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양심’ 여 교수 중국 비판글 사라져

라오둥옌 칭화대 교수 중국 당국 제로코로나 정책 비판

최창근
2022년 09월 19일 오전 10:07 업데이트: 2022년 09월 19일 오전 10:55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 상용화와 이로 인한 인권 탄압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코로나 19 방역 정책인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정책에 안면 인식 기술을 비롯한 감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이 속에서 안면인식 기술 남용,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의 위험성을 경고해 오던 한 학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이 삭제돼 논란이 일었다.

라오둥옌(勞東燕) 중국 칭화대 법대 교수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진실의 세계를 직시하다’ 제목의 글을 통하여 방역을 명분으로 한 중국 공산당 당국의 과도한 주민 감시를 비판해 왔다.

중국 정부가 안면인식 기술을 남용하여 과도하게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제로 코로나 방역 지침으로 발생하고 있는 시민권 침해 부작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직설 화법으로 정부 당국의 제로 코로나 지침과 과도한 탄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던 라오둥옌 교수의 SNS가 지난 9월 17일 알 수 없는 이유로 삭제됐으며 9월 18일 현재 그의 웨이보 계정이 폐쇄된 상태이다.”라고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라오둥옌 교수가 게재한 뒤 삭제된 글 중에는 “중국은 어디서나 중국 당국을 찬양하는 목소리만 넘쳐난다. 하지만 그런 사회일수록 불안감은 오히려 사회 전반에 빠르게 번진다. 거짓된 정보 속에 갇혀 살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라오둥옌 교수는 지난 2월 게재한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이 가진 위험성을 지적한 글에서는 “전 국민에게 전자팔찌를 채운 것과 같은 악효과를 낼 것이다.”라고 비판했지만 해당 글은 그의 SNS에 게재된 지 불과 2시간 만에 삭제된 바 있다.

라오둥옌은 5월에는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중국의 데이터 기반 방역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공권력이나 범죄자가 시민의 정보를 오용할 수 있다. 시민들에게 최소한의 존엄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글도 삭제됐고 라오둥옌 교수는 다시 게시물을 올려 중국 정부의 빅데이터 감시 위반을 제기했다.

9월 들어서는 코로나19가 확산세인 장쑤성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에 불응한 시민을 조사한 데 대해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와 국무원은 코로나19와 관련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았다. 지방정부의 (PCR 검사 불응 시민 조사) 조치는 법적으로 근거가 없다.”며 중국 당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라오 교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판한 뒤 해임된 전 칭화대 법대 동료 교수 쉬장룬을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형법 전문가인 라오둥옌 교수는 2016년 ‘10대 뛰어난 젊은 법학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8월에는 기모노를 입은 여성과 관련해 당국이 공중소란죄(尋釁滋事罪)를 적용한 것은 해당 여성뿐만 아니라 법 자체도 모욕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는 장문의 글을 잇달아 게시했다.

서방 언론에서는 라오둥옌 교수를 가리켜 ‘중국에 살아있는 마지막 지성’ ‘중국의 광적인 민족주의하에 유일하게 깨어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해왔다.

이러한 라오둥옌 교수의 SNS 계정 글이 연이어 삭제되자 일각에서는 그가 일명 ‘칠불강(七不講)’으로 불리는 중국에서는 절대로 논해서는 안 되는 7가지 금지 주제를 건드려 중국 당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이 주요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른바 ‘칠불강’은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한 직후 취임 초기부터 강조해온 보편적 가치, 언론의 자유, 시민 사회, 시민 권리, 중국 공산당의 역사, 권력층 자산 계급, 사법부 독립 등에 대해서라면 신분을 불문하고 발언이 금지된 불가침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