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구금된 홍콩 활동가 12명 신병에 깊은 우려” 폼페이오

하석원
2020년 09월 13일 오후 12:59 업데이트: 2020년 09월 13일 오후 12:59

미국 행정부가 대만으로 탈출하다 중국 당국에 체포된 홍콩 활동가 12명의 신병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1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중국에 3주째 억류 중인 홍콩인들이 “변호사 접견조차 거부됐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23일 광둥성 남부 연안의 중국 해역에서 중국 해안 경비대에 체포됐으며, 대만으로 건너가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려던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된 사람 중 한 명인 엔디 리는 지난 6월 30일 시행된 홍콩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던 전력이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체포된 사람들의 가족과 홍콩의 민주진영 정치인들은 “중국 본토에서는 법적인 보호장치가 부족하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해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홍콩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에게 “홍콩인들의 권리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뒤 “당사자들에게 적법한 절차가 적용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체포된 홍콩인들에게 어떤 혐의가 적용됐는지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정보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 관리로서는 체포된 홍콩인 12명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표명한 최초의 관리다.

폼페이오 장관 성명 발표 하루 뒤인 12일 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사무소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정치인들은 홍콩과 중국 문제에 내정간섭하는 것을 즉시 그만두라”며 반발했다.

같은 날 홍콩에서는 중국에 억류 중인 홍콩 활동가의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모자와 마스크로 신분을 감춘 채 “중국에 구금된 가족들이 스스로 선택한 변호인과 상의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호소했다.

체포된 이들 중 가장 어린 사람은 16세이며 몇몇은 천식, 알레르기 증세가 있어 약물 복용 등이 필요한 상태로 알려졌다.

체포된 29세 활동가의 어머니는 “아들이 안전한지, 살아있는지도 모르겠다”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당국이 알려줬으면 좋겠다. 이들이 홍콩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람 장관은 지난주 이들의 홍콩 송환 가능성에 관해 묻는 기자들에게 “본토 법 위반으로 체포됐다면 본토 법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며 부정적으로 답변했다.

이번 사건은 중국 법조계에서도 논란이다.

체포된 홍콩 활동가의 가족들이 중국 본토에서 변호사를 고용해 변호를 시도하는 가운데, 중국 관리들이 해당 변호사에게 “사건에 관여하지 말라”는 압박을 가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중부 허난성의 인권변호사로 이번 사건 변호를 수임한 런췐뉴 씨는 지난 9일일 “정저우시의 중위안구 지방 사법당국으로부터 ‘애국적이지 않다’는 비난 전화를 두 번 받았다”고 말했다.

Ren Quanniu in an undated photograph outside an official building. (Weibo.com)
중국 허난성에서 활동하는 인권변호사 런췐뉴 | 웨이보

런 변호사는 홍콩의 반공 매체인 HKFP와 인터뷰에서 “위태로운 것은 (체포된 홍콩인들이 아니라) 우리 목숨인 것 같았다”며 “위협하는 어조가 정말 무서웠다”고 했다.

그러나 런씨는 변호를 포기하지 않겠다며 “홍콩인들이 불법 월경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수임한 또 다른 변호사는 “의뢰인과 면담이 거부됐다”며 “당국은 이번 사건을 이미 다른 2명의 변호사에게 맡겼다는 이유를 댔다”고 말했다.

쓰촨성 남서부 지역에 개업한 이 변호사는 “지역 사법당국 관계자에게 ‘이번 사건은 사회 안정과 관계된 중요사건이라 중앙 정부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현재 홍콩 활동가들은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의 옌톈(延天)구치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수임한 제3의 변호사인 중국 동부 저장성의 지중저우 씨는 “의뢰인과 면회 승인이 안 났다”며 “구치소 측에서 ‘의뢰인이 직접 변호사 2명을 선임했으니 면회는 불필요하다’고 했다”고 했다.

지 씨는 이에 관해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자 구치소 측에서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

이밖에 억류 중인 홍콩 활동가의 가족들이 고용한 선전 지역 변호사 3명도 당국에 의해 이 사건에서 손을 떼도록 강요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민주당 제임스 토 의원은 “중국에 억류 중인 홍콩 활동가들의 변호인 선임권이 침해됐다”며 “당국이 사건을 수임한 본토 변호사에게 직접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