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필수앱 ‘위챗’, 외국 내정간섭 수단 우려”

한동훈
2022년 06월 25일 오후 5:52 업데이트: 2022년 06월 25일 오후 5:52

중국판 카톡인 ‘위챗(WeChat)’이 중국 공산당 정부의 타국 내정 간섭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호주에 기반을 둔 사이버보안업체 ‘인터넷 2.0’은 최근 위챗이 호주 상원 특별위원회에 제출한 문서를 분석해, 위챗이 일반 사용자의 정치적 견해를 규제하면서 중국 공산당의 정치 선전을 퍼뜨린다고 지적했다.

호주 연방의회는 지난 2019년 말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외국의 간섭이 호주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한 상원 특별위원회(Select Committee on Foreign Interference through Social Media, 이하 상원 특위)를 구성했다.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이란 선거 개입 등을 의미한다. 상원 특위는 외국 정부나 악의적인 집단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주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조사하고 차단하는 것을 설립 취지로 하고 있다.

위챗은 중국에서는 단순한 메신저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메시지 송수신 외에 음성·영상 통화, 온라인 주문, 간편 결제, 게임, 뉴스 구독 등 기능을 갖췄다. 신분 확인도 위챗으로 하기 때문에, 위챗이 없으면 중국에서는 하루도 생활하기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해외에서도 위챗은 중국인이라면 모두 설치를 강요받는 앱이다. 중국에 있는 가족, 친구, 동료와 연락을 주고받으려면 위챗을 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유명 해외 메신저는 중국에 있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없어 위챗 외에 마땅한 다른 대안이 없다.

따라서 호주 중국계 이민자들 사이에서 위챗은 해외에서도 중국 당국의 검열을 수용해야 하는 정치적 억압의 도구가 되고 있다. 위챗은 정치에 관해 까다로운 규정을 두고 있다. 선거 후보자나 정당의 투표 독려, 기부금 모금, 정책 홍보를 위한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위챗 운영사인 텐센트에는 중국 경찰이 상주하며, 이들은 중국은 물론 해외 사용자들까지 감시·검열한다. 중국 공산당에 ‘민감한 단어’들도 실시간으로 검열된다. 톈안먼 사태, 홍콩 민주화 운동, 파룬궁, 티베트나 공산당 지도부에 관련된 표현들도 차단되거나 삭제된다.

‘인터넷 2.0’은 보고서에서 “위챗은 일반 사용자들에 대해서는 정치적 표현을 규제하지만, 이 같은 정책은 중국 공산당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위챗은 자신의 정책을 스스로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 등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의 경우, 현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

중국 정부의 조달 기록을 뒤져 위챗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 공산당의 선전 부서와 최소 10건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텐센트나 텐센트의 자회사 혹은 텐센트의 최고경영자(CEO) 마화텅이 소유한 기업들이 계약에 참여했다.

그렇다고 위챗은 모든 서방 정치인들에게 비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위챗은 정치 광고를 금지한다면서도 지난 5월 호주 총선 때는 노동당 앤소니 알바니지 후보의 중국어 연설을 허용했다. 이 광고는 호주에 있는 중국인 계정에 송출됐다. 반면, 모리슨 후보는 위챗 계정을 활용한 홍보를 할 수 없었다. 중국인들은 해외에서도 위챗으로 정보를 획득하는 성향이 크다.

5월 호주 총선에서는 중국계 유권자 75%가 노동당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총선에서는 하원 151석 중 노동당이 75석을 확보하며 승리했다. 중국에 강경한 정책을 추진하던 스콧 모리슨 전 총리(자유국민연합)는 4연속 집권에 실패했다.

노동당 승리에는 100만 명에 달하는 중국계 유권자들의 전폭적 지지가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자유국민연합은 중국계가 많이 사는 뉴사우스웨일스주나 빅토리아주의 주요 지역에서 노동당이나 무소속 후보에게 패배했다.

인터넷 2.0은 보고서에서 위챗이 해외 사용자의 개인정보와 위치정보, 클립보드에 저장한 내용, 방문한 웹사이트와 시청한 동영상 등의 데이터를 홍콩의 서버로 전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텐센트는 해외 사용자의 정보는 모두 중국 외부의 서버에 저장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2020년 제정된 홍콩 국가안전법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요구에 따라 사용자 데이터를 당국에 제공하는 것을 법적으로 의무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