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침투 비판하면 아시아 증오? 캐나다 총리 발언 논란

2021년 06월 1일 오후 7:20 업데이트: 2021년 06월 1일 오후 7:20

캐나다 총리가 중국인들의 침투를 방관했다는 추궁을 받자 ‘인종차별에 반대한다’고 응수해 구설수에 올랐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지난주 하원 청문회에서 ‘캐나다 연구자들도 접근하기 힘든 국립 미생물학 연구소에 중국 인민해방군과 관련된 중국 과학자들의 접근을 허용한 이유가 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트뤼도 총리는 “정부는 캐나다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답한 뒤 “아시아계 인종차별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관용적이지 못한 인종주의에 반대한다”고 의원들에게 훈계조로 말했다.

트뤼도 총리의 발언은 중국인 과학자들을 국립 미생물학 연구소에 들여서는 안 된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 차별’이라는 것이다.

해당 질문을 던진 의원은 보수당 소속 마이클 총 의원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인 아버지와 네덜란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중국계인 총 의원은 청문회 뒤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아시아계 캐나다인으로 평생 인종차별을 겪었다”며 자신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한 트뤼도 총리의 발언에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듯했다”고 말했다.

캐나다 국립 미생물학 연구소는 중국 정부기관, 군 기관과 관계가 있는 중국인 연구진과 협력해왔다.

그러나 지난 2019년 중국 출신의 바이러스학자인 추샹궈(邱香果) 박사와 남편 청커딩(程克定), 추 박사의 제자 등이 ‘정책 위반’으로 쫓겨나는 등 잡음이 일어온 것도 사실이다.

추 박사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다루는 이 연구소에 재직하면서 중국 대학과 관계를 유지하고 중국 학생들을 연구에 참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 연구진과 유학생들이 빗나간 애국주의 혹은 중국 정부와의 은밀한 계약, 협박 등으로 인해 스파이 노릇을 한다는 지적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캐나다 정보안보국에서도 중국과 러시아가 캐나다의 백신과 바이러스 연구 성과를 훔치고 있다고 트뤼도 총리 내각에 경고한 바 있다.

마이클 총 캐나다 보수당 하원의원 | | THE CANADIAN PRESS/Sean Kilpatrick

보수당 의원들은 중국의 침투를 경계해야 한다는 안보 차원의 우려를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로 몰아세운 트뤼도 총리의 현실 인식에 문제가 많다는 반응이다.

한국계 넬리 신 의원은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가안보 사안을 심각하게 논의하는 의원을 ‘인종차별’로 비난한 총리는 의회 의사 진행 원칙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인신공격 논란도 피해가기 어렵다”며 트뤼도 총리에게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019년 총선에서 한인 최초 연방 하원의원에 선출된 신 의원은 교사 출신의 독실한 종교인으로, 한인을 포함한 이민자들의 어려움과 소수 빈민층의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해온 인물이다.

그녀는 “국가안보와 아시아계 차별을 엮는 것은 인종차별로 눈을 돌리기 위한 수단”이라며 “아시아계 캐나다인은 이런 식으로 이용되고 ‘정치적 방패’가 되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총 의원과 케니 추 등 보수당 소속 아시아계 의원들도 같은 날 공동성명을 내고 “아시아계 커뮤니티의 많은 사람이 중국의 위협과 인권침해에 시달리고 있다”며 “총리는 베이징의 선전 깃발을 들어 올릴 것이 아니라 국민을 보호하는 입장에 서야 한다”고 질타했다.

두 의원은 중국을 향한 각계의 관심은 “그 대상이 중국인이 아니며 공산주의 정권을 겨냥한 것”임을 강조했다.

/류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