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은 인류 공동의 적…시진핑 하야, 당 해산만이 살길”

리윈(李韻)
2020년 06월 8일 오후 1:22 업데이트: 2020년 06월 8일 오후 6:06

중국 공산당 전 고위 간부가 “공산당은 좀비”라며 시진핑(習近平) 하야를 요구한 녹음파일이 유출됐다.

17분 55초 분량의 이 녹음파일에서는 중년 여성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중국 공산당 체제는 왜 이 지경까지 왔는가”, “어떻게 혼자서 높은 자리에 앉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이어 “중국공산당은 이미 정치 좀비다. 누구도 되살리지 못한다…중국이 살려면 중국공산당 체제를 버려야 한다”며 스스로 답변했다.

해당 파일을 온라인에 공개한 중국 정치 평론가 장제(張杰)는 여성 발언자가 중국 공산당 중앙 당교(黨校) 전 교수 차이샤(蔡霞)라고 설명했다. 차이샤 전 교수는 현재 미국 뉴욕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장제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파일을 올린 뒤 “차이샤 교수가 한 발언이 널리 퍼지고 있다”고 적었다.

중앙 당교는 공산당 고급 간부 양성기관이다. 한국에서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해 7월 베이징으로 건너가 교류 협약을 체결한 사건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프랑스 공영 라디오방송 RFI가 지난 4일 보도한 데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음성은 차이샤 전 교수가 사적인 토론 자리에서 한 담화 내용의 일부로 알려졌다.

공산주의 이론 연구기관의 전직 교수가 “공산당 체제로는 안 된다”라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이 발언에서 차이샤 전 교수는 시진핑(習近平)을 직접 가리키지는 않았지만, 모든 면에서 시진핑을 겨냥했음이 분명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차이샤 전 교수는 ‘2개 수호’ 등을 언급하며 “당(黨) 전체가 한 사람을 에워싸고 도는데 이것이 정당(政黨)인가? 이미 정당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5월 21일 중국 공산당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입장하고 있다. | LEO RAMIREZ/AFP=연합뉴스

2개 수호는 ▲시진핑 주석 핵심지위 수호 ▲당 중앙의 집중통일 영도 수호를 의미한다.

차이샤 전 교수는 당이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시진핑의 하야를 요구했다.

그녀는 “지금은 당 중앙 지도부를 비판만 해도 죄가 된다. 법치가 무너지고 정당이 실종됐다. 완전히 범죄집단이다. 두목이 수하들을 마음대로 처치하면서 당은 정치좀비로 전락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급선무는 사람을 바꾸는 것”이라며 이후 다양한 의견 표명을 허용하고 민영기업 장려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차이샤 전 교수는 “지금 할 일은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게 아니라 멈추는 것”이라며 “툭하면 위챗 글을 삭제하고, 발언에 죄를 씌우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걸핏하면 민간 기업가를 잡아들이는데, 한 명 잡아들이긴 쉽지만 다른 수많은 기업을 겁박해 도망치게 만든다”며 “이 정당은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체제 내 인물들은 이런 상황을 모두 잘 이해하고 있다”며 “이 사람(시진핑)을 해결하지 않으면 체제는 저절로 자유낙하해 5년 이내에 붕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이샤(蔡霞) 전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 | 바이두

중국에서는 신종코로나(중공 바이러스)의 부실 대응과 독재 등을 문제 삼아 시진핑 체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월 저명한 법학자인 쉬장룬(許章潤) 칭화대 법대 교수는 “분노한 인민은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공산당의 전염병 은폐와 도덕적 해이를 비판했다.

이후 가택연금된 쉬장룬 교수는 5월에도 공산당 독재를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발표했다.

같은 달 왕루이친(王瑞琴) 전 칭하이(靑海)성 정협(정치협상회의) 위원은 중국 최대정치행사 양회(兩會)에 앞서 인민대표들과 정협위원들에게 시진핑 해임을 촉구하는 공동서한 참여를 제안했다.

또한 원로 2세 그룹인 태자당 소속인 양광그룹 천핑(陳平)회장과 덩샤오핑(鄧小平) 전 주석의 장남인 덩푸팡(鄧朴方)의 명의로 각각 작성된 시진핑 비판 공개서한도 발표됐다.

이 서한들이 실제 해당 인물이 작성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중국에서는 익명의 개인이나 그룹이 유명인사의 이름을 빌려 당을 비판하는 일이 관행적으로 이뤄진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역사학자 리위안화(李元華)는 공산당 해산은 시대의 요구라고 했다.

그는 “정상적인 사회는 잘 정비된 민주적 제도와 법치, 보편적 가치 중시 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공산당이 존재하는 한 이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특정 지도자가 바뀐다고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