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유학생, VPN 방화벽 뚫었다고…황당 ‘주머니죄’ 처분 받아

이시형
2021년 05월 28일 오후 9:29 업데이트: 2021년 12월 29일 오전 10:22

중국 안후이 출신 25세 청년 천위진(陳宇鎭)씨는 지난해 말 중국을 떠나 한국에 정착해 현재 경희대학교 어학연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천 씨는 지난해 6월, 중국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인터넷 감시 시스템 ‘만리방화벽’(Great Wall) 우회해 각종 해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 VPN친구에게 제공했다는 혐의로 공안에게 강제 연행돼 이틀 동안 취조실에서 심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본사 기자가 천 씨를 만나봤습니다.

작년 6월 10일 새벽, 천 씨 숙소에 10여 명의 공안이 침입해 천 씨의 핸드폰을 압수하고 강제 연행했습니다. 

[ 천위진 | 경희대학교 어학연수원 학생 ] :

“작년 중국에 있을 때, 사복 경찰이 집에 와서 수색을 했습니다. 그들에게 어느 부처에서 왔냐고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어요. 제집은 다른 사람과 함께 임대한 집이었는데, 그들은 여기저기 뒤집으며 휴대폰 등 전자제품만 찾았습니다. 그들은 저에게 ‘해외 세력이 있느냐’, ‘어떤 단체에 가입했느냐’ 등을 물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저의 휴대폰에 방화벽을 우회하는 앱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채팅 기록이 남아있은 것도 발견했어요. 저는 이 앱을 친구들과 인터넷상에서 알게 된 사람들에게 전했고, 사용법도 가르쳐 줬거든요.” 

 천 씨는 하이커우시 공안국에 끌려가 취조실에서 이틀 동안 심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공안은 천 씨에게 “어떤 단체에 가입했느냐”, “해외에 세력이 있느냐”는 등을 계속해서 물었고, 더 이상 단서를 찾지 못하자  VPN을 타인에게 제공한 혐의로,  ‘코다이주이(口袋罪)’, 일명 ‘주머니죄’를 적용했습니다. ‘주머니죄’는 중국에만 있는 법률로 법률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유죄 여부를 규정하기 어려운 죄를 말합니다.

 [ 천위진 | 경희대학교 어학연수원 학생 ] :

“중국에는 ‘방화벽 넘기(翻)’는 불법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에게 ‘컴퓨터 프로그램에 침입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 죄’로 죄명을 정했습니다. 내가 이 죄명에 대해 검색을 해봤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죄를 덮어썼습니다. 위키백과에는 이 죄명이 있는데 ‘주머니죄(口袋罪, 아무데나 씌울 수 있는 죄)’라고 합니다. 그 때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 후부터 차차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천 씨는 연행된 지 이틀 만에 보증금 1만 위안, 한국 돈으로 약 170만 원을 내고  ‘처분 보류(取保候審, 취보후심)’ 조건으로 풀려났습니다. 처분 보류는 공안기관이 보증인을 세우거나 또는 보증금을 내는 조건으로 일정 기간 인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강제처분을 말합니다. 

 하이커우시 공안국이 천 씨에게 준 ‘처분 보류 결정서(취보후심 결정서)’에는 “용의자는 유기징역 이상의 형을 선고할 수 있으며, 처분 보류(취보후심)를 채택하면 사회적 위험성이 없다”고 씌여 있습니다.

천 씨는 이후에도 몇 달 동안 공안국에 여러 차례 불려갔다고 합니다. 

 [ 천위진 | 경희대학교 어학연수원 학생 ] :

“그때는 너무 초조해서 매일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기껏해야 몇 년 감옥살이하겠지’하고 생각했어요. 일의 효율성이 떨어져서인지 그들은 몇 달 동안 저를 불러 물어보곤 했습니다.”

 당시 천 씨는 VPN을 통해 방화벽을 넘는 것이 그렇게 위험한 일인지 몰랐습니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VPN으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 사용이 만연했기 때문입니다.

 [ 천위진 | 경희대학교 어학연수원 학생 ] :

“제가 VPN을 이용해 방화벽을 넘는 것은 중국이 비교적 개방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에게 이런 일이 닥친 후 이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가벼운 것은 행정처분이지만 저는 형사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제가 다른 사람에게 (VPN)을 제공했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내렸습니다. 형사처벌은 매우 엄중합니다. ”

천 씨는 한국에 온 후 이번 달부터 중국판 카카오스토리인 위챗 모멘트에 글을 올렸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보이스 피싱 예방’ 명목으로 다운을 강제하는 앱 ‘국가반역센터(國家反詐中心)’에 대한 의견이었습니다. 천 씨에 따르면 이후 올렸던 게시글이 삭제되고, 다음 날 은행 카드가 정지됐습니다. 

‘국가반역센터’는 중국의 공안국 형사수사국에서 개발에 올해 3월부터 국민들에게 배포한 앱입니다.  문제는 이 앱을 핸드폰에 설치하려면 얼굴 이미지 등 29가지 개인 정보를 등록해야 한다는 건데요.  앱을 설치한 핸드폰은 모든 자료를 모니터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원격조정도 가능하게 됩니다. 

[ 천위진 | 경희대학교 어학연수원 학생 ] : 

“사실 천천히 홍보하는 것은 문제없습니다. 이렇게 하면 국가도 갈수록 보급을 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강제로 다운할 것을 요구합니다. 저는 단지 이렇게 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말했어요. 다음 날 저의 은행 카드가 정지됐습니다.” 

“저의 은행 카드 3장이 모두 정지됐습니다. 저는 이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시간을 내 그들과 얘기해보고 싶어요. 이렇게 하는 것은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이렇게 하면) 생활비가 없고 학비도 낼 수 없고 가족들이 돈을 보내올 수 없으니 생활하기 어려우리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제가 (중국으로) 돌아가 협조하기를 바랐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 그들의 치적이 하나 추가될 수 있으니까요. 그들은 내가 돌아가서 그들의 안건을 처리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카드를 정지한 것 같아요.”

중국 정부는 유튜브,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 진출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에게 불리한 정보의 유입을 막기 위해서 인데요. ‘만리방화벽’(Great Wall)이라 불리는 인터넷 감시 시스템을 통해 접속을 막고, 인터넷 사용 기록이 모두 중국 당국에 넘어갈 정도로 검열도 철저합니다.

만리방화벽을 우회해 각종 해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VPN이 이용되자 중국 정부는 VPN 기술 기반 서비스까지 불법화해 원천 차단하는 실정이며, 인터넷 검열을 통해 네티즌들에 대한 통제 수준을 높이고 있습니다.

NTD뉴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