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H3N8 감염 첫 사망자 발생…또 뒤늦게 보고

강우찬
2023년 04월 14일 오전 11:45 업데이트: 2023년 04월 14일 오후 12:04

中 당국, 사망 알고도 감염 발생만 발표
WHO에도 사망 열흘 뒤에 보고서 보내

중국에서 사람이 H3N8형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돼 사망한 첫 사례가 발생했다.

이 감염자는 지난달 중순 사망했지만, 중국 공산당 당국은 3월 말에야 세계보건기구(WHO)에 이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WHO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중국 광둥성에서 56세 여성이 H3N8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돼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람이 H3N8에 걸려 숨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에 따르면, 이 여성은 지난 2월 22일 증세가 나타나 3월 3일 중증 폐렴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았으나 3월 16일에 사망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관리들은 여성의 사망을 열흘 이상 WHO에 알리지 않았다.

WHO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공산당 산하 국가위생건강위원회(국가위건위)가 지난달 27일 이 여성의 감염과 사망 사실을 보고했다고 밝혔다(WHO 링크).

이와 별도로 중국 광둥성 질병예방센터는 지난달 29일 이 여성이 H3N8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이 여성이 이미 숨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이를 국제사회에 알리지는 않았다.

광둥성 당국은 이 여성이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으나 정확한 감염경로를 파악하지는 못했다면서 발병 전 인근 시장에서 가금류에 노출됐고 거주지 인근에서도 야생 가금류에 노출된 것을 확인했다고만 전했다.

또한 이 여성을 밀접접촉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감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현시점에서 대규모 유행의 위험은 낮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숨진 여성은 H3N8 조류 인플루엔자의 세 번째 감염 사례였다. 지금까지의 3건 모두 중국에서 보고됐다.

첫 번째 사례는 지난해 4월 중국 허난성에서 보고된 4세 소년이었고, 두 번째는 5월에 발생했으며 두 차례 모두 감염된 가금류와 직간접적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다음 팬더믹’의 가장 유력한 후보다. 이번 H3N8의 첫 인체 감염, 첫 사망자 발생 소식이 주목되는 이유다.

온라인 논문 공개 저널인 ‘원 헬스’에 실린 중국과 호주 연구팀 공동 논문에 따르면, 다시 팬데믹이 발생한다면 “인간이 면역력을 갖추지 못한 새로운 인플루엔자”에 의해서일 것으로 추측된다.

푸단대 연구원들이 주도하고 호주 시드니대 마이클 워드 교수가 참여한 이 연구에서, 연구팀은 지난 50년간(1970~2016) 약 7만 개의 동물 인플루엔자 기록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분석했다.

그 결과, 모든 동물 숙주 인플루엔자 중 조류 인플루엔자가 79.6%로 가장 많았고 돼지독감(10.6%)이 뒤를 이었다. 즉 사람에게 처음 옮겨지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또 다른 팬더믹을 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결론이다.

워드 교수는 “두 가지 다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아형이 동일한 숙주 세포를 감염시킬 때, 그것들의 유전물질이 혼합돼 대유행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는 새 바이러스를 생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조류 바이러스가 먼저 돼지로 감염돼 변이를 일으켜 이후 사람에게 옮겨지면서 “바이러스로 인한 아마겟돈과 같은 글로벌 보건 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워드 교수는 “가금류에 바이러스가 있다고 보고하면 무역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각국은 정보를 일반에 공개하기를 꺼린다”면서 동물 인플루엔자를 감시할 글로벌 시스템 구축과 투명한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