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1년 넘게 구금” 홍콩 시위 후 사라졌던 민주화 운동가 ‘웡할머니’의 폭로

이서현
2020년 10월 21일 오전 10:03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22

홍콩 민주화 시위에 꾸준히 참석하다 실종됐던 알렉산드라 웡(64)이 14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그동안 중국 본토에 억류돼 감금 당했다고 고백하며 다른 운동가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웡은 이날 홍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8월 중국 공안에 체포된 뒤 지난 1년여간 사실상 구금 상태에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홍콩 입법회 앞에서 ‘중국 범죄인 인도 반대’라고 쓰인 영문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는 시위 참가자 | 홍콩 EPA=연합뉴스

홍콩 출신인 웡은 자택이 있는 중국 선전과 홍콩을 오가며 민주화 시위에 참석했다.

지난해 6월부터 체포 전까지는 홍콩 시위에 빠짐없이 얼굴을 비췄다.

그때마다 회색 머리에 몸보다 큰 영국 국기를 흔드는 그의 모습이 이목을 끌었고, 종종 카메라에 포착됐다.

사람들은 그를 ‘웡 할머니’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지지했다.

지난해 12월 영국 국기를 들고 행진하는 홍콩 시민들 | 연합뉴스

그러던 중 웡은 지난해 8월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홍콩 타이쿠역 인근에서 열린 시위에서 진압 경찰과 충돌해 다친 뒤였다.

그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홍콩 인권단체와 민주화 운동가들은 우려를 표했다.

당시 웡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45일 동안 5평 남짓한 방에서 26명과 함께 생활하며 공안 당국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거의 매일같이 심문이 이어졌고, 중국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정신 교육도 받았다.

또 카메라 앞에서 ‘고문을 당하지 않았고, 시위 참석이나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도 해야 했다.

홍콩 민주화 운동가 알렉산드라 웡 | 로이터=뉴스1

45일 구금 뒤에는 산시성 북서부 지역에 있는 애국 캠프로 보내졌다.

그곳에서 중국 국가를 부르고 오성홍기를 흔드는 모습으로 사진도 찍어야 했다.

이후 1년간 중국 선전에만 머무는 조건을 달고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웡은 공안이 불시에 자택을 검문하고, 주변을 감시하는 등 사실상 가택 연금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말, 보석 조건이 효력을 다하면서 웡은 다시 홍콩을 오갈수 있게 됐다.

홍콩 민주화 운동가 알렉산드라 웡 | 로이터=뉴스1

기자회견에서 웡은 “홍콩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구금된 곳에서 죽을까 봐 두려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8월 말 중국에서 배를 타고 대만으로 도피하던 중 체포된 민주화 운동가 12명의 석방을 촉구했다.

그는 “12명의 구금 상황은 나보다 더 나쁠 것”이라며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않겠다. 희생이 없다면 권위주의 체제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