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 고위 간부 잇따른 의문사…사인 밝히지 않았지만 ‘자살’인듯

최창근
2023년 04월 3일 오후 4:33 업데이트: 2023년 04월 3일 오후 4:33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들의 연이은 ‘의문사’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만 일빈신문망(壹蘋新聞網)은 홍콩 일간지 ‘성도일보(星島日報)’ 보도를 인용하여 뤄즈쥔(羅志軍) 전 장쑤(江蘇)성 공산당위원회 서기의 ‘불행’한 사망 소식을 소개했다. 매체는 같은 날 장훙싱(張鴻星) 충칭(重慶)시 공산당위원회 상무위원도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성도일보’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의 사인(死因)은 자살이다. 직접 사인은 ‘추락사’였다. 신문은 중국 관영 매체의 사인 보도 행태에도 이른바 ‘중국특색(中國特色)’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중국 관청이나 관영 매체의 암묵적 규칙에 따르면, 본토 관리들이 정상적으로 사망하면 일반적으로 ‘서세(逝世)’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자살이나 의문사 등 비정상적인 경우에는 ‘이세(離世)’라고 표현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런쉐펑(任學鋒) 충칭(重慶)시 당위원회 부서기, 쩡완밍(曾萬明) 후난(湖南)성 당위원회 선전부장, 랴오궈쉰(廖國勳) 톈진(天津)시 시장 등 고위 간부 자살 사건에도 모두 ‘불행(不幸)한 이세(離世)’라는 표현이 사용됐다고 했다. 역시 같은 날 세상을 떠난 뤄즈쥔과 장훙싱의 부고(訃告) 등에도 ‘이세’라고 표기됐다.

런쉐펑의 경우 당시 충칭시 인민정부는 “런쉐펑 부서기가 급환으로 숨졌다.”고 발표했지만, 홍콩 ‘명보’는 “그가 비리에 연루돼 조사를 받던 중 베이징 징시(京西) 호텔에서 투신자살했다.”고 보도했다.

랴오궈신 톈진시 시장의 사인도 베일에 싸여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당시 웨이신에 실린 부고에는 “중국 공산당 톈진시 부서기 겸 시장 랴오궈쉰 동지가 돌발 질병에 응급조치도 소용없이 불행히 세상을 떴다. 향년 59세.”라고만 표기돼 있었다. 랴오궈신은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 위원(권력 서열 25위 내) 진입이 유력시됐다.

‘성도일보’는 중국 공산당의 관행에 따르면, 부패‧독직 연루 혐의를 받는 고위 간부가 세상을 떠나면,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는 중지되고 가족이나 상관, 동료의 연대 처벌도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신문은 뤄즈쥔의 자살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중국 공산당 간부의 자녀인 이른바 태자당으로서 중국 4대 직할시 중 하나인 충칭시를 관할하는 당서기 출신이기 때문이다.

1951년생인 뤄즈쥔의 아버지는 뤄원(羅文)으로 인민해방군 장성이다.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중앙위원회 간부로 일했으며, 기관지 ‘중국청년보(中國青年報)’ 비서장, 공청단 중앙위원을 거쳐 중국청년실업발전총공사(中國青年實業發展總公司) 회장을 지냈다. 이른바 단파(團派‧공청단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뤄즈쥔도 중국 공산당에서 승승장구했다. 1995년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시 당서기 겸 부시장, 2001년 난징시 시장을 거쳐 장쑤성 성장, 당서기를 역임했다. 당 중앙에서는 제17기 후보중앙위원을 거쳐 18기에는 중앙위원으로 입성했다.

다만 말로는 좋지 못했다. 경제 중심지 중 하나인 장쑤성 중국 공산당 서기는 당 정치국 위원, 정치국 상무위원 등 ‘국가지도부’로 진입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뤄즈쥔은 장쑤성 당서기를 지낸 후 명예직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 직만을 맡았다.

같은 날 세상을 떠난 장훙싱은 고향 장시(江西)성에서 일했다. 장시성 푸저우(福州)시 시장, 푸저우시 당서기, 장시(江西)성 부성장 등을 거쳐 지난해 충칭(重慶)시 중국 공산당위원회 상무위원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