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이 관객 몰리는 걸 가장 원치 않는 공연

캐서린 양
2021년 06월 30일 오후 5:36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6:14

중국 공산당은 ‘중화사상’과 ‘전통문화’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전통문화의 부흥을 꺼린다. 투쟁을 강조하는 공산주의 이념이 하늘-땅-사람의 조화를 강조한 중국 전통문화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공산당은 중국의 과거를 악하고 낡은 것으로 부정했고 이를 없앤 것을 위업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전통문화의 가치가 재평가되면, 문화대혁명과 이후 여러 차례 혁명으로 이를 파괴한 공산당의 집권 정당성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미국에 본부를 둔 중국고전무용단 ‘션윈(神韻·SHENYUN)’을 공산당이 견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션윈의 무대연출과 배경음악 모두 중국 본연의 가치를 담고 있다. 션윈 사회자 제리드 맷슨은 “말할 것도 없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이 공연은 중국 공산당에 가장 큰 위협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유학하며 언어와 역사를 공부한 맷슨은 “만약 중국인들이 공산당보다 더 가치있고 뛰어난 뭔가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공산당에 대한 최대 위협”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공산당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는 위대한 집권당’의 위치에 있다.

어떠한 정당이 한 번도 정책 실패가 없다고 주장하는 일은 우스꽝스럽다. 반면 종교, 예술, 학문, 스포츠 등,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대상이 사회에 존재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집권당의 인기나 가치를 넘어서는 것이 존재하면 안 된다. 공산당은 모든 것 위에 군림하는 지존이다. 중국에서 스타나 영화, 오락프로그램 등이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가 갑작스럽게 방송과 온라인에서 사라지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억지는 때때로 중국 밖으로도 확장된다. 중국 공산당은 션윈을 견제하려 중국도 아닌 미국에서 순회공연 중인 예술단 버스의 타이어에 칼집을 내거나 인터넷 댓글알바를 고용해 부정적 평가 테러를 하거나 소셜미디어에 왜곡된 정보를 퍼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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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윈 공연 사회자 제리드 맷슨(Jared Madsen) | NTD

현지 중국 외교관들은 공연장 측에 ‘중국과 외교적 마찰’을 운운하며 대관 계약 취소 압력을 행사하고 광고주에게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객석을 대거 예약했다가 공연 전 취소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런 방해 공작은 10여 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흥행을 도와주는 역효과을 낳기도 했다.

심지어 중국이나 중국 집권당을 풍자하는 정치적 공연이 아닌데도 공산당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션윈은 중국 고전무용을 주된 소재로 해 중국의 역사와 50여 민족의 고유한 문화, 민속무용에 벨칸토 창법의 성악, 동서양의 음악적 전통을 하나로 엮은 라이브 오케스트라 공연 등으로 구성됐다.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은 ‘중국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됐다’ ‘중국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는 소감을 밝힌다. 특히 서방사회에서는 전통문화를 지우려 했던 공산주의 중국의 행위로 인해 부족했던 전통 중국에 관해 이해를 돕는 공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근본적으로 무신론 정권이다. 하지만 중국 문화는 5천 년 이상 신과 자연, 삶과 인간의 본성에 관한 진지한 사유와 탐색을 이어왔다. “션윈은 (공산주의 중국 이전의) 중국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도가·불가·유가의 가르침은 공산주의의 무신론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난다”고 공연 사회자 맷센은 말했다.

즉, 중국 공산당은 션윈이 공산주의 이전에 존재했던 중국을 보여주기 때문에 두려워한다는 설명이다.

공산당은 션윈을 견제하기 위해 ‘참신한’ 방법도 사용했다. 비슷한 이름의 공연단을 조직해 전 세계에서 질 낮은 공연을 펼쳐 션윈에 대한 평판을 떨어뜨리는 식이다. 소위 ‘짝퉁’을 찍어내 진품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깍아내리는 식이다.

맷슨은 “혹시 이런 공연을 본 적 있느냐”면서 “이런 공연은 모조리 흥행에 참패했다. 누구도 공산주의 선전을 돈 주고 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이런 수법도 좀 정교해지기는 했다. 공산당은 이제 이념선전을 자제하고 ‘전통문화’를 장려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고전무용’을 보여준다고 하지만 알맹이가 없는 겉모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 공산당은 노골적인 이념선전을 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보여주는 전통문화는 모두 기본적으로 공산주의 선전 의식을 담고 있다”며 “이런 사업을 펼치는 주요 기관은 모두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션윈 오케스트라의 중국계 단원인 바이올린 연주자 황펑은 공산주의 중국과 미국에서 음악가로서의 삶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했다.

유명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오디션 합격자인 황펑은 미국에 건너오기 전 중국에서 파룬궁을 수련했다. 중국의 기공수련법인 파룬궁은 1999년 7월부터 중국 공산당의 탄압 대상으로 지정됐다.

황펑은 황펑은 ‘진실·선량·관용'(眞·善·忍)을 원칙으로 하는 이 수련법에 깊은 흥미를 느꼈다. 그는 공산당이 탄압을 개시한 이후에도 수련을 포기하지 않은 수백만 명 중 한 명이다. 당국이 거짓선전으로 탄압을 정당화하고 신문과 방송, 라디오에서 파룬궁을 비방하는 가짜 뉴스가 연일 쏟아지자 황펑은 주변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파룬궁은 자신을 수양하는 건전한 활동이고 남에게 친절하게 대하라고 가르친다며 공산당이 선전하는 것처럼 사이비 종교나 반사회적 단체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느 날 오케스트라 감독관의 신고로 황펑은 당국에 체포됐고 그의 집은 압수수색을 당했다. 황펑은 24시간 잠을 자지 않은 상태로 심문을 받았고 가족들도 끌려가 고초를 겪어야 했다.

당국은 황펑에게 파룬궁을 비난하는 증언을 하고 증언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했다. 황펑은 평생 정부나 당국에 맞서본 적이 없었지만,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정당한 이유 없이 공산당의 강요만으로 포기하고 또 욕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신념을 포기할 수 없다며 버텼고 서명을 거부했다. 그로 인해 황펑은 오케스트라단에서 해고됐다.

황펑은 다른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그는 공항에서 체포됐고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항공기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이번에는 ‘사상 교정’ 시설로 보내졌다. 그곳에서 두 달간 바깥 세상을 보지 못한 채 수련자들 사이에서 ‘이념 세뇌’라고 불리는 사상 교정을 받아야 했다.

다양한 인권단체와 정부기관, 비영리국제기구를 통해 중국에서 체포된 파룬궁 수련자들 중 적잖은 숫자가 구타와 고문을 당하고, 장기를 적출당한 뒤 소각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황펑은 육체적인 가혹행위를 받지는 않았지만, 두 달간 끊임없이 ‘사상 교정’ 영상을 시청하고 온갖 수법의 협박을 받았다. 그는 극심한 압력을 견디다 못해 ‘전향서’에 서명한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황펑은 이번에는 강요와 세뇌에 의해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가슴에 칼이 박힌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소중한 자신의 영혼을 파괴당한 기분이었다.

이후 수년간 황펑은 정처 없이 떠돌며 살았다. 다시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 컴퓨터를 이용한 편집 기술을 독학으로 터득해 파룬궁에 관한 진실을 담은 전단지를 제작해 배포했고, 이 기술을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줬다. 빼앗긴 영혼을 추스리기 위한 행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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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윈예술단 오케스트라 소속 바이올린 연주자 황펑 | NTD

당국은 그런 황펑을 추적했다. 예술가로서의 경력은 그렇게 끝장이 났고 자신과 가족들의 삶마저 황폐해졌지만 황펑에게는 부서진 영혼을 회복하고 신념을 다시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소중했다.

그러던 2008년 션윈의 존재에 대해 듣게 됐고 예술가로서의 혼이 다시 꿈틀대는 것을 느낀 그는 2014년 기적적으로 중국을 빠져나가 적잖은 세월을 동경하던 예술공연단에 입단하기 위한 오디션을 치를 수 있었다.

이제 다시 바이올린 연주자로 무대에 설 수 있게 된 황펑은 “중국에서는 파룬궁을 수련하는 사람이 무대에 오르는 것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곳에서는 믿음의 자유가 보장된다. 이는 예술가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션윈일까? 황펑은 “션윈의 사명은 중국의 5천년 전통문화를 되살리는 것”이라며 “5천년 문화는 신성한 영감이 깃들었고 신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감동을 주는 선량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또한 예술가로서 자신의 신념과 양심을 저버리고 강요나 이익에 따라 공산주의를 선전하는 것은 불행한 일인 반면, 자신이 믿고 추구하는 아름다움과 가치를 연주로 표현하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자 모든 예술가가 바라는 일일 것이라고 전했다.

션윈은 황펑처럼 중국에서 할 수 없었던 일을 성취하기 위해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온 예술가들이 주축으로 설립됐다. 이후 션윈의 사명에 공감한 세계 각지의 인재들이 합류하면서 세계적인 예술단으로 발돋움했다.

사회자 맷센은 “2009년 당시 3개의 그룹으로 순회공연을 하고 있었다. 그날 전화를 받았는데 3개 그룹 모두 공연표가 매진됐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션윈은 무용단(연기자들), 오케스트라, 성악가와 제작진 등이 한 팀으로 구성된 그룹 총 7개로 성장했으며,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매년 100개 이상 도시에서 수백 회 이상 공연을 펼쳤다.

션윈은 동일한 레파토리를 반복 상연하는 기존 오페라나 뮤지컬과 달리 매년 새로운 안무와 음악, 무대의상을 선보이는 독특한 운영으로도 호평을 받고 있다. 무대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디지털 배경도 관객들의 높은 평가를 받는 요소다.

맷센은 “하지만 관객들은 화려한 볼거리 그 이상의 무언가를 가지고 공연장을 떠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항상 더 위대하고 더 거대하고 더 좋은 것, 그리고 더 의미 깊고 더 높은 것, 그 모든 것이 하나로 합쳐진 것을 추구한다. 우리 공연은 그것을 정말로 무대에서 실현시킨다”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문화 공연을 뛰어넘는 그 이상, 높은 가치와 원칙들에 관한 공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