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중국에 겁 먹고 나약한 한국 정치인들…베이징의 전략 목표는 한미 동맹 해체”

박상후 /국제관계,역사문화평론가
2021년 07월 21일 오후 7:42 업데이트: 2023년 08월 26일 오후 10:45

오늘은 중국 공산당의 ‘조용한 침공’을 해부한 호주 찰스 스터트(Charles Sturt)대 클라이브 해밀턴(Clive Hamilton) 교수의 조선일보 단독 인터뷰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중국에 겁먹고 나약한 한국 정치인들…어렵게 쟁취한 독립 지킬 수 있나’가 제목인데 우리가 경청해야 할 아주 시의적절한 내용입니다. 인터뷰 기사가 굉장히 훌륭해 더하고 뺄 것도 없습니다.

“중국은 한국의 학계와 정계, 문화계, 언론계 지도층 전반에 베이징 옹호자와 유화론자들을 확보했다. 한국 재계에는 베이징의 만족을 유일한 목표로 삼고 활동하는 강력한 이익 집단들이 있다”는 게 해밀턴 교수의 지적입니다.

해밀턴 교수는 지난 6월에 국내에 번역돼 소개된 ‘중국의 조용한 침공(Silent Invasion)’의 저자로 지난 30년간 중국공산당이 조직적으로 추구해온 해외 영향력 확장 실태를 호주 사례를 통해 적나라하게 파헤친 학자입니다.

1986년 영국 서섹스대학에서 한국의 자본주의적 산업화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아 한국 사정에도 밝은 그는 “한국의 정치 지도층이 지레 겁을 먹고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나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국의 독립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위험한 도박’이다”라고 진단했습니다.

클라이브 교수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국 정책을 책임졌던 미국의 저명한 진보주의자들도 이제야 중국의 진정한 본질과 야망이 무엇인지 깨닫고 있다. 한국도 눈을 떠야 한다. 중국의 진정한 본질과 야망을 깨닫지 못한다면 한국도 위험하다“고 충고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 정부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하려는 의지를 찾기 힘들다”고 꼬집었습니다.

클라이브 해밀턴 교수는 미국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인터뷰에 대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의 반박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는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을 두고 “한국 정치인을 통제(control)하고 압박하려는 목적에서 한 것으로 본다. 윤 전 총장 인터뷰를 계기로 한국에서 중국에 비판적인 정치적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억누르려는 불안(anxiety)과 짜증(irritation)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의 조용한 침공을 경고한 호주 찰스 스터드대학의 클라이브 해밀턴 교수 | NTD

“중국 공산당은 첩보 공작원들도 동원하고 있다”고 한 해밀턴 교수는 호주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에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한국과 호주는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의 경제적 협박(bullying)에 가장 큰 고통을 겪었다. 한국인들에게 ‘전략적 경쟁’이니 ‘문명 충돌’ 같은 거창한 것 말고 한국 내부에 일어나는 일에 주목하라고 말하고 싶다. 중국 공산당(중공)의 기본 전략은 한국 기관들의 독립성을 훼손함으로써 베이징에 저항하려는 한국의 힘을 약화(undermine)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공은 한국의 여러 기관을 끌어들이고(co-opt), 쓰다듬거나(groom), 때로는 뒤집는(subvert) 방법을 써가며 중국에 복종하게끔 하고 있다.”

중국이 지금 스스로를 아시아와 태평양에서 보스(boss), 즉 패권 국가라고 여기고 있고 한국과 일본, 대만, 호주 등은 종속된 부하(subordinate)로 생각하며 지배하려 한다는 겁니다.

“중공은 한국 등 상대국 지도자들에게 ‘베이징이 원하는 걸 해주면, 그것이 그 나라에 최고 이익이 되며, 동시에 지도자 개인에게도 최고의 이익이 된다’는 생각이 들도록 모든 노력을 쏟는다. 이렇게 지도자들의 내부 심리까지 전복(internal subversion)시키는 게 바로 중공의 ‘조용한 침공(silent invasion)’이다.”

“한국을 포함한 외국의 지도자들은 때때로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른 채, 베이징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 진짜로 한국과 한국민의 이익이 된다고 맹신하고 있다. 그래서 베이징이 원하는 것들을 계속 다 들어주고 있다.”

해밀턴 교수는 “베이징이 국제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추진하는 전략 목표는 미국과의 동맹(同盟) 해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통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유일의 패권국(hegemonic power)이 되고자 한다면서 호주의 경우 높은 대중 경제 의존도를 무기로 정계와 재계, 지식인 엘리트 동조자들을 모아 호주를 장악한 뒤, 호주를 미국과의 동맹에서 이탈시키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중공이 ‘경제적 협박’을 아주 잔인하게(quite ruthlessly) 이용하고 있다”며 “최근 15개월 동안 중국은 호주산 수입품에 대해 일련의 무역 금수 조치를 내렸지만, 호주 정부가 계속 중공에 굴복(kow-tow)하지 않자, 이에 화를 내며 복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베이징은 한미(韓美) 동맹을 약화시키지 않는 한 한국을 지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경제적 협박 카드로 한국의 정치적 양보와 굴종을 받아내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7월 1일 건당 100주년을 맞은 중공에 대해서는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시진핑 총서기는 이달 1일 창당 기념식에서 ‘중국은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라고 여러 번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복속시키려는 나라는 강철 같은 만리장성 벽에 머리를 부딪쳐 피를 흘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늑대 외교관’들은 지금도 외국 상대국을 협박하고, 욕하고, 벌까지 주고 있다. 중국은 진짜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인가, 아니면 머리에 피 흘리게 만드는 나라일까?”

해밀턴 교수는 또 “한국 정부는 민주주의 국가들 간의 동맹만(only an alliance of democratic nations)이 세계를 지배하려는 중국의 공격적인 계획에 효과적으로 대항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인들이 어렵게 쟁취한 자유와 독립이 지금 친중(親中) 정치인, 재계 엘리트, 여론 형성자들에 의해 팔려 가고 있다(being sold out). 이들 친중 성향의 리더들은 한국인들의 자유와 독립은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자신들의 부(富)와 정치 권력, 사회적 영향력만을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클라이브 해밀턴 교수는 “한국인들은 주권국가로서 독립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직설적으로 말했습니다. “만약 주권국가로서 독립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지 않으면 중국의 돈을 받아먹고 계속 머리를 굽신거리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반대로 주권국가로서 독립을 아주 많이 중시한다면 중국이 부과하는 경제적 처벌을 감내하면서 자유와 독립을 얻기 위한 값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해밀턴 교수는 한국을 상대로 한 중공의 문화 침투도 경고했습니다.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가진 한국에 대해 중국은 영화와 TV 산업에까지 미묘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베이징은 중국인 투자자와 거대 중국 시장을 미끼로 한국 관련 스토리들을 검열하고, 중국과 중국 공산당을 바라보는 세계의 인식을 바꾸려는 선전(宣傳)에 맞추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또한 한국 내 반일 감정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평가했습니다.

“한국인들은 오늘날 중국의 위구르 인권 탄압 같은 범죄 행위에는 둔감하고, 70년도 더 지난 과거 전쟁 범죄에는 매우 민감하다. 놀랍다. 하지만 진실은 동북아를 지배하려는 중국의 야망을 견제할 수 있는 한국의 동맹이 일본이라는 점이다.”

“중공은 한국 내 반일 감정을 격화(intensify)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한국 내 일부 반일 민족주의 단체들은 중공의 통제를 받고 있다.”

클라이브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저서 ‘중국의 조용한 침공’이 호주에서 아주 어렵게 출판됐다고도 털어놨습니다. 호주의 유력 정치인들이 중국의 정치 자금을 받는 것을 보고 충격받아 2016년 11월 집필을 시작해 이듬해 10월 완성한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지만 자신의 책을 8권이나 낸 출판사가 중국의 보복을 두려워해 작업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멜버른의 용기 있는 작은 출판사가 맡아 책이 나올 수 있었다면서 “만약 내가 호주에서 미국의 조용한 침공에 대한 책을 썼다면, 과연 호주 출판사들이 워싱턴으로부터 보복을 두려워해서 출판 작업을 거부했을까. 그런 일은 절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자유’를 인정하는 미국과 그렇지 않은 중국의 근본적인 차이”라고 말했습니다.

7월 20일 자 조선일보 클라이브 해밀턴 교수 인터뷰 기사는 모든 국민이 귀 기울일 만한 내용이라 판단돼 소개해드렸습니다.

-박상후의 시사논평 프로그램 ‘문명개화’ 지면 중계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