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는 이유

프랭크 팡
2019년 01월 31일 오전 11:51 업데이트: 2019년 10월 26일 오후 9:00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은 베네수엘라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에 대한 지지를 계속 표명해 왔다. 미국과 유럽 등 많은 자유세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마두로는 자신이 베네수엘라의 합법적인 대통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이 장악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국회의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1월 23일 “베네수엘라 헌법에 근거해 임시 대통령직에 취임한다”고 선언했다. 그 이후 아르헨티나, 브라질, 캐나다,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가 과이도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고,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EU국가는 베네수엘라에서 새로운 (대통령) 선거 계획이 발표되지 않으면 과이도를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는 신사회주의(21세기 사회주의라고도 함) 정책을 실시한 지 20년 만에 식량 부족과 초인플레이션으로 얼룩진 사회경제적 위기에 처해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현재 부채가 약 1500억 달러(168조 원)이며, 그중 약 200억 달러(22조 4000억 원)는 중국에 진 빚이다.

한편, 중국은 과이도 선언 이후에도 변함없이 마두로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마두로는 즉각 미국과 외교관계를 단절함으로써 과이도를 지지한 미국에 보복했다. 이에 대응해, 미국은 과이도가 이끄는 정부를 통해 베네수엘라와 외교 관계를 수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월 24일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은 국가 주권과 독립,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베네수엘라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중국 정부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외국의 간섭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화 대변인이 특정 국가를 지칭하지 않았지만,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월 24일 자 사설에서 “미국이 외교적으로 신속하게 과이도를 인정한 것은 베네수엘라 내정에 간섭하고 싶어 하는 강한 바람의 표시”라고 공격했다.

마르코 루비오(공화당-플로리다) 미국 상원의원은 1월 25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이 과이도를 인정한 데 대해 중국이 불쾌감을 나타낸 것과 관련해 “베네수엘라는 중국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중국은 다만 돈을 돌려받는 데 문제가 없기만을 바라고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마두로, 중국 ‘일대일로’ 계획 찬양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0년간 석유차관협정을 통해 베네수엘라에 500억 달러(56조 원) 이상을 빌려주었다.

마두로는 2013년 우고 차베스 사망 후 부통령으로 대통령 직무대행이 됐다가, 보궐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마두로는 올해 1월 10일 두 번째 대통령 임기 취임 선서를 했지만, 작년에 치렀던 대선은 베네수엘라 국회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도 부정선거로 간주됐다.

베네수엘라의 영문 뉴스 사이트 ‘카라카스 크로니클’에 따르면, 마두로가 취임 선서를 하고 나서 5일 후, 베네수엘라 국회는 “마두로는 ‘찬탈자’이며, 그의 통치권에 근거한 모든 행위는 무효”라고 공식 선언했다.

그런데도 중국은 지속적으로 마두로 정권을 지지해 왔다. 주 베네수엘라 중국대사관 웹사이트에 따르면, 최근 리바오룽(李寶榮) 베네수엘라 주재 중국대사는 마두로에 대한 중국의 지지 약속을 재확인했는데, 그는 1월 26일 중국대사관이 주최한, 그란멜리아 카라카스 호텔에서 열린 신년축하 행사에서 “양국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 신년 축하행사에는 2018년 6월 마두로 밑에서 부통령으로 임명된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 시몬 제르파 델가도 재경부 장관, 국방위원회 사무총장 파스쿠알리노 페르난데스 장군 등 많은 베네수엘라 공직자들이 참석했다.

로드리게스 부통령도 중국의 지원에 감사한다고 했는데, 이 연설은 베네수엘라 국영 방송 VTV를 통해 전국에 방영됐다. 로드리게스는 올해가 양국의 외교관계 수립 45주년이므로 베네수엘라와 중국의 특별한 관계를 기념해야 한다고 했고, 이어서 양국 관계가 “우고 차베스의 시대 이후 풍성해졌다”고 덧붙였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중국과의 강한 유대에 대한 표시로 “베네수엘라에는 중국에 필요한 모든 석유가 있다”면서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을 찬양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작년 9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일대일로 계획과 관련한 28건의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텔레수르 방송사의 2018년 9월 보도에 따르면, 이 28건의 협정에는 중국의 국영 석유개발회사 CNODC와 베네수엘라 국유 석유회사 PDVSA가 천연가스 탐사, 추출에 협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중국 국유 광산회사 옌쾅그룹(兗礦集團)에 금을 탐사하고 채굴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그렇지만 그 후 베네수엘라 국회는 마두로가 서명한 모든 협정에 대해 승인을 거부하며 ‘무효’라고 선언했다.

최대 채권자는 중국개발은행(CDB)

전문가들은 중국이 베네수엘라에 투자함으로써 마두로가 이끄는 신사회주의 정권이 부패가 만연하게 됐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2018년 4월,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CSIS)는 보고서에서 중국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투명하지도, 시장 지향적이지도 않다. 이러한 투명성 결여는 마두로 정권의 뿌리 깊은 부패에 또 다른 부패를 더했다”면서, 일부 대출과 협정들이 불법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해외직접투자(ODI)나 중국의 정책은행을 통한 대출 등을 통해 이뤄졌지만, 두 경우 모두 ‘투명성의 가장 기본적인 기준조차’ 결여돼 있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해외직접투자(ODI)의 경우 중국의 돈은 종종 홍콩을 거쳐 알려지지 않은 목적지로 보내지기도 하고, 중국의 정책은행들은 국가별 대출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보고에서 누락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보고서는 “중국이 베네수엘라에 자금을 쏟아부어 베네수엘라 국민들과 베네수엘라의 장기적 성과를 희생시킨 셈이다”라고 결론지었다.

중국은 2001년부터 베네수엘라에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중국 공산당 주석 장쩌민과 차베스가 카라카스에서 회담을 가진 후 결정됐다. BBC에 따르면 양국은 에너지, 문화, 기술, 광업에 관한 양자협정 8건에 서명했다.

그 이후 국영 정책은행인 중국개발은행(CDB)은 베네수엘라로 돈을 보내는 중국 정부의 주요 채널 중 한 곳이 됐다. 2017년 8월 환구시보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5년까지 CDB 한 곳에서만 베네수엘라에 약 370억 달러(41조 4,400억 원)를 대출해 주었는데, 당시 베네수엘라의 최대 채권은행 이었다.

2008년 이전에 베네수엘라에 얼마나 많은 자금이 지원됐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2006년 CDB는 중국의 국영건설회사 CITIC가 건설할 예정인 베네수엘라 공공주택 프로젝트에 약 10억 달러(1조 1200억 원)를 제공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대가로, 중국석유천연가스(CNPC)의 자회사인 유니펙(UNIPEC)에서 하루 20만 배럴의 석유를 공급받게 됐다.

특이한 것은, 1998년부터 2008년까지 CDB 은행장은 천위안(陳元)이었는데, 그는 중국 공산당 혁명원로 천윈(陳雲)의 아들이라는 사실이다. 이후 천위안은 2008년부터 2013년 4월까지 CDB 이사회 회장을 역임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013년 4월 발행된 칼럼에서, 장쩌민 전 주석이 정치적 은혜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천위안의 지위를 보장해준 것이라고 보도했다.

1989년 톈안먼 광장에서 중국 정권이 학생 시위대를 탄압한 후, 중국 공산당 총서기 자오쯔양이 축출됐고, 천윈은 당시 최고 실권자 덩샤오핑에게 장쩌민을 후임 총서기로 천거했는데 장쩌민이 이에 대한 고마움으로 아들인 천위안에게 CDB 은행장을 맡겼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