가 됐음을 추측할 수 있다.

같은 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에 서명하면서 홍콩인들을 지원했다. 시민들로서는 장기 항쟁을 유지할 원동력이 됐다. 그 이틀 뒤인 11월 30일 뤄후이닝이 나이 제한을 이유로 산시성 서기에서 물러났다. 이 일련의 사건을 앞뒤로 연결해보면 완전히 우연의 일치로 볼 수 없다. 필자는 내부적으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본다.

왕즈민 교체를 시작으로 홍콩과 마카오 관련된 주요 당국자들이 대거 경질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낙마보다는 전근발령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산당은 대외적인 시선을 고려해, 문책성 인사로 비치지 않도록 할 것이다.

향후 홍콩 연락판공실이 상급기관인 홍콩‧마카오 판공실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두 기관 모두 장관급 기관이지만, 구조상 후자가 급이 더 높다.

그런데 이번에 임명된 뤄후이닝 중련판 신임 주임은 지방정부(省) 최고 책임자를 두 차례 역임한 인물이다. 상급기관인 홍콩‧마카오 판공실 수장인 장샤오밍 주임보다 급이 낮지 않다. 따라서 앞으로 장샤오밍의 발언권이 약화할 수 있다.

이상을 요약하면, 시진핑의 이번 인사 조치는 교착상태에 빠진 홍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경책 대신 유화책을 펼치려는 정책 전환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계파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