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농업기술 절도, 국가안보 위협” 美 전문가

에바 푸
2022년 06월 23일 오후 10:10 업데이트: 2022년 06월 23일 오후 10:10

식물의 종자에 담긴 유전자 코드는 수십억 달러의 잠재적 가치를 지닌 지적 재산이다. 적대국의 손에 들어가면 식량 생산을 증대시키고, 국제 곡물시장의 통제권까지 빼앗길 수 있다.

미국 물류 데이터 분석업체인 포티스(Fortis)의 물류 및 공급망 분석가인 로스 케네디는 에포크타임스 계열사인 위성채널 NTD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미국 농업기술 절도에 대해 심각하게 경고했다.

케네디는 14억 인구가 사는 중국에서 “자국 식량 안보를 강화할 수단을 확보하는 일은 최우선 임무”라며 “중국은 지금껏 거짓말, 도둑질, 대가성 거래 등 농업기술을 얻으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농업기술 절도를 “회색지대에서 벌이는 비대칭 전쟁”이라고 설명했다. 회색지대(gray-zone)는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상태·영역을 가리킨다.

케네디는 딱히 양국 간 경쟁 분야로 규정하기 애매한 농업생산 영역에서 중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국을 경제적·외교적으로 약화하는 동시에 기본적 식량 수요를 해결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른 첨단산업과 달리 농업 분야에서 스파이 활동의 위험성을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면서 “옥수수 한 알이나 콩 한 줌을 훔치는 일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산업 스파이 활동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런 일을 몇 년간 계속한다면, 이는 (타국의 연구를 훔쳐서) 옥수수, 콩 같은 식량 작물의 비밀을 탐색하는 것이고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엄청난 절감 효과를 얻게 된다”며 중국의 농업기술 절도에 대한 미국 사회의 경각심을 강조했다.

Farmers Dry Grains In Huangshan
중국 안후이성 황산의 한 마을에서 옥수수를 말리기 위해 낱알을 떼어내고 있다. 2021.9.16 | Shi Yalei/VCG via Getty Images

종자의 무기화

중국은 지난 2019년 총 1331억 달러어치의 농산물을 수입한 세계 최대 농산물 수입국이다.

미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의 지난 5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경작지 축소, 자연재해, 식량 수요 급증에 처해 있다. 그에 따라 미국의 농업자산, 특히 종자 기술에 강한 관심을 나타내 왔다.

몬산토 등 미국의 농업생명공학 기업은 종자 기술로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창출해냈다. 종자는 미국이 효자 상품이기도 하다. 미국은 작년 중국에 약 1억7400만 달러 상당의 종자를 수출했다. 이는 미국 전체 수출액의 15%를 차지한다.

종자 기술의 중요성은 중국 측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중국 관영언론은 종자를 농업 분야의 ‘반도체’로 묘사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식량안보를 “국가안보의 핵심 기반”으로 규정했다.

그는 4월 중국 하이난(海南)성에 있는 종자연구소를 시찰하면서 “식량 안보를 달성하기 위해 중국 종자를 우리 손으로 꼭 쥐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중국 과학자들은 땀 흘려 직접 개발하는 대신 미국의 농업기술을 훔치는 손쉬운 길을 선택했다.

지난 4월 7일 시진핑의 종자연구소 방문 며칠 전, 미국 법원은 몬산토 전 연구원이었던 중국인 샹하이타오(向海濤)에게 2년 5개월 징역형을 선고했다. 샹하이타오는 몬산토 영업 기밀 절도를 모의한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이를 메모리 카드에 담아 중국에 가져가려 했다.

앞서 2016년 10월에는 미국 영주권자인 중국인 모하이룽(莫海龍)이 옥수수 종자를 훔쳐 중국으로 밀반출하려다 적발돼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중국 베이징의 농업회사 다베이눙(大北農)그룹 임원이자 국제업무 총책인 그는 2013년 체포돼 3년 만에 형이 확정됐다.

2018년에는 쌀 종자를 연구하는 중국인 연구원 2명이 미국의 여러 연구 및 생산 시설을 방문했다. 이들은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을 통해 출국하려다 체포됐다. 연구소에서 도난당한 쌀 종자가 그의 수하물에서 발견됐다. 이 종자들은 현재 중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품종이었다.

케네디는 “3~10여 가지 서로 다른 품종을 입수할 수 있으면 다양한 살충제나 곤충에 대해 종자의 내성을 역설계(제품에서부터 기술적 원리를 역으로 터득하는 기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작물의 수확량을 높이거나 기후 적응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옥수수, 콩 재배 면적을 확대하고 싶어 하지만, 여건이 안 되는 지역에서 잘 자라는 종자를 개발할 원천 기술이 없다”며 “씨앗 하나를 도난당하는 일이 문제가 되는 이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중국이 여러 종자를 손에 넣으면 문제는 더 커진다”고 했다. 공산주의 정권이 적대국가의 식량 생산 능력을 저하시키려 유전자를 조작한 작물을 퍼뜨리거나 독성을 내는 식물을 만들어 가축을 떼죽음하게 만들 수도 있다. 종자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Iowa
미국 아이오와주의 한 농산물 박람회에 밀이 전시돼 있다. 2018.7.13 | Scott Olson/Getty Images

‘외교적 지렛대’가 된 종자

케네디의 주장은 개인의 목소리만은 아니다. 다우케미컬, 듀퐁 등 미국의 종자생산 기업들은 중국에 대해 비슷한 우려를 갖고 있다. 케네디는 “문제가 되기까지 한 발짝만 남겨둔 상태”라고 했다.

그는 “과거 중국은 미국과 유럽의 유전자 기술을 구매했지만, 이제는 서서히 자체 개발 능력을 확보하게 됐다”며 중국이 산업 스파이 행위로 확보한 종자 기술이 중국의 ‘외교적 지렛대’가 돼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과 국가안보를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인프라 건설을 내세워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를 유라시아 각국에 확대한 바 있다. 케네디는 식량 기술이 제2의 ‘일대일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전자 변형(GMO) 종자가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다는 점에서 일대일로보다 더 파급효과가 클 수 있다고 봤다.

인프라 중심의 일대일로가 참여국에 거액의 빚을 안기고 그 대가로 철도, 항구 등을 가져가는 ‘부채의 함정’이었다면 종자를 활용한 일대일로는 상대국에 종자 제공을 중단해 즉각 타격을 줄 수 있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미국 농지 구매 확대

중국이 미국 농업 분야에 가하는 위협은 바로 미국 내 농지 구매다.

2013년 중국 최대 육가공업체 솽후이(雙匯·현 WH 그룹)는 미국 돼지고기 가공업체 스미스필드 푸드를 71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는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USCC 보고서에 따르면, 솽후이는 이 거래로 스미스필드 푸드가 갖고 있던 미국 내 6개 주에 걸친 14만6천에이커(약 591제곱킬로미터) 이상의 토지를 소유하게 됐다. 세계 최대 미국 토지 구매자로 등극했다. 미국에서 성장한 돼지 4마리 중 1마리도 중국 소유가 됐다.

이후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내 돈육 생산이 급감하자, 이 회사는 2020년 기록적인 양의 돼지고기를 중국에 공급했다.

케네디는 “중국은 수십만 에이커의 대규모 농지를 확보했다. 비록 외국에 있는 땅이지만, 그 땅의 소유자로서 중국을 위한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한 것이다. 베이징의 목표는 해외 토지를 중국을 위해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농무부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 농지 투자는 2010년 1만3720에이커에서 2020년 35만2140에이커로 10년 사이 25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미국 내 외국인 토지의 1%에 그친다. 하지만, USCC는 미국 연방정부가 토지 소유권과 사용 용도를 추적하는 시스템이 없고, 중국인 투자자들이 정부 규제를 우회해 마음껏 토지 소유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CHINA-AGRICULTURE
중국 산둥성 랴오청시의 한 밭에서 한 기계가 옥수수 씨앗을 뿌리고 있다. 2022. 4.27 | STR/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케네디는 이를 “엄청난 문제”라며 중국의 공산주의 정권이 이렇게 확보한 토지를 다양한 형태의 스파이 활동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동물사료업체인 푸펑(阜豊)그룹은 작년 11월 노스다코타주 그랜드포크스의 370에이커 용지를 매입했다. 이 회사는 옥수수 제분 시설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공장 건설 예정지가 미 공군 기지에서 19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아 우려 여론이 제기됐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중국의 토지 확보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지난달 댄 뉴하우스 하원의원(공화당) 중국과 관련이 있는 외국인의 미국 내 농지 취득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뉴하우스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식량 공급망 관리 권한을 적대적인 외국에 양도하기 시작하면,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식량이 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케네디는 중국 산업 스파이들의 농업 기술 절도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적 이익만 생각해선 안 되며 기업이나 과학자들이 민감한 기술 개발과 관련해 외부와 협력할 때 “중국과 연관되진 않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재계와 학계 리더들이 국가 안보를 고려해야 한다며 “다른 선택지가 있는지 스스로 묻고, 답이 ‘그렇다(Yes)’이면 그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