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연구원 스파이 여부? “中 CSC 장학금 받는지 보라”

이언
2020년 09월 15일 오후 5:35 업데이트: 2020년 09월 15일 오후 6:04

미국 법무부가 스파이 혐의로 기소한 중국인 연구원 가운데 3명이 중국 ‘국가유학기금관리위원회'(CSC)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중국인 생물학 연구원 탕쥐안(唐娟·37)을 체포했다.

중국 공산당 산하 인민해방군 소속을 감춘 채 문화·학술 교류 비자(J-1)를 신청한 비자 사기 혐의다.

탕쥐안은 중국 시안의 제4군의대학 군의관이지만 부속 병원 소속의 일반의사로 신분을 세탁해 미국에 입국했다. 그녀의 아파트에 있던 전자기기에서는 인민해방군 제복 차림 사진이 발견됐다.

FBI는 같은 혐의로 왕신(王), 쑹천(宋晨), 자오카이카이(趙凱凱) 등 3명을 체포, 기소했다. 이 가운데 왕신은 국방대학 실험실 연구원으로 소령에 해당하는 인민해방군 9급 엔지니어로 확인됐다.

이들은 모두 인민해방군 장교라는 사실을 감추고 미국 스탠퍼드대, UC 데이비스 등 명문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기밀 자료를 중국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8월에는 버지니아대 연구실에서 유체역학을 연구했던 중국인 후아이저우(胡海舟)가 시카고 국제공항에서 중국행 비행기를 타려다가 체포됐다.

그의 노트북에서는 미 해군과 공동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버지니아대에서 기밀로 취급했던 컴퓨터 프로그램 소스코드가 발견됐다.

중국 공산당의 군대인 인민해방군 신분을 속인 채 비자를 발급받은 혐의로 체포된 탕쥐안. 그녀의 전자기기에서는 인민해방군 제복 차림 사진이 발견됐다.

최근 미국 당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렇게 체포된 5명 가운데 3명은 CSC가 선정한 정부 장학생으로 드러났다.

탕쥐안과 왕신은 유학비용 전액을 CSC가 지원했고, 후아이저우는 CSC로부터 매달 1900달러의 지원금을 받는 대신 6개월마다 연구성과를 보고해야 했다.

국가유학기금관리위원회 장학금의 덫

CSC는 1996년 중국 교육부가 설립한 기관으로 정부 장학생 안내, 모집, 심사를 처리하는 기관이다. 지원 대상은 중국인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유학하는 외국인도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학술 분야에서 중국 공산당의 스파이 활동이 증가하고 있어 CSC에 대한 경계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조지타운대 산하 ‘안보와 신흥 기술센터'(CSET)의 7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36만명 가운데 CSC 장학생은 약 7% 정도다.

이에 따르면 CSC는 선임 연구원과 박사 학위를 취득한 연구원(포스트 닥터·박사후과정)을 선호하며 특히 중국의 국가발전 전략 관련 분야 전공자나 연구원을 선발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 교육부 2017년 자료에 따르면, 정부장학생 42%가 선임연구원·포스트닥터였으며 그다음은 박사과정(35%), 석사·학부생(23%)이었다.

이들은 외국 대학(연구소)에서 학업을 마친 뒤 중국으로 돌아가 일을 해야 한다.

미국 CSET의 라이던 페더시욱 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CSC의 주요 임무는 학생들이 외국에서 학업을 마친 뒤 중국에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라며 “강제적 방법도 동원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CSET는 중국인 유학생이 CSC와 체결한 계약서를 공개했다.(링크)

중국 CSC는 외국으로 나가려는 중국인 학생 외에 이미 외국에서 체류 중이지만 장학금을 받지 않고 있는 학생들도 물색한다.

장학금을 지급하는 대신 보증인을 세우도록 하며, 학업을 마치지 않은 채 귀국하거나 학업을 마친 후 귀국하지 않으면 그동안 지급한 장학금에 벌금까지 더해 보증인에게 물도록 하는 방식을 취한다.

중국 공산당이 이런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해외로 나간 중국인 유학생이 중국 귀국을 꺼리기 때문이다.

CSET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미국 대학에서 이공계(STEM)를 전공하는 중국인 박사학위 취득자 85% 이상은 미국에 남는 경향이 있다.

페더시욱 연구원은 CSC를 중국 공산당의 교내 스파이 기관인 공자학원에 비유하며 “중국은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려 장학제도를 이용한다”면서 “그러나 오늘날 국제 공동연구는 불가피하므로 이러한 우려를 유지하면서도 현명한 균형 잡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CSC는 최근 2년간 외국 대학과 협력 프로그램을 급속히 늘리고 있다. 2018년 19개였던 협력 프로그램이 2019년에 120여개로 7배 가까이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